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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지 May 07. 2018

리우데자네이루 시티 센터 탐방

해변 말고, 예수상 말고, 리우의 역사문화 중심지가 궁금하다면

라이스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General Osorio에서 지하철을 탄다. 

리우데자네이루는 상당히 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의 개발은 다소 뒤처진 편이다. 도시의 크기 자체가 체감상으로도 엄청 커다란데 노선은 2개밖에 되지 않는다. 앞으로 더 많은 노선이 생길 예정이란다. 특히 내가 여행 중일 때에는 올림픽 덕에 특별한 노선이 운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하철 역도 리우 특유의 다이나믹한 분위기가 넘친다. 지하철 내부도 굉장히 깨끗하고 세련됐다.


 내가 내린 곳이 Carioca였던가, Cinelandia였던가. 

 리우의 날씨는 역시 쨍쨍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리우데자네이루 대성당. Catedral Metropolitana de Sao Sebastiao do Rio de Janeiro.

 독특한 외관 때문에 리우데자네이루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이다. 겉보기엔 대성당이라기보다는 마치 22세기에 지은 피라미드 같달까? 마치 멕시코에서 보았던 떼오띠우아깐의 피라미드를 닮았다,

...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건축가도 마야 건축 양식의 피라미드에서 모양을 따왔다고 한다.

 건축가의 이름은 에드가 폰세카(Edgar Fonseca). 1964년에 착공해서 1979년 완공된 성당이라고 한다.

짜잔! 

겉에서 보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느낌에 입이 떡 벌어진다. 

사방에 배치된 평행사변형 모양의 스테인드 글라스의 높이는 무려 64미터다.

 천장은 십자가 모양의 유리창으로 뚫려 있다.

 미사를 보는 시간이면 십자가 모양의 햇빛이 뚫고 들어와 신자들의 머리를 환히 비출 것이다. 

신자들이 앉는 자리의 배치가 독특하다. 일자로 쭉 나란히 앉는 것이 아니라 신자들이 중앙을 둘러싸고 둥그렇게 빙 둘러 앉는 모양이다.

 가까이서 보니 더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얼마나 많은 조각들로 이루어져있던지. 

 이렇게 드디어, 여행 마지막 국가인 브라질에서도 성당 도장깨기(?)를 마쳤다.

 어느 도시를 가든 그 나라의 가장 큰 대성당을 가는 것이 이번 남미여행의 통과의례였는데, 이것도 이제 마지막이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이상했다.

 부디 아무 탈 없이 집에 돌아가게 해주세요. 

 성당을 나오니 바로 앞에는 유리 벽면이 번쩍번적한 고층 빌딩들이 즐비하다. 그 파란 유리창에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의 모습이 비추어 보인다.

 마치 서울로 치면 강남이나 을지로처럼 회사 사옥들이 즐비한 곳인데, 역시 강남대로도 한낮이면 한산하듯이 이 곳 리우에도 거리에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또 한참을 걸어서 어떤 골목으로 들어섰다가, 우연히 리우의 명소를 만났다.

바로 Confeitaria Colombo, 역사 깊은 디저트 전문점이다. 무려 1894년에 개업을 했다나.

들어가보지 않을 수 없는 웅장한 입구.

 흔히 생각하는 '디저트 카페'의 아기자기함과는 딴판으로, 이 곳은 마치 오페라 극장에라도 들어온 것처럼 화려하고 우아한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이 역사 깊은 디저트 카페에는 많은 정치인이나 예술가들이 드나들었다고 한다. 마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카페 토르토니가 있었듯이, 이 곳 리우에는 Confeitaria Colombo가 있는 것이다. 

수없이 펼쳐진 디저트 진열장의 규모에 깜짝 놀라고, 

2층까지도 사람이 꽉 차서 앉을 테이블 하나 없는 북적북적함에 또 한번 놀랐다.

명색이 리우의 문화중심지라고 불리는 곳이 어쩐지 텅 비어있더라 싶다더니, 다들 이 곳에서 달달한 주전부리를 즐기고 있었나 보다. 

 손님들이 너무 빼곡히 들어앉은 탓에, 빈 테이블이 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무리였다. 다행히도, 테이크아웃을 해 갈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냥 그 자리에 서서 주문한 것을 들고 먹을 수 있는 입석(?) 시스템까지 발달된 디저트 카페였다. 나도 당연히 뭔가 먹어봐야지. 

 주머니 사정이 너무나 원망스러울 정도로, 그리고 한정된 뱃속의 공간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수많은 종류의 디저트들이 있었지만 역시 내 시선이 멈춘 곳은 에그타르트(Pastel de Nata)였다. 다들 포르투갈에 가면 에그타르트가 기가 막히게 맛있으니 꼭 먹어봐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이곳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식민지였으니 여기서 먹는 에그타르트도 분명 엄청나게 맛있을 테지. 

 그리고 나는 이 날 내가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는 에그타르트를 맛볼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절대 기대할 수 없는 맛인 것은 물론이고, 다들 입을 모아 맛있다고 말하는 홍콩과 마카오에서의 에그타르트하고도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다. 겉은 얇은 여러 겹의 페이스트리에다가, 필링의 겉면은 마치 크림브륄레처럼 살짝 단단하게 익어 있지만 그 안은 곧바로 촉촉하게 부드러운 맛. 그렇지만 절대 계란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고, 아주 은은한 생강 향이 났다. 

 함께 주문한 초콜릿 에끌레어 역시 매우 맛있었다. 

한켠에서는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기념품을 판다. 머그컵, 달력, 펜 등등. 얼마나 역사가 깊고 상징적인 곳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도심에는 재미있는 모양의 빌딩들이 많았다. 

 그 나라의 수도에 가면 대성당을 방문하는 것 외에도 내가 꼭 하는 한 가지, 바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는 일이다. 근처의 국립 미술관(Museu Nacional de Belas Artes)로 갔다. 

시티 센터에는 현대적인 건물도 많지만, 고풍스럽고 오래된 건물이 많다. 리우의 온갖 박물관이 모여있는 곳이 바로 이 광장 근처다. 

 샛노란 외관이 눈에 띄는 건물. 건물 벽의 색깔과 꼭 맞춘 노란색 천막과 테이블로 꾸며진 식당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이 광장은 Praca Alagoas. Teatro Municipal, 즉 시립 극장을 마주보고 있는 광장에서 리우 시민들이 즐거운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해변가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니 밤이 됐다. 또 한번 이파네마-코파카바나 해변을 산책하기로 한다.

 그러다 발견한 반가운 곳. 'Garota de Ipanema', 즉 이파네마의 소녀라는 이름의 바다. 실제로 안토니우 조빔은 이 곳에 앉아서 해변을 응시하던 중 아름다운 소녀를 발견하고 영감을 얻어 '이파네마의 소녀'를 작곡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 멀리 보이는 빵 지 아수카르(설탕빵)산. 아래에는 무슨 마을이 있는지 불빛이 반짝인다. 빛이 번져보여서 아쉽다. 

밤이 되니 또 분위기가 다르다. 어디선가 버스킹을 하는지 잔잔한 보사노바 음악이 들린다. 

 이 날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번 샌들을 벗고 맨발로 모래를 밟았다. 아무리 걸어도 걸어도 끝이 안 보이는 해변을 걷다보면

 톰 조빔을 만나게 된다. 포르투갈어 발음으로는 통 조빙에 더 가깝겠지만.

 그렇다. 기타를 멘 이 남자가 바로 '이파네마의 소녀'를 작곡한 그 보사노바 뮤지션이다. 본명은 아까도 언급했듯이 안토니우(Antonio)이지만 '통'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이번 리우 올림픽의 마스코트 중 하나의 이름도 통인데, 바로 이 사람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그만큼 브라질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인물인 것이다. 


 해변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톰 조빔의 동상 바로 맞은 편에 번쩍번쩍거리는 건물 하나가 보였다.

 "USA House"라고 써 있다. 혹시 미국 선수들의 올림픽 선수촌인 걸까? 이렇게 관광객이 많은 해변 바로 앞에 있다니, 여기 들어가면 올림픽 선수들을 만날 수 있는 걸까?

가까이 가 보니 'Team USA shop', 미국 선수단 기념품 가게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어서 나도 대열에 합류했다. 아무래도 그냥 가게가 아닌 선수촌 내의 가게다 보니 입구에서는 경비원들이 지키고 서서 짐 검사를 한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서핑 보드. 브라질과 리우데자네이루의 온갖 매력이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진 멋진 보드였다. 마라카냥 스타디움, 예수상, 리우 삼바 카니발 등의 모습이 보인다. 너무 갖고 싶지만, 분명 엄청나게 비싸겠지.

 탐나는 물건들이 어쩜 그렇게 많던지. 평소 애슬레저(athleisure)룩을 워낙 좋아하는 나로선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미국 팀을 응원하러 2016 리우 올림픽을 찾은 사람들을 위해 나이키, 폴로 등에서 만든 팀 USA 의류가 가득했다. 너무나 갖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으므로 구경만 실컷 하다가 나왔다. 대한민국 선수촌에는 이런 기념품 가게가 없을 텐데, '팀 USA'라는 국가 브랜드 이미지의 힘을 믿고 이렇게 커다란 가게를 열 수 있는 미국이 부럽기도 하고. 


 이 가게를 둘러보면서 '2년 후 평창올림픽이 열리면 반드시 팀 코리아의 굿즈를 사리라' 하고 마음먹었는데, 허무하게도 2018 평창 올림픽은 그냥 아무 일 없이 휙 지나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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