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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어부 Dec 22. 2016

인도를 노래하다

#31 같은 말 다른 뜻


같은 말 다른 뜻(맙사)



마지막 이라는 말은 

내가 아는 단어 중 가장 서글픈 말이다


마지막의 다른 말은 시작임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이라는 단어의 무거움과 서글픔은

시작이라는 단계로 넘어가기 전 중천과도 같은 것

다시는 오지 않을 그 어떤 것들의 시공간을 블랙홀 속으로

안녕을 하는 의식과도 같다


아름다운 마지막이 존재할까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나는 너에게 아름다움이라는

대명사가 되고 싶다


다시는 더 없을

시작으로







밤사이 짐을 하나둘씩 정리하고

아람볼 친구들과의 추억도 하나둘씩 정리한다


다른 어떤 곳으로 이동하기 전날이면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곤 했다


어둠 속 양을 세듯

창밖으로 별을 헤이다

어디지 모를 행성에서 잠이 들었다


안녕 아람볼


이른 아침 

빠진 물건은 없는지

빠진 기억이 없는지 확인을 한다 


아람볼에서의 마지막 아침식사

한 달 전 아람볼과 같은 장소 같은 시간 같은 메뉴 같은 종업원

변한 게 하나 있다면

내 마음이 아주 조금 변해있었다는 것



내가 익숙해서 떠나는 걸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참 바보스러운 마음이다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돌아온 숙소엔

일주일간 동거동락했던 친구들이 앉아 기다리고 있다


디테일한 커뮤니케이션은 안되지만 아쉬운 표정과 

눈물을 흘리는 액션을 하는 친구들 

딥 허그를 하고 풀어주지 않는 친구


모두가 알고 있는 슬픔은 슬픔이 아니다

아쉬움이지


숨은그림찾기



마지막 담배 타임을 가진다 

다 피고 나면 떠나는 걸로 

친구들도 슬로울리 

나 역시도 슬로울리 


침묵이 흐르고 끝도 다가왔다


슬프지만 어찌하겠는가 

모두의 여행이 다르고 

추구하는 스타일이 틀린 것을 

그래도 여행에서 헤어짐 만큼은 익숙해지고 싶지가 않다


어디서 급작스레 짐을 챙겨 나오는 타타와 올가

아우랑가바드에 같이 가잖다

조금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속으론 한결 마음이 든든했다


고카르나에 있을 때 일정을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북쪽으로 조금씩 올라갈 거라는 말을 했었다

괜찮으면 같이 가도 되느냐고 

문제 될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노 프라블럼, 와이 낫 이렇게 말한 것 같다


타타는 기억하고 있었다


얼떨결에 동료가 다시 생겼다


이젠 진짜 안녕. 친구들. 아람볼



아람볼에서 맙사로


맙사는 여전히 정신이 없다

흙먼지에 매연에 시끄러운 경적소리에 거지들까지 

아수라장이다


길을 막아서는 거지들을 뚫고서 버스 정보를 얻는다


아우랑가바드행 버스는 로컬이 없고 가격 또한 너무 비싸다

더 중요한 건 좌석이 없다는 것


뿌네로 가면 자리가 있을 수도 있다는 그 일말의 말을 듣고

뿌네행을 티켓팅 했다 (어쩔 수가 없으니)


그러면서 자기네들 사설 버스 자랑에 침이 마를 지경이다


나도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남인도에서 두 번째라면 서러울 파울로 버스


인도에선 내가 직접 보고 경험하지 않은 건

우선적으로 다 배제를 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한국의 정서를 이곳에 접목시키려 한다면 암 걸려 죽고도 남을지도 모른다는 잠정적 결론)


우린 동료


맙사 또는 맙푸사로 통하는 이곳은

여러 번 들러 본 적이 있다 (종합 환승지 정도로만)

허나 아무것도 없다

진심 아무것도 없다


밥도 먹고 차도 한잔 했으면 좋겠는데 

커다란 시장이 하나 있긴 한데

그게 전부


고아 지방의 중심부에서 환승의 역할만 할 뿐

정말 뭐가 없는 도시다


힘겹게 찾은 레스토랑은 우리의 조합을 보고

그곳은 손님이 올 것이라 자리를 옮겨 달라했다

뭐야 우린 손님으로 안보이니

그러더니 급작스레 문을 닫아야 한다며 

다른 곳으로 가서 밥을 먹으란다

몇 번을 이런 식으로 튕겼다

참 불편한 동네다

이게 맙사 스타일이다


결국 어디선가 식사를 하긴 했다

우리말고도 외국인들이 한 명 두 명씩 이곳으로 왔고

내 생각에 비슷한 경험을 하고 마지막으로 온 곳이 아닌가

그럴수록 여행자들은 뭉치는 법 


맙사는

스치듯 지나면 그뿐인 동네


지루하고 지루하던 시간을 공원에서 보내고선 시간상 티켓팅 장소로 간다

엄청난 인파가 있다

모두 장거리 슬리퍼들이겠다 


도착시간 8시 30분

30분이 지났는데도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인도스러움 


버스 예약 시간 안에 버스가 오지 않으면 뭔지 모를 불안감이 생기는 나는 한국사람

재차 확인을 하고 또 하고 조금 오래라는 시간이 지나고서야 위풍당당히 오는 버스


인도스럽다


10시간의 제법 긴 코스

이제와 처음 타보는 사설 버스는 새삼 인도스럽지가 않다

에어컨이 빵빵하고 안락하다

돈값한다


정말 지루하고 비루하게 보낸 시간

쓸 때 없는 경험은 없다

지친 이내 몸과 마음 최상의 버스에서 최고의 잠을 자겠다

말이 무섭게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버스는 등을 토닥토닥해주듯 자장가를 불러준다




안녕이라는 말

헤어짐이 될 수도

반가움이 될 수도


아람볼과 나의 친구들

안녕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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