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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어부 Dec 20. 2016

인도를 노래하다

#29 아바타

아바타 (아람볼)



매일이 똑같은 하루에

매일이 똑같은 사람들

매일이 똑같은 풍경을

매일이 똑같은 바람과

매일이 똑같은 바다에

매일이 똑같은 별들은

매일이 똑같은 기대를

매일이 똑같은 이곳은

매일이 똑같은 그대의

매일이 똑같은 아바타





대한민국 라면 만세를 외치며

포만감과 충만함에 깊은 잠에 들었건만

굉장한 악몽에 시달리던 몹쓸 하루의 연장이 시작된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길 바라며


어제와 다를게 하나 없는

오늘도 시작은 산토스네다


그윽하게 바라다 볼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행복이라는 것을


그곳으로 거닐어가던 해변은 

전날과 그전날과 다를 게 없는 

옅은 흔적들의 기억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멀리 보이는 산토스네의 간판을 보며

부처의 눈 보다는 판도라의 상자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전망이 꽤 괜찮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역시나 어제와 다를 게 없는 굉장한 속도의 인터넷

답답해 미쳐 죽을 수도 있지만 된다는 것 자체로 신비로운


나지막이 음악을 틀고 바다를 보고 있노라치면

어쩌다 인터넷이 열려있다는 것


참고 기다리면 된다

인도에선 인내가 갑이다


될 듯 말 듯

되는 듯 마는 듯

와이파이와 썸을 타다 보면 금세 점심때가 오지


한량처럼 바람이나 마시고

들어눞다 하늘이나 바라보고

엎드려 바다를 볼 때라치면

시간은 구름과 같은 시간으로 흘러간다

이렇게 평생 살다가 가도 여한이 없겠구나

(행복은 우리가 생각할 가치도 없던 것들 사이로 사사로이 지났던 모든 곳에 존재하고 있다)


어제와 똑같은 

매일이 똑같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닌 날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처럼


지나간다


숙소 입구 장승

타타와 리한나. 샤샤는 또 없다


숙소 앞 간이 테이블에 앉아

전날의 안녕을 고하고 담배를 태우던 중


타타 반얀트리에 점핑 점핑하러 가잔다

미리 보여주고 싶었는데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아서 말을 못 하였다고

이름도 심상치 않아 보이고 이 더운 날 점핑이라니 더군다나 컨디션이 좋아지길 기다렸다니 

오케이. 오케이. 할 일도 없고 어제 먹은 라면의 기운이 아직 남아있으니

(점핑 점핑하길래. 다이빙하는 곳이 있나 생각을 하고는 블루라군을 떠 올렸다)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타타와 또 다른 러시안 올가랑 동행을 한다


가는 길목에서 간단히 점심을 하고서 다시 거니는데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났건만 아람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헤이 프렌드

곤니찌와..

마리화나..


세계 어딜 가나

나에겐 헤이 곤니찌와 마리화나는 이제와 생활이 되었다

(나는 배낭여행 단 하루 만에 일본인과 약쟁이로 변신이 가능하다 웃프다 현실이)


아람볼의 할렘가를 지나면 숨은 비치가 나타난다


몇 번의 프렌드들을 지나치고

아람볼 최대의 할렘가를 지나면


너무나 아름다운 비치가 나온다

딱 수영복과 맞아떨어지지만 (반얀트리는 여기가 아니야)

이곳의 반대방향 커다란 호수가 하나 있는데

수영을 해서 지나면 반얀트리로 가는 길이 나온다

허나 이곳에 사람이 빠져 죽은 후에 길이 닫혔다고..


그러므로

순전히 걸어서 가야 된다는 것


점핑 점핑에 다이빙인 줄 알고 입고 온 수영복과 맨발..

조크였는지 낚인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모래는 뜨겁고

산길은 따깝다

고난의 연속


서로 놀라 기겁하는 뱀과 나를 만났고

인도의 국민 맥주 킹피셔의 알록달록 도어 새도 보고

바람에 서로의 몸을 부비는 나뭇잎들의 하모니

꿈속을 거니는 것만 같았다


당신은 언제부터 이곳에 계셨는가


몇 개의 갈림길과 몇 개의 계곡

몇몇 곳의 작은 벽들을 클라이밍을 하고서야 만난

거대한 나무


반얀트리


몽환적이라는 말밖에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첫 느낌은

다른 생각 없이 딱 아바타가 생각이 났다


가운데 작은 화로에선 꺼져가는 모닥불 씨가 남아 있고

주문 같은걸 외우는 늙은 할배에게 시주를 하고 한 자리씩 둘러앉는다

앉아 있던 사람들은 언제부터인지 모를 눈을 감고 명상하 듯 앉아 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앉은자리

새로 온 누군가가 큰 파이프를 준비 해더니 내용물을 가득 넣고 힘껏 펌핑을 한다

느낌적으로 마리화나임을 짐작했다

돌려가며 피우는데 너무나 행복해하는 사람들 거의 모두가 러시안이다

나의 차례가 돌아왔건만 굳이 그것이 없어도 이곳은 충분히 몽롱하고 몽환적이라

점핑을 했다 (타타가 말한 그 점핑이 이 점핑은 아닐 테지)

잠시간의 뿌연 연기가 흩어지고는 다시금 침묵이 흐른다


어제 타타의 설명으로 반얀트리 이곳에는

인도인들의 전설이나 마찬가지인 밥 말리와 지미 헨드릭스가 이곳에서 오랜 시간 기거하며

마리화나와 명상으로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그래서 그것들을 동경하는 많은 사람들이 다시 이곳으로 모여든다고

(마리화나와 명상만으로 커다란 인물이 될 수 있으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일게 분명하다)


아람볼에 러시안들처럼 오래 기거하지 않는 한 이곳의 존재 조차 알 수 없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스럽게 동양인은 없었다


나 역시도 희뿌연 연기가 흩어진 뒤 30여 분간 침묵으로 일관하며 눈을 감고 힐링을 했다

햇살이 따사롭게 나를 비추고 새들이 노래하고 나뭇가지들이 짧은 손짓으로 지휘를 하고

나뭇잎들이 지휘에 맞춰 노래를 부르니 이 어찌 좋지 않겠는가

(분명 아바타인들이 분명하다)


내려오는 길은 발도 아프지가 않다

사실 아프긴 하다만

그냥 좋은 맑은 생각뿐였다


단지 예쁜 바다일 뿐이라는 생각에

매일같이 바다만 바라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뜻밖의 힐링을 받고 새로운 경험이다


세상에나 이런 천국이 인도에 작은 마을에 숨어 있다니

믿기지가 않네 여기가 다시 또 좋아지는데 어떡하지


익숙해지면 떠나야 하는 게 여행자의 숙명인 것을


떠날 때가 되어가나 보다


어서 컨디션을 회복해야 돼

몸에 열만 식힐 정도만 하고 돌아와 샤워를 한다

여전히 평화롭고 안정된 기운이 흐른다

눈만 감아도 언제든지 잠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고 역시 중요하지만 

어떻게 쉬는지도 중요하지 않겠는가

컨디션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 

약한첩먹고 선풍기 밑에서 고요하게 잠이 들었다


아람볼에선

똑같은 공간에

똑같은 시간에

얼마나 지났는지 감각이 없다


샤샤와 리한나 젬배와 아쟁 같은 악기들을 들고 해변가에서 쿵작 쿵작하는 게 보인다


고카르나에서 아람볼로 들어올 때

나의 업보를 보며 놀란 눈으로 많이 도와줬던 샤샤

작은 동네에 있으면서 이제서야 얼굴을 본다


그때에 너무 고마워 맥주 한 병을 사겠노라 약속을 했었다

너무나 바쁜 샤샤이기에 때를 놓치지 않고 맥주 한잔 하자니

맥주보단 짜이가 낫겠다고 말한다



그래. 그럼 내가 짜이 한잔을 사지. 가자

 

무슨말이 통하길래 이렇게도 웃는지 지금생각해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즐거웠다는것 뿐


가는 날이 장날인지

아님 월래 시장인지 

대접한 짜이가 미안하다


인종은 달라도 입맛은 비슷하단 것을 알았지

그래도 맛있게 먹어주고 즐거운 시간 너무 고마웠어


들어가는 길 맥주 한 병을 사서 샀다

(레스토랑에 파는 맥주보다 일반 상점에서 파는 맥주가 더 비싼 이유는 아직도 왜 때문인지 모르겠다)


맥주만큼 좋은 약도 없다

시원하게 샤워하고 시원하게 목을 축였다


빈속에 알콜에 

약을 먹을지 말지 짧은 고민을 하다가

몇 가지의 약들을 맥주로 털어 넣고

부디 쾌차하길 바라며 침대 속으로 들어간다


이제 곧 떠나야 할 때인데

내일은 약의 힘을 빌어서라도

괜찮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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