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캐나다에 돌아가는 꿈을 꿔요. 돌아가다니. 나는 캐나다에서 태어난 사람도 아니며 2008년도에 고작 4개월 정도 그곳에 머물렀을 뿐이지만, 그곳에 다시 가고야 말겠다는 마음을 품은 지 벌써 13년이 되어가기에 '돌아가다'라는 말이 불쑥 나왔습니다.
어젯밤 내가 거닐던 토론토의 거리는 꽤 생생했어요. 늘 타던 버스를 다시 타고 싶어 꿈속에서 버스 노선표를 찾았습니다. 어학원에 가기 위해 항상 내렸던 지하철역에도 갔어요. 그 역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서인지, 꿈속에서도 역사의 이름이 명확히 보이지 않아 답답했습니다. 토론토에 수륙양용차가 있지는 않았는데, 웬일인지 어젯밤엔 수륙양용차를 보았고 그게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들더군요.
나는 토론토의 멋진 거리를 신나게 걸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 거리는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았는데, 캐나다라기 보단 유럽에서 본 거리에 가까웠습니다. 아무튼 꿈속에서는 벅찬 마음으로 걷고 또 걸었어요. '이쪽으로 걸으면 00가 있었는데...' 하면서요.
계속 걷다 보니 이번엔 버스정류장이 나왔습니다. 그곳에선 버스를 타야 했는데, 버스를 타지 않으면 아주 긴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야 했는데도 나는 계속 걷기로 결심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 시절 영어 공부 보단 걷는 일에 더 몰두했던 것 같아요. 어학원 수업이 끝나면 학원 근처를, 주말이면 홀로 시내나 관광지, 혹은 공원을 찾아다니며 걸었습니다. mp3에 담긴 256mb 분량의 음악을 들으며 토론토의 늦여름과 가을, 겨울을 계속 걸었습니다.
처음 보는 보랏빛의 노을, 엄청나게 잎이 넓은 단풍나무, 공원을 거니는 청솔모와 오리들, 이국적인 건물과 간판들, 화려하고 큰 빌딩들까지. 거리는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수많은 공간들도 탐색했죠. 도서관, 공공센터, 식당, 편집샵, 빈티지샵, 베이커리, 카페. 그 당시에 한국엔 없었던 ZARA나 h&m도 자주 들어갔어요. 먹고 싶고 사고 싶은 것도 많은 그 거리에서 내가 가진 것이라곤 시간뿐이었지만 당시엔 그저 좋았던 것 같아요. 원하는 것 대부분을 사지 못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난 휴대폰도 없었어요. 그래도 이상할 게 없는 때였죠. 토론토에 막 출시한 아이폰을 보며 신기해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올해는 토론토에 갔을지도 모르겠어요. 그 시절에는 못해서 아쉬웠던 것들을 마구 했을 거예요. 너무나 고급스러워 보여 들어갈 엄두를 못 냈던 학원 앞 빵집에 가서 브런치를 사 먹거나, 로렌스 마켓에서 먹었던 인생 베이글도 다시 먹고 싶어요.
늘 걷던 거리를 찾아가 스마트폰 지도를 보지 않고, 내 몸이 기억하는 곳으로 정처 없이 걷고 또 걷고 싶어요. 13년 전의 소진을 추억하며 그 거리를 걸으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