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경재 Aug 25. 2024

아버지의 다이어트

시간(詩間) 있으세요?

# 아버지의 다이어트


아버지는 며칠 째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깨끗한 물 몇 모금만으로

가벼워지셨다


늦가을 느티나무 잎사귀처럼

길섶에서 뼈를 부비며 신음하는 억새처럼


몸 안의 찌꺼기, 당신 것이 아닌 이물들

독하게 도려내었


기말고사를 앞둔 어느 새벽

물안개에 몸 실어 훨훨 날아가셨다


몇 날 밤 서리병아리처럼 흐느꼈으나

나의 가슴은 되려 가뿐했다


언젠가 나도 아버지처럼

가벼워지는 날 있겠다


그런데 오늘 저녁 식탁

한 공기의 밥과 국 모조리 비웠


생각하니 부끄러운 일

무거워 날지 못하고 떨어지는  꾼다


이런 날 보고 아들놈은 뭐라 할까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 되겠지만,


가벼움유산이므로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삶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