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하고 간 줄 알았는데 고객센터로 전화해서 집이 멀어 택배로 보내 달란 사람도 있다. (근데 왜 받는 주소는 다른 사람 집인 거죠?)
흔하디 흔한 휴대폰부터 시작해서 기상천외한 물건들까지 생각해보면 이걸 어떻게 두고 갔을까 싶은 신기한 유실물들이 나를 거쳐갔다.
새해가 시작되고 며칠 지나 포항 다이아를 탔는데 포항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종착 순회를 하다가 대게 박스 한 상자를 발견했다. 왜? 저 비싼 대게 박스를 나 같으면 끌어안고 내리겠지만 이해해보려 애쓰며 플랫폼에 잠시 두었다. 경추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던 탓에 같이 간 후배가 대신 갔다 오겠다며 유실물센터에 다녀왔는데 자기가 박스를 맡기고 돌아 나오자마자 대기 의자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조용히 다가가 열차번호와 해산물이라고 얘기하더란다. 승차자도 아니었고 유실물을 찾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흡사 택배를 찾는 사람의 모습이었다는 말에 디스크로 목도 겨우 가누면서 선반 위에서 박스를 끌어내려 플랫폼에 낑낑대며 내려놨던 내가 생각났다. 아니라고 믿고 싶다.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두고 내린 느낌이 든다면 역무실로 달려가 열차번호와 좌석을 얘기해주면 바로 승무원에게 연락이 온다. 이 경우 찾아보고 해당 역에 전화하는데 80프로 정도는 그 자리에 있지만 나머진 없는 경우. 알고 보니 가방에 혹은 집에 있을 수도 있지만 아주 적은 확률로 누군가 가져갔을 수도 있으니 본인을 탓하자.
정말 황당했던 유실물(?) 베스트는
두구두구두구두구 둥!!
아무리 급해도 커피는 받고 타야죠
울산역 드롭탑에서 음료는 안 받아온 건지
울산역을 출발하자마자 당황하며 나에게 이걸 건넨 그 학생은 밥이나 잘 먹고 다니고 있을까.
유실물은 아니지만 울산역으로 돌려 보내려면 유실물 처리를 해야 했기에 일단 유실물로 인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