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영 Apr 19. 2024

10시 40분

시간은 흐르고, 아무 방점도 찍지 않으면, 결국 어떤 것에도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다.



어디에 방점을 찍고 사느냐에 따라 인생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흘러간다. '삶'에 방점을 찍은 이에게 '죽음'은 삶의 끝지점일 뿐이며, '죽음'에 방점을 찍은 이에게 '삶'은 번거로울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디에 방점을 찍었는가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거기, 무수히 많은 좌표 지점 가운데 바로 거기에 대체 무슨 이유로 방점을 찍었는가 하는 것이다. 무엇이 당신을 끌어당겼는가?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바로 거기에 방점을 찍게 만들었는가?


시간도 마찬가지다. 오후 12시 이후 시간을 13시, 21시 등으로 명명하지 않은 이상, 우리는 하루 두 번 같은 숫자의 시간과 마주한다. 당신의 하루는 어느 시간에 방점을 찍고 굴러가는가? 아침인가, 저녁인가?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인가, 홀로 고요히 자기 안으로 침잠하는 시간인가?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것일 뿐 별다른 의미 없는 숫자 구분에 불과한가, 아니면 시간을 잣대 삼아 당신의 다른 일상들마저 철저히 구획하고 있는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나면, 그것은 이내 특별해진다. 지금까지는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것을 바라보는 눈이 생기고, 눈에 담은 새로움으로부터 일상에는 생기가 돋는다. 감각에 한껏 예민해진 마음은 설렘에 펴지고 아픔에 구겨지지만, 펴졌다고 좋고, 구겨졌다고 나쁠 것은 없다. 기민하게 반응하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야 말로 내가 '온전한 나'로 살고 있다는 증명이다.


밤 10시 40분. 거기에 방점이 찍히자, 불현듯 그 시간은 의미를 담고 내게 와 특별해진다. 반드시 10시 40분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의미를 부여하기로 결정한 마음은 결국 그 시간을 위대하게 만들었다. 무미건조한 일방향, 일직선의 나날에서 건져 들어 올려진 의미가 삶을 무한히 팽창시킨다. 그 시간을 오롯이 감각하는 내가 더불어 확장된다. 의미 자체에도 생명력이 깃들어 오전 10시 40분에도 특별함을 낳는다.


어쩌면 삶이란, 우리가 날마다 만들고 발견한 아주 작고 작은 의미가 확장되어 만들어지는 것. 그저 주어지고 끝나는 무엇이 아니라, 다듬고 빚고 어루만지고 쓰다듬으며 나아가는 것. 하루 2번, 돌아보고 내다보는 시간으로 규칙과 리듬이 생기고, 의미와 함께 특별함으로 나아간다. 매일이 이럴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커다란 행복, 아주 커다란 행복.




       





 

작가의 이전글 패스트 라이브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