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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누 Mar 11. 2022

부하직원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술이 덜 깬 듯 욱신거린다. 목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뒷골이 땡긴다.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된다. 입맛도 없다.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한다. 선잠을 자고, 중간중간 자주 깬다. 꿈을 많이 꾼다.

업무용 메신저가 울리면 짜증이 쭉~ 올라온다.

회사에서 마주치면 눈을 맞추기 힘든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본인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징징거렸다.

쪼끄만 스타트업에 니 일이 어딨고, 내 일이 어딨니?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삼켰다.

어차피 근로계약서 상 직무 범위로 시시비비를 따질 테니까.

결국 내가 하기로 하고 업무인계를 부탁했다.

업무 인수인계서도 하나 없다.

지금까지 진행한 업무들의 현황과 프로세스에 대한 총체적 설명조차도 없다. 단편적으로 띄엄띄엄 알려준다. 귀찮다는 듯, X 돼 봐라는 듯.

물어봐도 답변은 늘 단답형이다. 디테일하게 물어보면 '담당자라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눈치다.

'야! 원래 담당자가 나냐? 내가 천재냐? 배우지도 않고 업무 인계도 못 받았는데 척척해내게?' 욕을 한바탕 해주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할 거니까? 내가 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고 싶다.


지랄 맞다. 직장 상사 눈치 보다 더 힘든 게 부하직원 눈치인가? 이러다가 스트레스로 심근경색 올까 봐 걱정된다.  직장생활 쉬운 게 없네. 오늘도 출근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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