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환생
환생(아람볼)
짧은 시간
파노라마처럼
소중한 모든 것들이
천천히 흘러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것이 곧 마지막이라는 것을
내 의지와 전혀 상관없는
발작이 일어난다
동태처럼 흐리멍텅
스티로폼 같은 두터운 막이 껴서
한 치 앞을 볼 수가 없다
뭐가 잘못돼도 너무 잘못됐다
그때에 나는 죽음을 보았다
죽어간다는 게 이런 것이라고 뚜렷하게
그 언젠가처럼
맥박은 300이 넘어가고
내 작은 심장은 활화산처럼 끓고
몸 구석구석은 허락도 없이 멋대로 경련이 일어난다
어처구니없게 내 의지로는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몇 번의 헛구역질과 구토를 하다
기도가 좁혀와 숨이 턱턱 막혔다
몸 또한 연소하듯 열이 오르기 시작한다
옷을 벗을 여력도 그럴 정신 또한 없었다
몸을 끌고서 샤워기를 틀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몰래 뭐라도 훔치다 걸린 듯
더 큰 요동으로 심장이 자꾸만 몸 밖으로 튀어나오려 한다
두 손으로 꾸욱 심장을 누르고
점점 옅어지는 호흡을 잡는다
제발 천천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시야에
스크린처럼 지난날의 기억들은
파노라마와 함께 지난다
짧아지는 호흡을 놓치지 않으려
정신만큼은 위태롭게 외줄을 타고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다
고통은 강력하게 온몸 구석구석 파고들었고
시간은 멈춘 듯이 아주아주 천천히 흘렀다
모든 게 힘에 겹다
끊기듯 기억이 붙어있다
그러다 정말 서서히 죽듯이
모든 것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멈췄다
어두운 곳을 더듬어 한참을 걸어
밝은 빛이 새어 나오는 곳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리고 누군가를 만났다
너무나 밝은 빛이라 눈이 부셔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와의 짧은 이야기를 끝으로
그가 다시 빛이 새어 나오는 문을 닫아 버렸고
나는 문밖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눈을 떴을 땐
너무나 아름다운 빛이 창틈 사이로 흘러들어왔고
지저기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천국의 노랫소리처럼 황홀했다
꿈처럼
눈물이 다시 흘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초점 없는 눈으로 창밖만 바라봤다
정말 정말 감사하다
눈을 떠서 볼 수 있다는 것, 볕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었는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고, 공기가 이렇게 달콤했는지
호흡할 수 있다는 것
힘은 없었지만 내 의지대로 팔다리가 움직이고
큰 열이 났었지만 구구단을 외울 수도 있을 만큼 정신도 말짱하고
늘 변함없이 곁에 있었다는
그 이유만으로
우리는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있을 때는 모르지 너무나 익숙했기에
너무나 자연스러웠기에
잃고 없어진 후에야
알았다
정말 소중한 것은
바로 내 곁에 있었다는 것을
살아 있음에
바라볼 수 있음에
만질 수 있음에
곁에 있음에
모든 순간순간들을 감사하자
나의 오늘은 누군가의 간절한 내일이었을 테니까
너라서 정말 고마웠다고
나라서 정말 미안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