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어부 Dec 26. 2016

인도를 노래하다

#32 하하하

하하하 (아우랑가바드)



세상일이 내 마음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우리가 사는 이곳엔

걱정과 짜증 슬픔 외로움 괴로움

좋지 않은 것들로 가득 차 있어요


생각해보니까

그게 전부 나에게로부터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웃어봤습니다

어설픈 동작으로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며 즐거워졌습니다


그때 알게 되었어요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진다는 것을요







공 과 사

간격은 넓고 크다

K.S 확인과 구분은 잘 해야 한다


2등이라 하면 서러웠을 파울로 버스는

내 집이다 싶을 정도의 안락함이 편안함이 있었다

(슬리핑 버스가 해봤자 거기서 거기라는 말은 로컬버스를 몇 번만 타봐도 안다)


인도라는 나라에 와서 돈이 아깝지 않음을 느낀 것은

짜이와 파울로 버스라는..


기대 이상의 돈값은 충분히 했고 장거리에 취약인 나의 목과 허리를 잘 잡아줬다는 것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잦은 멈춤과 덜컹임에

어림풋이 커튼을 걷어 바라보니 멀리서 미명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파이프 2개를 퉁퉁 부딪치며 아날로그 알람을 시작한다

모닝콜을 친절히 하는 바람에 비몽사몽 짐을 꾸려 허겁지겁 내렸다


어딜 가도 비슷한 느낌의 도시들

뿌네의 첫 느낌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아주 조금은 부지런해 보인다라는


개 산책하는 사람, 학교 가는 어린이, 라디오 방송국도 보였다


인도의 시작은 짜이입니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장거리에 흐뭇흐뭇 

우리도 짜이나 한잔하고 아침을 시작합시다


모든 게 탄탄대로 흐르는 듯

뿌네 버스터미널 앞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짜이 한잔 마시고 가려 앉았다


습관처럼 주머니에 손을 넣는데

허전하다


조금은 놀란 가슴으로 작은 배낭을 뒤지니

덜컹 내려앉는다


휴대폰이

없다..


어젯밤 

음악을 듣고 잠이 들었다가

버스 베개 밑에 그대로 두고 커다란 짐만 챙겨 나와 버렸다


아이고 바보야

도대체 어디다 정신을 파는지

인도에 와서는 당최 정상적이지 아니 일반적 이질 못하다



골동품처럼 오래된 전화기로

인도에선 음악만 듣고자 MP3 용도로 들고 온 것이다

미련도 없이 포기하려는데

(포기도 포기지만 여기는 인도야

없어져도 벌써 없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냥 액땜했다 생각하는 편이 나을 거라 판단했다)


친절한 내 일행들


세상 그런 법은 없다고

만약 없다 해도 시도해 봐야지

이곳이 인도이기에 더 찾아야 한다

힘을 보탠다


굳이 그렇게 수고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미 불은 붙어버렸다


버스 티켓 영수증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돌려서


결국엔 전화기의 행방을 찾았다

행방은 찾았지만 커뮤니티가 되지 않아 다시 한번 벽에 가로막혔다

영어가 되지 않는 버스기사와 힌디어가 되질 않는 우리로선 

최선책으로 짜이집 주위 영어가 되는 인도인을 섭외해서 통화를 다시 하고

릭샤와 쇼부를 치고 아침 댓바람부터 리얼 휴대폰 일병 구하기를 했다


시절 인연


골동품 같은 나의 전화기는 많은 수술을 했다

4번의 액정 성형수술과 3번의 카메라 눈 수술, 인터넷 뇌수술까지..

나만큼이나 생명력이 강한 놈이다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놈이 강한 거지


그렇게 그놈은 나에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모든 스침엔 흔적이 남는다


뿌네를 스쳐 지나려다

큰 에피소드와 교훈이라는 경험치를 얻고서 떠난다



종착점인 아우랑가바드로

또다시 오래된 고물버스에 몸을 싣고 덜컹덜컹 끝도 없이


그렇게 자고도 잠이 또 드는 나도 참 대단하다


바깥 풍경 속으로

남부와는 많이 달라진 풍경

더러운 건 여전하지만 덜 더운 느낌이 들었다


그나저나 5시간이 이렇게 길었나

최상의 파울로 버스에서 최악의 로컬버스를 탔더니

온몸에 바로바로 진동이 느껴지며 스포츠마사지가 필요가 없다


아프다


한참을 달리더니 기사양반 소변이 마려운지 갓길에 정차를 한다

틈을 놓치지 않고 담배를 찾느라 가방을 뒤적거리는데

오묘한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왔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느낌


뭐지. 뭘까. 뭐 없는데. 뭐지

아~ 

아람볼에 들어올 때 타타가 넣어준 바나나


그 바나나 하나는

이미 생명을 잃은 지 오래고

영혼은 뭉게뭉게 짓밟힌 지 오래며

살신성인하듯 많은 벌레들에게 일용한 양식이 되고 있었다


그것을 보기 전과 보고 난 뒤에 기분은 확연히 다르다

전해오는 냄새와 시각적인 효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그냥 딱!! 인도스럽다


하~ 오늘 완전 대박일세


화가 남을 넘어선 어이없는 헛웃음이 피어난다

하하하 제기랄 한참을 혼잣말처럼 욕을 하다 잠들었다

잠에서 깨어나

전화기를 한번 보고 헛웃음 한번, 가방 한번 보고 헛웃음 두 번 

짜증이 났다가도 어이없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내 마음이 기울어진건지 위태하다


잠들었다 깼다 헛웃었다를 몇 번 반복하고서야 도착한 아우랑가바드


뭐지. 뭘까?

이놈의 인도인들은 뭐 이래 남들에게 관심이 많고 찝쩍대는지


방어태세와 함께 공격 본능을 탑재하던 중


늘 릭렉스와 샨티 샨티를 외치던 타타님

피도 눈물도 없는 광전사로 돌변해 있다 


당신이 화를 내니 내가 작아지는구먼

감정 변화의 귀재는 나야 타타 내 거라고

이럴 때 보면 타타도 남자는 남자구먼 


샨티샨티


2조로 나눠 미친 듯 숙소를 뒤졌다

입구엔 150루피를 적어 놓고선 1000루피를 부르는 놈들

모두가 그렇다 사기꾼들


어깨는 짓눌려가고

날은 덥고 방은 없고 화가 난다

그리고

지쳐간다


이방인으로서의 자세


모두가 지쳐간다


엘로라에 가서 숙소를 정하자는 상남자 타타님

이곳의 사람도 동네도 싫다며 굉장히 예민해져 있다

그래 그럽시다


다시간 버스터미널

엘로라, 아잔타 관람시간 끝이라며 버스가 없다는 단호한 한마디


관람하겠다는 게 아닌데 버스가 없다는 것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는지 우리나라 정서로는 절대로 절대로 맞출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숙소를 정해야 하는데..

이미 이곳 거의 대부분의 숙소는 확인을 다 했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


잠시 들린 짜이집에서 이런저런 정보와 도움을 받고

친절하게 릭샤도 대절해주시고 숙소도 소개를 해줬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친절하신 호스트 덕분에

파울로 버스 못지않은 넉넉한 숙소를 잡았다

화장실과 창문에 틈이 많아 모기가 많았지만

똑같은 일상들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는다


정말 하루가 다이나믹 했다


한없이 피곤하기도 오랜만이다


이렇게 고생하고 침대에 누을 때면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하러 왔나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또 다른 생각은 그래도 결국은 많은 경험치를 얻고서 편안한 침대에 눕는다니

세상을 많이 가진 기분이 든다



간사하게도 모기 때문에 또 거슬리는 기분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매거진의 이전글 인도를 노래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