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누런 인절미 노견과
그의 친구가
평화로이 산책을 한다
노견이 뒤뚱뒤뚱
몇 발짝 떼고 숨을 고르면
친구도 잔잔히
한 걸음 따라가 곁을 채운다
하나 그들에겐
넘어야 할 고비가 있으니
바로 제과점 앞 횡단보도
둘은 꼭 새 신호 기다린 뒤
다시 초록불 뜨면
크게 숨 들이마시고
첨벙, 도로 위로 뛰어든다
노견은 어푸어푸
쉴 새 없이 발을 휘젓고
친구도 영차영차
박자 맞춰 줄을 당긴다
초록불은 그리 너그럽지 못해
둘이 겨우 절반을 건너자
십, 구, 팔
보채기 시작하고
뒤늦게 뛰어든 사람들도
훌쩍 건너가 버려
칠, 육, 오
둘만이 남아
가만 기다리던 차들마저
금방 쏟아질 물살처럼
사, 삼, 이
조급해 하자
친구는 막판 스퍼트
노견의 엉덩이를 밀어
일, 일의 반, 일의 반의반
힘을 보탠다
그리 가까스로
완주한 둘은
퉁퉁
퉁 퉁퉁
노견의 누런 등 두드려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