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독백 Oct 07. 2024

어느새 가을

#글쓰기연습 #가을 #가을은모든악착스러움을내려놓는계절이다



뭘 입어야 하나.


아이와 공원 한 바퀴를 돌고 오려고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사나흘에 한 번씩 외출을 하는 집순이에게 이맘때 옷을 고르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변덕스러운 환절기 날씨를 알아맞히는 일은 사춘기 아이의 기분을 때려 맞히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점퍼 속에 반팔을 입으려는 내게 아이는 뭘 좀 아는 듯한 눈빛으로 말한다. 엄마, 옷 갈아입으러 바로 들어오게 될걸요? 창문을 열어서 바깥공기를 피부에 대보고 나서야 난 깨닫는다.

아, 진짜 가을이구나.


가을은 모든 악착스러움을 내려놓는 계절이다. 여름 내내 훅훅 볶아대던 열기는 다 어디로 갔는지. 차갑게 식은 재색 아스팔트 위로 차들이 바람을 몰고 간다. 그 바람에 코는 시큰거리고 어깨는 움츠러든다.


간간이 보이는 푸른 잎사귀를 간직한 나무는 여전히 여름을 이야기할까. 곧 노랗고 붉은 수의를 입고 땅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푸르른 기운을 삭이는 그들의 애달픔이 들리는 듯도 하다. 잎사귀를 배웅하고 난 후에 나무는 긴긴 잠을 자기 위해 몸을 단단히 웅크릴 것이다.


나무와 숲이 잠들기 전에, 매서운 휘파람을 불며 어슬렁거리는 겨울이 오기 전에 가을을 맞은 공원을 한 번이라도 더 보러 가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귀여운 동네손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