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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NOTICE CLUB Apr 18. 2020

[Session 01]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TNC SESSION 01 @Moritzplatz  

더노티스클럽의 첫 번째 노티스는 1984년 밀란 쿤데라의 장편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입니다.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사람에 관한 철학적 담론을 담은 작품이자 위대한 현대소설로 손꼽히는데요. 지난 일요일, 저희 더노클은 각자의 방식대로 소설을 읽고 카페 모리츠 플라츠에서 첫 번째 선독후담 세션을 가졌습니다. 다소 추상적이고 어려웠던 만큼 이야기할 거리도 많았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 첫 번째 담론과 각자의 독후감 그리고 소설과 어울리는 플레이스트까지. 한 권의 책과 관련된 더노클의 세션을 공유합니다.

 

가벼움과 무거움

저희는 먼저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상징하는 '가벼움'과 '무거움'과 같은 이분법적 상징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토마시와 사비나를 가벼움으로, 테레자와 프란츠를 무거음으로 분류하는 여러 글과 영상을 보며, 우리는 과연 소설에 등장하는 네 인물을 위와 같은 이분법적 상징들로 나눌 수 있을지, 각각의 인물에 우리 자신을 대입해보며 담론을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행동하는 것들 중 50%이상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 어려운 극히 개인적인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옳고 그름으로 따진다. 마치 내가 무거운 사람인지 가벼운 사람인지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이분법적 사고로 나를 마주하며 한정 짓는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한 가지 상태로 단정 지을 수 없다. 내가 ‘무거움’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주체가 되지 못하고 어딘가 구석에 놓여있을 ‘가벼움’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속도의 차이다. 먼저 발현되느냐 아니면 축적되어 발현될 때를 기다리느냐. 한 가지 개념으로 나를 정의할 수는 있으나 그것이 나를 표현하는 단 하나의 방법론으로 정의되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공존의 세상에 놓여있다. 우리는 그 공존 속, 어디에 머무를 수 있을까.



우연과 필연

토마시와 테레자의 만남. 이때 테레자는 그 만남이 몇 십번의 우연에서 비롯된 필연이라 생각하며 그렇기에 토마시와의 만남을 운명으로 여기게 됩니다. 그러나 토마시에게 테레자는 수많은 여자 중 우연히 마주친 한 여성일 뿐이었는데요. 이렇듯 쿤데라는 두 사람의 만남에서부터 '우연'과 '필연'을 다루며 소설 내내 그에 대한 해석을 내놓습니다.  


사소한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 건 아마 중학교 시험 때 생긴 징크스 때문이다. 아침 식탁에 있던 미역국을 아무렇지 않게 먹고, 중간고사 OMR을 미루는 바람에 생일날을 제외하고, 미역국 냄새도 맡지 않게 되었다. 아마 그때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필연과 우연의 사건에 대해 판단하고, 해석하려고 하는 나의 모습 말이다.


필자의 말대로 인간의 삶은 마치 악보처럼 구성된다. 그리고 나는 우연의 의미를 해석하려 했다. 평범했던 내 일상에서 평생 먹기 싫은 음식이 생긴 것처럼, 악보같이 자유로운 공간에서도 음악이 끝맺을 수 있는 것처럼, 일상에  불편함을 찾아서 해석한 듯하다. 


인간의 삶이 한순간에 끝날 수 있다는 가벼운 존재라는 것을 소설 속에서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소설 속 신비로운 우연의 ‘만남’을 가끔 기대한다. 예기치 못한 순간의 기로에서 좋은 선택을 할 것 같은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삶은 가볍다, 무겁다 혹은 우연, 필연이라는 이분법적인 요소가 아닌 내 의지로 결정짓는 게 우리 삶의 우연이다.


우리의 담론

니체의 '영원 회귀 사상'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 소설은 1968년 체코에서 일어난 '프라하의 봄'이라는 역사적 사건 아래 놓인 네 인물의 인생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회적, 정치적 상황과 얽힌 그들의 신념과 사고를 통해, 그리고 그 안에서 치러지는 사랑을 통해 우리에게 인생과 관계에 대한 철학적인 담론을 던집니다. 


무거움과 가벼움, 우연과 필연. 이러한 대척점들의 의미를 해석하는 쿤데라의 글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어떤 태도를 가질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인생을 가볍게 여길지라도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의무와 당위성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풀어낼지, 앞으로의 삶과 그 안에 있을 무수한 사건들을 해석할 기준은 어떠할지. 사람은 살아가는 삶 속에서 필연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산다. 태어남과 동시에 시작되는 부모와의 관계, 커가며 맺게 되는 연인의 관계를 포함한 많은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삶을 바라보는 나 자신의 '기준'과 '중심'을 되돌아보게 한다.



MONTHLY TNC#1 : MONTHLY TNC는 노티스된 책을 읽으며 직접 들었던 음악들 중, 책과 어울리는 음악을 공유하는 더노클의 플레이리스트입니다. 


더노클의 첫 번째 노티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관한 음악들을 공유합니다. 리스트업된 음악과 전체 재생은 더노클 유튜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LIST UP

01. Lambert - Balcony Hotel(From 'Miss')

02. 강아솔 - 아름다웠지, 우리

03. 강아솔, 수상한 커튼, 이아립 - 우리의 만춘

04. David Bowie - Let's Dance

05. Floating Moments - Dive 

/ CURATED BY Z


06. Jaye P. Morgan-Can't Hide Love

07. Mac Miller-Woods

08. HYUKOH-Silverhair Express

09. Earth, Wind & Fire-That's the Way of the World

/ CURATED BY J


10. Gregory Alan Isakov-Big Black Car

11. Quatuor Ebene-String Quartet No.11 in F Minor, Op.95

12. Ophelie Gaillard-Concerto for 2cellos in G Minor, RV.531: I. Allegro

13. Cesar Franck-Prélude, Fugue et Variation, Op. 18: III. Allegretto ma non troppo

/ CURATED BY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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