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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에타 Mar 11. 2023

숨이 안 쉬어질 만큼 답답할 때, 나를 위한 혼맥타임

이슬아‘가녀장의 시대’ 에서 타이틀만 빌려서

  설상가상

언젠가는 올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나이가 드시고, 건강이 안좋은 곳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그런 일들. 조금은 나중이라 생각했다.

 남편 없이 혼자 일하며 아이를 키우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서 함께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느날 새벽, 응급실을 가야 하는 상황에도 난 불효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 자는 아이를 억지로 깨워 응급실에 가더라도 보호자로서 들어갈 수도 없고, 난 그저 카카오택시를 불러드리고 부모님만 움직이셨다. 가책에 들었지만 하필 그날은 혼자 출근하는 날이었다.

 

 부모님 두분 다 다른 날 각자 증상이 나타났지만, 결국 난 회사에 말하고 휴가를 낼 수조차 없었다. 내가 우리집 내에서 유일한 수입원이 된다면 가족돌봄휴가조차 수입절벽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런 걸 계산하는 내 자신이 너무 계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무너지면 채울 방법이 없었다.


 아버지는 뇌경색이 왔지만 그나마 다행히 통원치료 할 수 있는 정도였고 아버지는 당분간 회사를 갈 수 없었다. 계약기간 이후의 노후는 불확실해졌다. 지금은 다행히 증상이 호전되어 남은 회사생활은 하시고 재활을 위한 산책과 연습을 열심히 하시고 계신다.


  어머니는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왔는데 이런저런 일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더니

부정맥 검진결과가 나와서 큰병원에 가게 되었다. 다행히 약 복용과 지속적인 식단관리로 심장쪽이나 혈관 쪽 문제는 추후 검사결과가 좋게 나왔다. 그런데 어느날 가슴통증을 심하게 호소하신 새벽 응급실에 가니 대상포진 진단을 받았다. 면역체계가 무너진 것이다.


  할머니할아버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아이에게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육아하라고 차마 말할 수는 없었다. 훈육과 과정 사이에서, 나는 일을 해야하고 아이는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응급실을 가야 하는 그 새벽에도, 나는 칭얼거리는 아이와 함께 있으며 죄책감과 싸우고, 회사에 어떻게 이야기할지 더 최악은 어떻게 무너질지에 대해 생각하다가 무너질 뻔했다.


 다행히 처방약을 받고, 카카오택시를 타고 온 엄마는 그것만으로도 편하게 왔다며 고생 많았다고 연신 고마워하셨다. 우리 부모님은 두분 다 열심히 사셨는데 왜 노후가 이렇게 갑자기 변하고 부정적인 상황들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것일까.


 어찌됐든 엄마도, 아빠도 회복이 필요한 기간이고, 아이는 나의 관심과 사랑과 격려를 바라고 있다. 아이아빠가 아이와 보내는 격주의 주말 저녁 틈새, 퇴근 전 사이의 틈에 나는 나를 위한 숨쉴 공간이 잠시 필요해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이기적이지만 잠깐 숨을 돌려야 삶을 살아나갈 동력을 다시 얻는다.


 이 시간조차 사치임을 알고, 나를 포함한 가족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음에 한편으로 감사한다. 역행자라는 책을 읽으며 순리를 거슬러볼까 생각도 해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영역과는 너무 거리가 멀어보인다.


 이슬아의 ‘가녀장의시대’ 를 읽기도 했다. 그녀는 가녀장이지만 부모님을 고용?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만의 루틴과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나간다. 에세이와 픽션 사이처럼 보이는 그녀의 글은 사실적이면서도 소설적이고, 그녀의 통통튀는 매력에 질투가 나기도 한다.


 나라는 사람도 가녀장? 이 될 수 있을까. 아니 이미 굴려가고는 있지만 나는 착하기는 글렀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 이 시기를 바라보는 나는 어떤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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