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와 인향(人香)
삶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향기를 마주한다. 꽃에서 풍기는 화향(花香), 먹을 갈 때 퍼지는 묵향(墨香), 그리고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인향(人香)이 있다. 이 세 가지 향기는 각기 다른 출처에서 나오지만, 모두 세상을 맑히고 아름답게 장엄한다. 한 마디로, 향기는 선(善)이다.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악취와는 대조적으로, 향기는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주변을 환하게 만든다.
인간 사회에서는 인향이 필요하다. 인향, 즉 사람의 향기는 단순한 향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 향기는 사람의 인품에서 나오는 것이며, 서로의 마음에 흔적을 남기고 관계를 맺는다. 그래서 옛말에 "화향백리(花香百里), 묵향천리(墨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라는 말이 회자되는 것이다. 꽃의 향기는 백리 밖까지 퍼지고, 묵의 향기는 천리까지 퍼지지만, 사람의 향기는 만리까지도 퍼져나간다. 이는 곧 인간의 선한 행동과 마음이 그 어떤 것보다 멀리, 깊이 전파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백만매택, 천만매린
중국 남북조시대 송나라 때의 고위 관리였던 송계아(宋季雅)는 퇴직을 앞두고 자신이 여생을 보낼 집을 찾아다녔다. 여러 지인들이 추천해 준 집을 돌아보았으나 마음에 드는 곳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집값이 백만금밖에 되지 않는 집을 일천백만금을 주고 구매한 일이 있었다. 그가 그 집을 택한 이유는 집 자체가 아니라 그 집의 이웃, 여승진(呂僧珍) 때문이었다. 여승진은 도덕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었고, 송계아는 그러한 사람과 이웃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가치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여승진이 그 이유를 묻자 송계아는 "백만금은 집값이고 천만금은 당신과 이웃이 되기 위한 값이오."라고 대답했다. 즉, 좋은 이웃과 함께 사는 것에는 집값의 열 배를 더 지불해도 아깝지 않다는 의미였다. 이 이야기는 '백만매택, 천만매린(百萬買宅, 千萬買隣)'이라는 고사로 전해지며, 좋은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의 가치를 강조한다.
인향을 발산하는 삶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선을 행하기도 하고, 때로는 실수를 저지르거나 악을 행하기도 한다. 인류사에 길이 남을 석가모니나 예수, 공자처럼 대단한 성인의 삶을 살 수는 없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작은 삶 속에서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며 인향을 발산할 수 있다. 사람 간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작은 배려와 이해는 우리가 만드는 작은 선행이지만, 그 영향력은 무한하다. 인향을 발산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 향기는 퍼져 나가 세상을 맑히고 결국 지상낙원이 이루어질 것이다.
인향을 발산하는 삶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작은 일상 속에서 시작된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이웃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일, 필요로 하는 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일,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들이 바로 인향의 실천이다. 이러한 작은 행동들이 모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간다. 이는 마치 우주를 밝히는 태양과 달처럼 한 사람의 큰 영향력도 중요하지만,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것은 결국 무수히 많은 별들이라는 것과 같다.
삶의 반추와 향기
삶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정이다. 그 속에서 나는 알게 모르게 선을 행하기도 하고,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제 남은 삶 동안,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그동안의 실수와 잘못을 바로잡고 더 많은 선을 행하며 인향을 가꾸어 나가고자 한다.
살아오면서 쌓아 온 경험과 깨달음은, 이제 남은 여정에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지나간 시간 속에서 나의 작은 악취가 있었다면 그것을 씻어내고, 작은 향기라도 피워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 자신은 물론,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 그리고 더 나아가 내가 속한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란다.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을 움직인다. 누군가 나를 떠올릴 때, 나와 함께 했던 시간 속에서의 향기가 그들의 기억 속에 남아, 나와의 만남이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기를 바란다.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인향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앞으로의 삶을 향기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것은 나 스스로에게도 선물이며, 세상에 남기는 작은 흔적일 것이다. 삶의 언저리에서 향기를 퍼올려 담담한 색채로 수채화를 그려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