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WER 2025년 10월 3일 금요일 콘서트 후기 (3)
https://brunch.co.kr/@joogangl/727
(지난 편에 이어)
화려한 <고민중독> 무대가 끝나고 잠시 암전 된 뒤 돌아온 QWER. 흰수염고래를 닮은 큐떱호 위에 선 그녀들은 큐떱카에 이은 큐떱호를 바위게들에게 자랑스레 알린 뒤, <가짜 아이돌>을 통해 '자기소개'로 들어갔습니다.
제가 A구역 140번 대에 자리한 까닭에, 이 날은 마젠타를 계속해서 올려다보게 되었는데요. 전 세계에서 가장 흥이 넘치고 팬 서비스가 강한 베이시스트가 아닌가 합니다. QWER 라이브 무대의 즉흥성은 확실히 젠타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보컬인 시요밍의 활달함과 엉뚱함 또한 젠타 못지않지만, 그녀는 기본적으로 숨 쉴 틈 하나 없는 QWER 노래를 계속 불러야 하기에, 팔다리를 자유롭게 놀릴 여유가 없죠. 히나의 경우, 특유의 고양이 미모를 발산하지만, 무대 위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인다기보다는 가만히 서서 집중하는 편이죠.
반면에 마젠타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덩실덩실 춤추는데, 이런 그녀의 활달함이 QWER 무대에 역동성을 더합니다. 또한 댄스 아이돌과는 달리, 밴드 멤버인 마젠타는 칼군무가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몸치임에도 불구하고, 마음껏 팔다리를 놀릴 수 있죠.
또한 이번 QWER 단독 콘서트에서는 4인 멤버들이 바위게들 하나하나를 모두 눈에 담으려는 간절함이 돋보였습니다. 팬사인회에서도 AI 같은 기억력을 자랑해서 바위게들을 결국 다시 오게 만드는 마력의 천마 젠타. 그녀는 그 바쁜 퍼포먼스 와중에도 끊임없이 '젠타 존'에 자리한 바위게들을 내려다보며,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쳤습니다. 그래서인지, A구역 1번에서 100번 대에 있던 고인물 바위게들은 이날 뒤풀이에서 다들 "젠타가 나를 쳐다봤다. 젠타가 나에게 윙크했다!"라고 외쳤습니다. 흠... 저러다 싸우겠네. 나이 먹고 저게 무슨 짓들이람, 엣헴! 그런데 나, 나도 젠타가 내게 윙크한 것 같은데...
<가짜 아이돌> 무대가 끝난 뒤, 바위게들이 정말로 기대했던 <검색어는 QWER> 무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코인 없는 코인 노래방> 콘텐츠에서 히나의 '스쿨존 창법'이 폭발한 바로 그 노래. 이 노래는 냥뇽녕냥 히나의 것입니다. 바위게들은 미리 짜기라도 한 듯, "탭, 탭, 탭, 탭!"을 떼창하며 전율을 느꼈습니다. "아니, 아무리 들어도 히나 목소리는 적응이 안 된단 말이죠. 사람 목소리가 어찌 저리 귀여울 수 있죠?"
요즘 AI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우려가 높죠. 그런데 우리 히나 목소리는 AI보다 더 AI 같단 말이죠? 심지어 얼굴도 만화책을 찢고 나왔죠. AI조차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Beyond AI 휴먼', 바로 QWER의 기타리스트 장나영 되시겠습니다!
<검색어는 QWER>의 경우, 안무 또한 귀염뽀짝한 것이 치명적이었습니다. 안무 선생님께서 '이래도 귀엽다고 안 느낄래?'라고 작정하고 짜준 모양입니다. 특히 시요밍의 "오케, 오케"와 "어때, 어때" 파트 안무는 정말 한숨이 나올 정도로 귀여웠습니다. 그런데 안무 숙지가 제대로 안 된 탓인지, 멤버들 간에 딱딱 맞지는 않았습니다. 일요일 마지막 콘서트 때는 훨씬 좋아졌더군요. 하지만 원래 QWER 군무는 뚝딱거리는 맛에 보는 거죠.
다만 아쉬운 것은 QWER에서 '춤신춤왕'을 담당하는 리더 쵸단이 항상 앉아 있다는 점이죠. 그 때문에 맏언니 젠타가 춤 못 추는 이미지 독박을 쓰고 있는데요. 4명이 동시에 춤을 추는 곡이 나온다면, 쵸단과 젠타의 춤 대결(?)이 매우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검색어는 QWER>은 뜻밖에 베이스 맛집이더군요. 라이브 무대에서야 그 점을 실감했습니다. QWER 메인 작곡가인 이동혁이 베이시스트인 까닭에, 그녀들의 곡은 베이스가 강조되는 경우가 많죠. 이 베이스란 놈이 한 번 맛을 들이면 도무지 헤어 나올 수가 없단 말이죠. 앞으로 젠타의 성장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lQJjF_6VCE
<검색어는 QWER> 무대가 홀린 듯 끝난 뒤, 오랜만에 <수수께끼 다이어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수수께끼 다이어리>와 <디스코드>가 담긴 데뷔 앨범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제이팝과 케이팝이 절묘하게 결합된 그 앨범은 QWER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전 세계를 통틀어도 달리 없기에, 정말 신선했죠. 최근 타이틀곡인 <눈물참기>나 10월 6일 공개된 <흰수염고래>의 경우, 전형적인 한국 락 발라드인데요. QWER의 음악을 '무난하게' 만들지 않기 위한 프리즘필터의 고민은 앞으로 큰 숙제가 될 듯합니다.
<수수께끼 다이어리> 무대가 끝난 뒤, 이번 단독 콘서트의 콘셉트를 알리는 VCR이 상영되었습니다. 초절정미녀들이 근무하는 <큐떱투어> 여행사에 파견 나간 '돌' 사원. 그러나 '돌 사원'은 회사 분위기와 업무에 적응하느라 항상 힘듭니다. 히나와 시요밍은 막내 사원을 타박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던 동기 쵸단은 6시가 되자 하던 말을 멈추고 귀신 같이 칼퇴근해 버립니다. 객석에서는 장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심지어 시요밍 선배는 야근할 서류를 던져주었고, 돌 사원은 불이 꺼진 사무실에서 일하다 밤늦게 퇴근하여 거리를 방황합니다. 돌 사원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To be continued'라는 문구를 남긴 채 끝난 영상에 이어, 멤버들은 고급진 하늘빛 운동복으로 의상을 바꿔 입고 걸어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울리는 "미, 도, 레, 솔" 네 번의 종소리! 우리은행 틴틴카드 CM송으로도 유명한 <메아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메아리단인 저는 또 하늘로 치솟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는 시요밍과 히나의 퍼포먼스가 돋보였습니다.
이제 시요밍은 <메아리>의 고음 파트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유롭게 소화했습니다. 히나 솔로 파트의 경우, 지난 1월 25일 첫 번째 팬 콘서트에서 최초 공개되었는데요. 그때에는 상당히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단독 콘서트 때에는 솔로 연주를 하면서 무려 객석을 바라보기도 하더군요.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겠지요. 단독 콘서트를 통해, 4명의 멤버가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메아리> 다음 무대는 <자유선언>이었는데요. 이번 단독 콘서트를 통틀어 손에 꼽힐 만큼 인상적인 인트로로 시작했습니다. 기타와 베이스 멤버가 전면에 나서, 대결을 펼치듯 연주했는데요. 특히 마젠타가 허리를 뒤로 꺾으며 베이스 넥을 수직으로 세워 연주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젠타야, 그러다가 허리 부러진다! 뒤로 넘어지면 어떻게 해!" 하지만 어림없죠. '고무고무 루피 젠타'는 3일 공연 모두 멋지게 해냈습니다!
이어진 <사랑하자> 무대에서도 젠타는 성숙미를 뽐내며 스테이지를 장악했습니다. 이날 새로운 편곡으로 선보인 <사랑하자>는 현저히 느려졌는데요. 이 때문에 평소 BPM으로 "어이! 어이!"를 외치려던 바위게들이 다소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듣고 저렇게 들어도 명곡임에는 변함이 없죠.
이렇듯 신나게 달렸으니, 또 잠시 쉬어야겠죠. 멤버들의 정식 개별 소개 및 이번 콘서트의 콘셉트 소개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이번 단독 콘서트의 타이틀인 '락케이션(Rockation)'은 락(roc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입니다. QWER의 락 음악을 통해 전 세계 팬들에게 휴가를 선물하고 싶다는 의미이죠.
QWER은 공연장을 가득 메운 바위게들에게 "락케이션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라고 질문했는데요. XL 수컷 바위게들은 계속해서 "슬램!"을 외쳤습니다. 4명의 멤버들은 애써 못 들은 척하며, 댄스와 떼창 등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버스킹과 페스티벌에서 '슬램' 맛을 알아버린 수컷 바위게들의 머릿속에는 S.L.A.M.이라는 네 문자만 떠다녔습니다. 결국 바위게들은 무려 본 공연이 끝나고 퇴장하는 시간에 자체적으로 슬램을 하는 진풍경을 연출합니다. 이 외에 형형색색의 응원봉 파도타기도 참으로 멋졌습니다. 팬 콘서트 때도 파도타기를 했지만, 그때는 응원봉이 없었죠. 참으로 감개무량합니다.
아울러 이런 멘트를 하는 와중에, 마젠타는 "어디서 좋은 향기가 나지 않나요?"라고 물었습니다. 3일 내내 반복된 이 멘트는 비누와 향수 회사 러쉬(LUSH)가 이번 공연에 협찬했다는 뜻을 담고 있었죠. 저는 금요일 첫콘 때 A열 앞쪽에 있다 보니, 향기를 제대로 맡지 못했는데요. 일요일 막콘 때 C열 30번에 있다 보니, 러쉬의 향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러쉬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과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등 쟁쟁한 축제에 참여 중인데요. 한여름 야외에서 뛰어노느라 땀으로 범벅이 된 페스티벌 마니아들에게 환영받았습니다. 현명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여겨집니다. 이제 QWERx러쉬 콜라보 제품을 출시해 준다면, 러쉬는 새로운 시장(남성 마켓)을 개척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공연의 재개에 앞서, QWER은 바위게와 함께 <내 이름 맑음>으로 떼창 연습을 했습니다. 그런데 멤버 4명의 이름을 외치는 응원 다음에 젠타는 "눈물참기! 큐떱이알!"을 잘못 외쳐서 공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이쯤 되면 그녀가 헷갈려서 실수했는지, 일부러 웃기려고 그랬는지 알기 어렵네요. "아무려면 어때, 예쁘면 됐잖아? 한 잔 해!" 자, 그러면 이어진 무대가 바로 세번째 앨범 타이틀곡인 <내 이름 맑음>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급식 바위게'들의 원픽인 <소다> 무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