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알이즈웰입니다.
QWER이 데뷔한 2023년 10월 18일 전후로 한국 음악 신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일본에서는 걸밴드 애니메이션인 <봇치 더 록!>이 방영되면서 한일 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어서 2023년 2분기에는 일본 굴지의 걸밴드 프랜차이즈인 <뱅드림>에서 세대교체를 선언하며 '마이고'라는 걸밴드 애니메이션을 내놓았습니다. <마이고>는 13화로 완결되었고, '마이고' 밴드와 깊이 연관된 <아베무지카>라는 걸밴드 애니메이션이 다시 2025년 1분기에 방영되었죠. 그리고 2025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뱅드림 인기 걸밴드인 '로젤리아'가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첫 뱅드림 내한 공연을 가집니다. 뱅드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소속사 '부시로드'의 한국 진출에 속도가 붙는 느낌이네요.
걸밴드 애니메이션 성우들이 실제로 밴드를 결성해서 월드투어를 도는 것이 뱅드림 프로젝트의 특성이라, 앞으로 한국에서 더 많은 뱅드림 성우 걸밴드를 만나볼 수 있겠죠. 뱅드림 프로젝트는 이미 한국에 많은 팬들을 확보한 상태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2024년 2분기에는 3D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걸밴드 애니메이션 <걸즈 밴드 크라이>가 방영되었죠. 2024년 말 한국에서 개최된 한일 양국 뮤지션들의 축제인 [원더리벳 페스티벌]에서는 <걸즈 밴드 크라이>의 성우 밴드인 '토게토게'가 내한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죠. 이들은 QWER과 유튜브 영상을 찍기도 했습니다. 2025년에는 <록은 숙녀의 소양이기에>라는 과격한(!) 걸밴드 애니메이션 또한 방영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일본에는 수많은 걸밴드 애니메이션이 존재하며, 이들은 수십 년 간 쌓인 노하우를 통해 치밀하게 작품을 성공시키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본사의 발표에 따르면, 넷플릭스 전 세계 사용자 중 50% 이상이 일본 애니메이션(아니메, anime)을 시청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성장하는 세대 인구가 많을수록, 향후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걸밴드 애니메이션의 경우 또한 예외가 아니죠. 현재 한국은 애니메이션 주제곡 중심으로 제이팝이 유행 중입니다. 이런 대세는 분명히 걸밴드 관련 국내 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https://www.cineplay.co.kr/ko-kr/articles/19531
QWER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민감하게 캐치한 시대적 산물입니다. <봇치 더 록!>을 근간으로 했으며, 제이팝을 겸한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고 있죠. 또한 걸밴드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를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이뤄냈으며, 억지로 만들어낸 서사가 아니라 수많은 오해와 역경을 이겨내는 성장형 서사를 몸소 보여주었죠.
사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는 '성장형 서사' 예능이 크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골때녀>나 <야구여왕>, <신인감독 김연경> 등이 거듭 성공하고 있죠. 장소만 바꿔 가며 먹고 또 먹는 '먹방' 예능, 남들 사는 것을 여러 명의 MC가 둘러앉아 평가하는 '관찰형 예능' 등에 질린 시청자들은 이제 열정을 가득 담은 성장형 서사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성장형 서사가 큰 인기를 끌고 있죠. 케이팝 신에서는 그런 이유로 QWER이 성장형 여성 밴드의 상징이 되었고요.
그리고 QWER의 성공을 지켜본 여러 여성 뮤지션들이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펼치기 위해, 걸밴드에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그 가운데 '레이턴시'라는 걸밴드를 소개하고, QWER과의 연관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레이턴시'는 2025년 10월에 최초 공개된 한국의 5인조 걸밴드입니다. 대부분의 멤버들은 놀랍게도 전직 댄스 아이돌입니다. 전문 기타리스트인 희연(뚱치땅치)을 제외한 나머지 4명 멤버의 아이돌 경력을 합치면 무려 40년입니다! 아이돌 계약 기간이 통상적으로 7년임을 감안하면, 이 멤버들이 얼마나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있을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우선 드럼을 맡은 현진은 '이달의 소녀'의 서브 보컬 출신입니다. 리듬 기타를 맡은 지원은 '시그니처'의 리드 보컬 출신이죠. 키보드를 맡은 하은 또한 '시그니처'의 초창기 멤버였는데, 당시 메인 보컬이었습니다. 베이스를 맡은 세미도 '시그니처'의 멤버인데, '시그니처'와 '레이턴시' 두 곳에서 모두 메인 보컬입니다. 마지막으로 합류한 리드 기타 '희연'은 QWER 히나의 기타 선생님이자 뛰어난 기타리스트로도 유명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과거 걸그룹에서 '메인 보컬'을 맡았던 멤버들이 다수라는 점입니다. 모든 멤버가 보컬에 참여하고 드러머를 제외한 전원이 메인 보컬 급인 '데이식스'와 마찬가지로, 레이턴시는 전 멤버가 보컬이며 메인 보컬이 다수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레이턴시는 메인 보컬만 3명을 둔 특이한 구조입니다(지원, 하은, 세미). 이는 메인 보컬이 1명인 QWER과 다른 색깔의 음악을 레이턴시가 선보일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는 매우 현명한 전략입니다. 음악 광팬이 아닌 일반 대중은 대중 가요의 '악기 연주 실력'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노래방 공화국'인 대한민국은 온 국민이 가수죠. 가창력만큼은 이를 악 물고 평가합니다. 이 때문에 악기 실력이 부족해도 메인 보컬 여러 명이서 가창력으로 승부하면, 라이브 무대에서 여타 결점이 티가 나지 않습니다. QWER 또한 데뷔 초반 부족한 악기 실력을 시요밍의 '보컬 차력쇼'로 메꿨죠.
https://www.youtube.com/watch?v=H57WXfATauc
2025년 10월 15일에 레이턴시의 첫 동영상이 공개되었을 때, 저는 일본 여성 뮤지션에 깊은 조예가 있는 '스파이크'와 함께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드디어 QWER에게도 같은 장르에서 활동하는 동업자이자 친구가 생겼거든요!
우선 QWER과 레이턴시는 절대로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겠습니다. QWER과 레이턴시는 서로의 파이를 갉아먹는 승자독식의 관계가 아닙니다. 이 두 팀은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걸밴드'라는 새로운 장르를 함께 창조하는 '파이오니어(개척자)'입니다.
QWER이 혼자서 아무리 노력해도 '걸밴드'라는 장르와 시장이 형성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레이턴시'가 가세함에 따라, 이제 '걸밴드'라는 장르와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다수의 걸밴드가 있어야만 본격적인 판이 만들어질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더욱 많은 걸밴드들이 등장하면 그 안에서 스타 밴드와 스타 뮤지션이 여럿 탄생할 것이고, 다른 걸밴드 또한 함께 주목을 받고 인기가 올라갈 것입니다.
현재 전 세계 어디에도 '걸밴드' 시장은 형성되어 있지 않죠. 게다가 현재 케이팝은 댄스 음악으로 장르가 제한됨에 따라 창조력의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양적으로는 부풀어 오르고 있지만, 음악적인 새로움과 신선함은 보기 어렵죠. 걸밴드는 케이팝의 장르적 확장에 기여할 것입니다. 또한 K걸밴드 시장이 곧 세계 걸밴드 시장의 알파이자 오메가가 될 것이기에, 천하를 호령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K걸밴드는 아이돌을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 국가의 여성 락밴드와는 크게 차별화될 것입니다. 기존의 20세기 영미 밴드 스타일 걸밴드는 대중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에서 엄청난 파워를 보여준 케이팝 여성 뮤지션들은 아이돌을 겸한 걸밴드를 하면서 여타 국가가 따라오지 못할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것입니다. 저는 벌써부터 <케이팝 데몬 헌터스 2>에서 헌트릭스의 동료로 케이팝 걸밴드가 등장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레이턴시 또한 전직 케이팝 댄스 아이돌들이 모인 팀이라는 점에서, 세계 어느 걸밴드도 지니지 못한 개성과 장점을 지니고 있어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2025년 10월 24일 위버스 라이브에서, QWER의 리더인 쵸단은 '레이턴시'의 데뷔를 축하했습니다. 2025년 대한민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밴드 아이돌 또는 아이돌 걸밴드를 하다가 비로소 함께 할 동료를 만나니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QWER 혼자서 '아이돌 걸밴드'라는 새로운 시장 및 장르를 꾸려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조건 판이 커지는 편이 나으며, 제가 보기에 레이턴시의 걸밴드 도전은 두 팀 모두에게 '메가 플러스'입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mNDVwoxWYk
한편 저는 '바위게 또한 이런 점들을 제대로 의식하고 있다'라는 점에서 크게 감탄했습니다. 레이턴시의 첫 영상이 10월 15일에 공개되었을 당시, 수많은 바위게들이 응원의 댓글을 달았거든요. 지금은 영상이 공개된 지 오래되어 다양한 댓글들이 많이 보입니다만, 10월 15일에서 16일 사이에는 그야말로 70% 이상이 바위게가 단 댓글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죠. "지나가는 바위게입니다"로 시작하는 응원의 댓글이 계속해서 늘어날 때마다, 제 가슴도 뛰었습니다.
우리는 여러 아이돌 팬덤들이 다른 아이돌들을 매장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악랄한 수법을 써왔는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목격했습니다. 심지어 같은 기획사 아이돌을 파묻으려는 아이돌 팬덤도 있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 말이죠. 남자 아이돌 팬덤 간의 경쟁도 극심했지만, 실질적으로 피해를 보았던 것은 여자 아이돌의 경우가 훨씬 많았죠.
이와 같은 기존 댄스 아이돌 팬덤 문화와는 달리, QWER 팬덤인 바위게는 레이턴시의 등장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었습니다. 전 세계 걸밴드 팬덤 문화를 아예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바위게인지라, 이번만큼은 기존과 달리 제대로 방향을 잡고 싶었던가 봅니다. 사회 경험이 풍부한 아재들이 다수인 바위게 팬덤인지라, '질투'나 '왕따' 등의 개념과는 친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25년 11월 28일에 공개된 '댓글 읽기' 영상에서 레이턴시 멤버들은 "지나가는 바위게 님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댄스 아이돌이 되기 위해 오랜 연습 시간을 거쳤고 댄스 아이돌로 데뷔해 다년의 경력을 쌓은 그녀들. 얼굴이 많이 알려진 상태에서 밴드 멤버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녀들의 과거 팬들도 아닌 옆 밴드의 팬덤이 이토록 열심히 응원을 해주니, 충분히 감사할 만하죠. 이런 가운데 드디어 11월 17일, 레이턴시 5명 멤버들은 팬들 앞에서 첫 번째 월말평가를 치르게 됩니다.
(다음 글에서 계속)
https://brunch.co.kr/@joogangl/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