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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자헌 Nov 20. 2022

산책

늦은 밤

누런 인절미 노견과

그의 친구가

평화로이 산책을


노견이 뒤뚱뒤뚱

몇 발짝 떼고 숨을 고르면

친구도 잔잔

한 걸음 따라가 곁을 채운다


나 그들에겐

넘어야 할 고비가 있으니

로 제과점 앞 횡단보도


둘은 꼭 새 신호 기다린 뒤

다시 초록불 뜨면

크게 숨 들이마시고

첨벙, 도로 위로 뛰어든다


노견은 어푸어푸

쉴 새 없이 발을 휘젓고

친구도 차영차

박자 맞춰 줄을 당긴다


초록불은 그리 너그럽지 못해

둘이 겨우 절반을 건너자

십, 구, 팔

보채기 시작하고


뒤늦게 뛰어든 사람들도

훌쩍 건너가 버려

칠, 육, 오

둘만이 남아


가만 다리던 차들마저

금방 쏟아질 살처럼

사, 삼, 이

조급해 하자


친구는 판 스퍼트

노견의 엉덩이를 밀

일, 일의 반, 일의 반의반

힘을 보탠다


그리 가까스로

완주한 둘은

퉁퉁

 퉁퉁


노견의 누런  두드려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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