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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볼 때 스킵하지 않고 댓글 읽지 않기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웰빙 주제로 돌아온 알이즈웰 전도사입니다! 오늘은 현대인이 흔히 겪는 디지털 중독 및 기억력 감퇴, 그리고 만성 피로에 대해서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온라인 영상을 시청할 때 우리가 흔히 겪게 되는 현상을 살펴볼까 합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현대인에게, 유튜브나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기타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영상 서비스는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TED를 통해서 제 수업 시간에 사용할 귀중한 영상 자료를 구할 수 있으며, 흘러간 옛 홍콩 영화인 <화양연화>나 <중경삼림> 등을 언제 어디에서든 고화질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IT 제품이나 남성 양복 등 제가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을 때, 정말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영상 서비스 자체는 전혀 나쁜 것이 아니며, 세상 다른 것이 모두 그렇듯이 어떻게 쓰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온라인으로 영상을 시청하면서, 그 영상에만 오롯이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을 틀어놓고서 아래에 달린 수백 개의 댓글을 동시에 읽는다던가, 영상을 시청하면서 "지루한" 부분을 끊임없이 스킵하는 데 있습니다. 사실 어찌 보면 위에서 말한 두 가지 행동은 불순하거나 해악한 동기에서 비롯되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제가 가령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의 마츠다 부장 영상을 보다 보면, 저처럼 마츠다 부장의 팬인 네티즌들이 같은 영상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읽고 싶어집니다. 또한 <더글로리>와 같이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는 드라마 내에서도 지루한 장면들은 얼마든지 있으며, 저는 그런 것들을 재빨리 스킵하고 스토리와 결과에 집중하고 싶어집니다. 다시 말해 '스킵 신공'이나 '댓글 읽기'는 저나 타인에게 해악을 끼치기 위해 이루어지는 행위가 아닙니다. 


문제는 동영상을 볼 때 내용을 스킵하거나, 동영상을 보면서 "동시에" 댓글을 읽는 행위가 제 집중력과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더 나아가 만성 피로로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많은 현대인들은 자신의 만성 피로 이유를 "나이가 많이 들어서" "일이 너무 많아서" "운동이 부족해서" "건강한 음식을 먹지 않아서" 등으로 돌립니다. 물론 상기한 네 가지 이유들이 만성 피로의 주요 원인이 된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저것 이상으로 심각한 것이 바로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스킵하기'와 '댓글읽기'입니다. 전문적인 분석보다는, 우리가 납득할 만한 간단한 사실만 나열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인간의 두뇌는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합니다. 한때에는 멀티태스킹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먼저 어째서 "멀티태스킹"이 반드시 행해져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먼저 물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누가 봐도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할 때보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더 바람직하고 생산적인 성과를 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 "멀티태스킹"이라는 "이데올로기"는 "더 많이, 더 빨리, 더 크게"라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가장 여실히 반영한 관념입니다. 인간의 정신을 피곤하게 하고 집중력을 현저히 저하시키더라도, 멀티태스킹을 통해 성과만 많이 내면 된다는 발상이지요.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좀먹는 매우 사악한 이데올로기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유튜브로 영상을 보면서 댓글을 동시에 읽으면, 나중에 가서 영상 내용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영상보다는 댓글에 더욱 집중하게 되지요. 왜냐하면 짧은 댓글들이 주는 한순간의 쾌락이 내게 계속 도파민을 제공하기 때문이지요. 저명한 IT 윤리학자 트리스탄 해리스가 말했듯이, 스마트폰은 슬롯 머신입니다. 그 안의 모든 온라인 정보들은 어떻게든 짧은 쾌락을 거듭 제공하며 시청자의 주의력을 빼앗아가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댓글이 재미없다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재미가 없다면 왜 네티즌들이 그것을 찾아 읽겠습니까. 게다가 읽다 보면 제가 미처 몰랐던 유용한 정보들도 가득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영상에 집중하지 않고 댓글에 매달릴 좋은 핑계를 제공해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열심히 일하다가 잠깐 쉬자고 "10분짜리" 영상을 틀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댓글 읽느라 30분 이상" 흘려버립니다. 결국 우리는 정보 획득을 위해서든 재미를 위해서든 우리가 애초에 "몰입(flow)"해야 할 대상에 제대로 몰입하지 못한 채, 단편적인 쾌락에 주의력과 에너지, 시간을 낭비하고, 더 나아가 무엇을 했는지도 모른채 영상 시청을 마치게 됩니다.    


이와 같은 댓글 읽기 현상이 우리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까닭은 "정보 과부하"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과학적으로도 이미 분명해졌듯이, 우리가 일정량의 정보를 획득할 경우, 우리의 뇌는 그 정보를 단기 기억이나 장기 기억으로 바꾸기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그 정보들이 완전히 내 기억으로 자리잡아 "내 것"이 되는 "기억 전환 과정" 동안에는 또 다른 정보들이 내 뇌 속으로 몰려들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감관은 24시간 내내 외부 환경에 노출되어 자의든 타의든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만, 그것을 진정 내 기억으로 저장하는 과정은 별도입니다. 우리는 흔히 기억력이 감퇴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기억을 위한 능력"은 단순히 나이를 먹거나 세상 일이 바빠진다고 해서 퇴화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기억을 하기 위해 충분히 하나의 일에 몰입하지 않고" "기억을 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단편적 정보들을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령 토익 시험 공부를 하다가 잠시 화장실에 간다고 합시다. 그런데 이 때 "공부하다가 지쳤으니, 큰 일 보면서 스마트폰으로 미뤄뒀던 영상이나 좀 챙겨볼까?"라고 하는 순간, 지금까지 공부했던 내용들의 상당수가 기억 저장소로 가지 못한 채 휘발된다고 보면 됩니다. 사람은 과거보다 현재의 내용을 더 잘 기억하며, 재미 없는 내용보다 재미 있는 내용을 더 잘 기억합니다. 몇 시간 동안 본 토익 책의 내용보다 지금 변기칸에 앉아서 보는 영상의 내용이 더욱 최근이며, 재미있기는 몇 배 더합니다. 게다가 토익 책을 손에서 놓자마자 곧바로 스마트폰을 집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힘들여 공부한 내용이 기억저장소에 그대로 옮겨질 것이라고 믿는 편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하물며 영상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영상에 달린 수 백개의 댓글까지 꼼꼼히 읽는다니! 이미 내 뇌는 토익 영단어보다는 자극적인 댓글 내용으로 가득차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 댓글 내용은 내일만 되어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댓글은 암기해야 할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이미 내 정신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울 필요가 없다면 우리는 외우지 않습니다. 심지어 무의식적으로도 그렇습니다. 


다음으로 둘째, 동영상 '스킵하기' 또한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미하일 칙센트미하이의 <몰입(flow)> 개념에 익숙하시거나 그 개념을 진실로 살아내려고 생각하시는 분께는 이제 다룰 내용이 매우 분명할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영상에 몰입한다는 것은, 그 영상의 지루한 내용을 스킵하겠다고 판단하고, 손가락을 올려서 키보드를 만지고, 10초 건너뛰기를 계속 누르면서 위치를 조정하는 과정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과정 자체가 이미 영상에의 몰입을 깬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우리가 TV를 통해서 드라마를 볼 때에는 스킵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습니다. 저는 1시간 드라마를 꼼짝하지 않고 "몰입"해서 보았으며, 드라마 감독들이 우리가 지루하게 여기는 장면마저도 깊은 의미를 심고자 노력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줄거리"뿐만 아니라, 영상미나 여백의 미학, 음악과 분위기 등이 모두 드라마 전체를 구성했으며, 진정한 "웰메이드" 드라마는 어느 한 장면 빠뜨릴 것이 없다는 점을 이해했습니다. 2시간 남짓하는 영화의 경우 더욱 버릴 장면이 없었지요. 드라마나 영화를 한 번 더 보는 일은 있을지언정, 스킵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제가 20-30대에 인터넷으로 일본 드라마를 다운받아서 곰플레이어로 볼 때에도, 저는 내용을 스킵하지 않았습니다. 스킵 기능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지금도 그 때 보았던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내용은 머리 속에 사진처럼 떠오르곤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통해 본 드라마나 영화들은 주인공 이름조차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1년 뒤에 <더카지노> 등장인물 이름을 얼마까지 기억할 수 있을까요? 아마 주인공 이름조차도 가물가물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가 종영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혹시 주인공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고 계신가요? 


더 큰 문제는 우리가 드라마를 스킵해서 본다고 해서 그만큼 남는 시간에 정신에게 휴식을 주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가령 2시간 짜리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스킵해서 1시간 안에 보았다고 합시다. 그럴 경우, 과연 나머지 1시간은 산책을 하거나 명상을 함으로써 정신에게 휴식을 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나머지 1시간에 또 다른 영화를 스킵해서 해치웁니다. 영화에 몰입하지 못했고, 지나치게 많은 내용이 우리의 뇌에 과부하되었습니다. 이럴 경우, 만성 피로가 따라오는 것은 생리학적으로 볼 때 지극히 정상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의 뇌는 지쳤습니다. 끊임없이 동영상을 스킵하는 과정에서 상황 판단 및 결정 과정이 반복되어 지치고,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쏟아져 들어와 지칩니다. 게다가 스스로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들만 계속 들어오니, 또한 "현타"가 옵니다. 결론은 "아무리 자도 자도 없어지지 않는" 만성피로입니다. 식습관을 개선하고 운동을 생활화한다고 해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현대인의 습성상 스마트폰 중독과 수면 부족은 일심동체나 다름없기 때문에, 수면 부족으로 인한 만성피로의 현저화 또한 가중되기만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이 만성피로의 악순환을 끊어야 하겠습니까?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이기 때문에 무조건 작고 쉬운 습관부터 만들어나가야만 합니다. 첫째, 유튜브 영상을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내가 오늘 보겠다는 영상의 갯수를 정해놓습니다. 그 다음, 영상을 절대 스킵하지 말고 댓글 또한 절대 읽지 않습니다. '스킵하기'와 '댓글 읽기'가 이미 습관화된 분들에게는 사실 이 정도 일만 하는 것도 보통 힘든 게 아닙니다. 게다가 "왜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정당화가 끊임없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올 것입니다. 하지만 일단 꾹 참고 "일주일만" 스킵하기와 댓글 읽기를 끊어봅시다. 넷플릭스 영상의 경우에는 댓글이 없으니, 스킵하는 습관만 끊어봅시다. 사실 "스킵하지 않고 영화보기"는 경우에 따라서는 집중력을 키울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합니다. 일단 가장 재미있고 좋아하는 영화를 고른 뒤, 음료수나 과자조차도 치워버리고 침대에 누워 오직 2시간 동안 스마트폰 전체화면으로 해서 영상에만 몰입합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시간을 확인하거나 커피를 가지러 가지는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러다가 정말 댓글을 읽고 싶거나 스킵을 하고 싶으면, 차라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일단 밖에 나가서 걷습니다. 차선책으로 과자를 먹고 커피를 마셔도 좋습니다. 영상을 보지 않고 취식에만 몰입하는 상태이니까요. 하지만 스킵하기나 댓글읽기만은 안됩니다. 이런 과정을 한 달만 꾸준히 하면 집 나갔던 집중력이 정말로 천천히 돌아옵니다. 완벽하게 돌아온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적어도 한 달 전보다는 확연히 나아졌다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제 경우가 그랬거든요. 한 달이 길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정말로 한 달은 금방입니다. 그리고 한 달 안에 내 정신 피로와 육체 피로가 현저히 감소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면, 참으로 해 볼 만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일단 오늘부터 '스킵하기'와 '댓글하기'부터 끊어봅시다. 조금만 더 게을러져 봅시다. 사실 우리에게는 인위적인 게으름, 다시 말해 슬로 라이프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끊임없이 댓글을 읽고 스킵하며 조금이라도 뭔가를 더 하려는 시도 자체가 이미 '행위 중독'의 징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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