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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의 <안녕, 나의 슬픔>, 쇼케이스를 눈물바다로

QWER 신규앨범 수록곡 <메아리>와 <안녕, 나의 슬픔> 감상 후기

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2024년 9월 13일 금요일에는 QWER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예매 전쟁이 3건 있었습니다. "아시아 송 페스티벌," "2집 미니앨범 쇼케이스,"  그리고 "QWERx후아유 콜라보 셔츠 구입." 여기서 제가 기대하고 있던 것은 첫 번째 아이템이었습니다. 쇼케이스의 경우, 한 번 도전해보기는 하겠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아시아 송 페스티벌"은 여의도공원에서 대규모로 하는 축제이기 때문에, 티켓 물량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날 아시아 송 페스티벌 예약이 오후 1시부터 가능했는데, 저는 직장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양치질까지 한 뒤 1시 12분에 착석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매진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죠. 아니, 이게 뭐야! 여의도 공원에서 대중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축제인데, 이게 왜 또 벌써 매진?! 이야, QWER 보기도 이렇게 힘든데 대형 팬덤에 속한 분들은 진짜 예매 스트레스 많이 받겠구나! 아아, 아닙니다. 제가 아직까지도 팬으로서의 기본 자세가 덜 된 겁니다. 하지만 "카스 페스티벌"에서도 이미 경험한 바가 있어, 나중에 추가로 예매창이 오픈될 것 같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2차 예매 공지가 나가더군요. 그러니 저처럼 손 느리고 정보 느린 아재들은 너무 목숨 걸고 달려들지 말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녁 8시에 예스24에서 쇼케이스 예매 창구가 오픈되기에, 저는 일을 하다 7시 50분 쯤 데스크탑 앞에 진지한 표정으로 앉았습니다. 데스크탑 버전보다 스마트폰 앱 버전이 더 빠르다, 무통장 입금으로 결제를 진행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등의 상식은 전혀 모른 채 말입니다. 그래도 몇 번 예매 실패를 경험해본 터라, 이제는 네이버 시계를 옆에 띄워 놓고 입술에 침을 발라가며 기다렸습니다. 저녁 6시까지 연달아 강의 4시간을 해서 약간 피곤했지만, 갑자기 도파민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힘든 줄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궁극기 R 시요밍이 (6시에 공개되었던) 자신의 컨셉 포토에 대해 SNS로 갑자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나 지금 예매에 집중해야 하는데, 시연아, 지금은 조금만 참아주면 안 되겠니…나도 너 예쁜 거 잘 알거든? 시쪽아 제발…. 그 와중에 다른 멤버들도 시요밍이 귀엽다고 인증 퍼레이드를 달렸습니다. 제 집중력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QWER! 다른 아이돌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자기들 보러 가겠다고 바위게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훼방을 놓다니요….  

이윽고 예스24 예매창 오픈! 그리고 광탈(빛의 속도로 탈락)! 실패의 아이콘인 저는 이번에도 탈락하고야 말았습니다. 제 손가락이 느린 거야, <봇치더록!>과 "WMCx히나 협업 티셔츠" 구매 실패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별 스트레스 받지 않았고요. 이런 경험은 도파민을 엄청나게 터뜨려 주기 때문에, 팬의 입장에서는 당첨 여부와 관계 없이 도전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9월 23일 저녁 8시 쇼케이스는 퇴근 후에 편안히 랜선으로 시청하기로 마음 먹고, 아재 바위게는 불금 술자리를 즐기러 출발했습니다.


9월 23일 월요일, 저는 오후 5시 30분에 일거리를 잔뜩 짊어지고 노원역 근처 스타벅스로 왔습니다. 이쯤 되니, 쇼케이스 탈락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표를 구했더라도 가지 못했을테니까요. 답답한 연구실에서는 오히려 안 될 성격의 작업이라, 스타벅스 테이블에 자료들을 깔아놓고 낑낑대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6시 15분 쯤, 갑자기 한 20대 남자가 제게 다가왔습니다. 흰 반팔 티에다 머리를 깔끔하게 반삭으로 친 간지남이었죠. 스케이트 보드를 옆에 끼고 일본 패션 잡지 <뽀빠이>에 나오면 좋을 듯한 스트리트패션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처음 보는 제게 스마트폰을 불쑥 내밀었습니다. 저는 상황이 이해가 잘 안 되었죠. 그런데 그 스마트폰 스크린에서는 6시에 공개된 <내 이름 맑음> 뮤직비디오가 재생 중이었습니다. 그때서야 그의 가슴에 박힌 "히나 하트 아이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히나 고스트 차콜그레이"를 입고 있었죠. 이럴 수가! 이 험난한 세상에, 바위게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스타벅스에서 말을 걸어 주다니! 저는 너무나 기뻤습니다. 하지만 제 할 일이 태산 같았고, 그는 또 시크하게 자기 자리로 돌아가 뮤직비디오를 감상하기 시작했습니다. 8시 반쯤에 그는 스타벅스를 나서며, 제게 열심히 팬질하자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문명의 불모지인 노원에서 스무 살 가까이 나이 차이가 나는 바위게들이 하나 될 수 있었다니. 저는 9시가 조금 넘어 귀가하면서도 흐뭇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평소에 히나xWMC 티셔츠를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다닙니다만, 이제는 더욱 열심히 입어야겠습니다!    


귀가해서 노트북을 여니, <쇼케이스 FULL 영상> 등이 예쁘게 떠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요일이나 되어야 전부 챙겨볼 시간적 여유가 생깁니다. 제게 본다는 행위는 리뷰 작성까지 포함하기 때문이죠. 머리를 식힐 겸, 맥주 한 캔 사러 나가면서 앨범 수록곡을 잠깐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맨정신으로 일을 못하겠더군요.

며칠 전 "하이라이트 메들리"를 들었을 때, <내 이름 맑음>보다 <안녕, 나의 슬픔>과 <메아리>가 더 좋다고 저는 기록했었습니다. 이번 앨범은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처럼 인트로부터 아웃트로까지 차례대로 들어봐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수입 맥주를 고르며, <안녕, 나의 슬픔>부터 재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내 이름 맑음>은 이미 가사를 외울 정도로 들었기 때문이죠. 아니 그런데….

하이라이트 메들리에서 저의 심금을 울렸던 <안녕, 나의 슬픔>부터 찾아 듣는 순간, 시부야 역에서 무량공처를 맞은 죠고처럼 온몸이 뻣뻣하게 굳고 머리 속이 하얘졌습니다. 우와, 이거 큰일났다! 편의점 안인데, 군필 여고생 닭똥 눈물 떨구겠네!

하이라이트 메들리에서 "너무 오래 이곳에 멈춰 둬서 미안해. 많이 늦은 인사를 끝으로" 부분이 너무나 애절하고 아름다워서, 이 파트가 클라이맥스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QWER의 메인 프로듀서인 이즈리얼(이동혁)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Bye bye, 이젠 정말 보내주려 해."를 시작으로 이 곡은 절정으로 치닫는데, 정말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4월에 쓴 글에서, 일본 애니 감성의 <수수께끼 다이어리>와 한국 락발라드 감성의 <별의 하모니>를 동시에 높은 수준으로 소화해낼 수 있는 가수가 많지 않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고민중독>이 담긴 <마니또> 앨범에서는 시요밍의 슬픈 발라드 감성을 만끽할 수 있는 곡이 없었죠. 이번 앨범에서 시요밍은 <소다>를 내주고 <안녕, 나의 슬픔>을 취했습니다. 그녀만의 음색과 감성이란…. 그녀가 한국형 발라드 가수의 계보를 이을 재목이라는 점을 사람들이 알아줄까요. 십종영법술 식신 가운데 최강자인 마허라의 법진처럼, QWER 회전문이 제 머리 속에서 한 번 철컥 돌았습니다. 오늘의 최애는 시요밍!

저는 결국 맥주 대신 새우깡을 사서 들어왔습니다. 이 감정 상태에서 맥주까지 마시면, 오늘은 그냥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노트북을 펼쳐, 이제 저의 또 다른 사랑이 될 수밖에 없는 <메아리>를 재생해 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메아리>를 듣고 있습니다. <메아리>에 이어 결국 수록곡 모두를 듣고 난 "극히 개인적인" 제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 이름 맑음>은 정말 잘 만든 이지리스닝 명곡이며, 타이틀곡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플레이시키기만 하면, 무한반복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발매 첫날부터 멜론TOP100 차트에 진입해서 바위게들을 숨막히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QWER다운 곡이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안녕, 나의 슬픔>과 <메아리>라고 대답하고 싶네요. <내 이름 맑음>이 아니었다면 <메아리>가 타이틀곡이 되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저는 <메아리>가 <고민중독>과 동급의 곡이며, 11월 10일에 열릴 "원더리벳 페스티벌"에서 이 곡이 울려 퍼질때 고양 킨텍스 홀을 가득 메운 음악 팬들이 전부 미친 듯이 뛰며 열광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페스티벌에서 무대를 터뜨릴 수 있는 QWER 양대 산맥은 <고민중독>과 <메아리>입니다.  

저는 <메아리> 완곡을 듣자마자, 일본의 초인기 밴드 Mrs. Green Apple이 부른 <나는 최강> Live가 떠올랐습니다. 극장판 <원피스- 필름 레드>의 OST인 이 명곡은 본디 Mrs. Green Apple이 작곡하고 Ado가 불렀습니다. 하지만 Mrs. Green Apple 또한 라이브로 곡을 소화했는데, 정말 감동의 끝이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메아리>에서 바로 동급의 파워를 느꼈습니다. 제가 QWER에게 바랬던 바로 그것을 <메아리>가 완벽하게 해소해주었습니다. 더블 타이틀의 자격이 충분한 이 명곡은 수록곡 중 하나로 묻히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 <메아리>는 탄산음료 광고 송이나 청춘 드라마 오프닝 송 등 무엇이든 가능하니, 2집 미니앨범의 원투 펀치로서 어떤 방식으로든 빛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안녕, 나의 슬픔>은 <별의 하모니>, <대관람차>에 이어 QWER 감성 발라드 계보를 잇는 명곡으로 단숨에 자리 잡았습니다. 발라드라는 특성상 <별의 하모니>처럼 또 다시 받아야 할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묻힐까 두려울 따름입니다. <메아리>와 <안녕, 나의 슬픔> 둘 다 그냥 미친 곡입니다. QWER을 가장 잘 알고 그녀들에게 꼭 맞는 옷 같은 음악을 선사하는 이즈리얼. QWER의 아버지가 김계란이라면 어머니는 이즈리얼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겠네요. 그러니까 결혼해!  

https://www.youtube.com/watch?v=QDahG-JSYZA

신규 앨범 수록곡 전부를 듣기는 했지만, <사랑하자>와 <달리기> 그리고 쇼케이스 리뷰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네요. 하지만 제 느낌이 싱싱하게 살아 있을 때 리뷰를 남기는 편이 좋기에, 오늘은 <메아리>까지만 다루고자 합니다. 아, <내 이름 맑음>과 <안녕, 나의 슬픔> 쇼케이스 라이브도 시청했는데, <안녕, 나의 슬픔>은 라이브가 더 좋더군요. 결국 히나를 제외한 QWER 멤버들과 바위게들 모두 쇼케이스 현장에서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본인이 불렀으면서 대성통곡한 시요밍, 도대체 어디까지 한꺼번에 올라갈 생각입니까! 이미 당신께, 저 마허라는 조복되었습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만 하고, 저는 이 시간 이후로 <내 이름 맑음>에 집중하겠습니다. 냥뇽녕냥 히나의 소원이 "멜론 1등"이니까요.


한편 오늘 미니앨범 2집 및 쇼케이스 라이브를 들으면서 제가 느낀 점이 있습니다. 2024년 9월 23일을 기점으로, 다시 말해 페이즈 3를 시작으로 QWER은 이제 고전적 의미의 "성장형 아이돌"이라는 태그가 큰 의미 없는 뮤지션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QWER은 아직까지 부족한 점들이 많고 앞으로도 더욱 성장해야 합니다. 모든 뮤지션이 그러하죠. 30년 차 가수도 성장합니다. 다만 일본에서 시작된 "성장형 아이돌"은 오사카 아이돌 출신 시요밍의 말에 따르면, "연습이 안 된 상태에서 데뷔하여 연습을 통해 성장해가는 아이들"을 지칭합니다. 그런데 2023년 10월 18일 데뷔 이후 외부의 삐딱한 시선 극복 및 혹독한 훈련, 그리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라이브 무대 등을 거치는 과정을 통해, QWER은 2024년 9월에 와서 더 이상 "뚝딱거리는 연주 실력의 성장형 아이돌"이라고 보기에 어려울 정도로 레벨업했습니다. 정상급 밴드라는 의미가 아니라, 자기 곡을 수만 명의 대중 앞에서 성공적으로 연주해낼 있는 레벨의 뮤지션이면 락 페스티벌에 동안 등장했던 다른 밴드들과 마찬가지로 "어엿한 밴드" 자격은 갖추었다는 뜻이죠. 역시 "빨리빨리" 나라의 가수인지라, 성장 속도가 남다릅니다.

이제 QWER은 성장형 아이돌이라는 서사에서 벗어나, 동료 밴드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뮤지션으로 자신의 음악 색깔을 알리는데 힘써야겠죠. 어찌 보면 더욱 가혹한 출발선에 선 것입니다. 왜냐하면 성장형 아이돌이라는 태그를 떼는 순간, 그런 서사로 인한 배려와 메리트를 잃고 음악과 실력으로만 승부하게 되니까요.

물론 이건 제 생각일 뿐이고, QWER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성장형 아이돌"로 불리겠죠. 안티들은 그녀들의 레벨을 내려치고자 "아직 덜 큰 성장형"을 강조할 것이고, 팬과 미디어는 고전적인 의미의 성장형 아이돌 개념과 관계 없이 그녀들이 계속 성장해갈 것이기에 "성장형 아이돌"이라고 부를 것입니다. 그리고 저도 QWER이 작사 작곡까지 훌륭히 해내서 이런 쪽으로도 시비가 걸리지 않을 그 때까지는, 계속 그녀들이 성장형 아이돌이라는 우산 아래 비를 피하며 활동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저는 <내 이름 맑음>을 중심으로 한 페이즈 3 활동이 끝날 즈음이면 QWER은 다른 밴드들과 다름 없는 뮤지션으로 인정받을 것이고, EBS <스페이스 공감> 등에 출연하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팬과 가수가 모두 업그레이드된 상태에서 출발하여 2024년 내내 이어질 페이즈 3! 저도 변함없이 지켜보고 함께 할 생각입니다.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현생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겁게 덕질하며, QWER과 동반성장합시다! 알이즈웰!  

[엇, 이거 읽고 마젠타 최애로 또 법진이 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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