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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산코끼리 Dec 25. 2022

희망퇴직

솔직히 무엇부터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이 글은 대략 1년 반 정도 이후에 내가 맞이할 결과에 따라서 새로운 내 인생의 아름다운 시작점에 남긴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실 나는 시작점에서 이미 정해진 방향으로 조금은 걸어왔다. 그리고 그 방향을 정하는데 걸린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오늘은 어떻게 이 여정이 시작되었는지를 간략히 남겨보고자 한다. 

지금 시점에 그 시작점에 대해서 글을 남겨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이 느낌은 지워질 것이고, 꽤 긴 시간의 여정을 진행하는 동안에 처음의 마음은 잊혀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11월 초에 회사에서 희망퇴직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2년 전에 있었던 Version 1과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Version 1 희망퇴직 때는 사실상 많은 사람을 '찍어서' 내보내는 형식이었다. 그 때는 내가 '찍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뻐했었다. 살아남았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1000여명의 임직원 가운데 약 400명을 희망퇴직의 목표로 삼았다. 사실상 둘 중에 한 명은 나가줬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나는 회사 안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 확신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내가 살아남는 것과는 별개로 회사가 살아남지 못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아야 했다. 내가 속한 한국 연구센터는 미국 본사에서 보기에는 돈만 먹는 골칫덩어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결심을 했다. 언제까지 회사라는 울타리 속에서 느끼는 안정감이 나를 만족시켜줄 수는 없었다. 지금 살아남는다고 해도 언젠가 다시 이 고민을 해야한다. 그리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새로운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방향을 바꾸는데는 더 많은 에너지와 희생이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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