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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Aug 18. 2023

기둥을 박았다

부제: 부산에 살아요 (1)

마음이 따뜻해지는 한 컷 한 컷이 있다.


눈을 들면 바다가 보이는 도서관에서(예를 들면 다대 도서관) 생계와 상관없는 책을(예를 들면 세계 문학 전집) 읽다가 졸다가 바다 한번 쳐다보다가 지루해지면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풍경...


비가 곧 쏟아질 듯 흐린 날에 제법 거센 바람을 거스르며 마치 어디라도 시간 맞춰 가야할 듯 바삐 그러나 실은 목적지도 없이, 오로지 바람을 맞기 위해서 하염없이 걷는 저녁...


따뜻한 라떼와 맛있는 생크림 조각 케익을 사이에 두고, 만나도 몸이 아프지 않은 지인들과 별 것 아닌 이야기에 까르르 몸이 젖혀지도록 웃는 장면.


가장 최근에 내 맘을 따뜻하게 해준 한 컷은 기둥이다.


오래도록 벼르기만 하다가 드디어 부산에 몸 눕힐 공간 하나를 마련했다. 그런데, 모든 수업을 화상수업으로 바꾼 뒤에 요  일년간 언니며 남편을 부추겨 자주 부산에 걸음하면서 제일 불편했던 것은 수업하는 동안 동행자는 마냥 조용히 있거나 방을 나가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남편은 불평을 말하진 않지만, 코를 골면서 잘 때마다 깨우기가 미안했고, 언니는 이제 내가 수업하는 날은 같이 안 가겠다고 선포를 했다^^.


물론 언제라도 방이 두 개 있는 곳을 얻으면 되겠지만, 그렇게 풍족하면 애초에 아무 걱정이 없을 것이다^^.


이번에  매입한 곳도 원룸이어서  공간이 한 덩어리라는 게 문제가 된다.

작은 공간이지만 과감히 수업할 곳을 부스로 만들기로 결정하고 폴딩도어 설치를 의뢰했다.

모델이 된 모습은 아래 사진이다.(사진: 아이에프 폴딩도어 창원지사 제품설명에서 퍼옴)

아직은 기둥만 박아놓은 상태인데, 기둥 하나가 박힌 사진이 꽤 흡족하다.

내 고향 부산에 기둥을 박았다.

이제 이곳에 든든히 서 있을 것이다.

짐짓 이렇게 선포하는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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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리는 사이,  시공이 끝났다는 문자가 왔다.

가서 보고 싶은 맘만 급하고

몸은 언제나처럼 서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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