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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지 Oct 17. 2019

#2 디스크를 잘 챙기자

그러하다..잘... 챙기자


ENG 카메라에 넣는 디스크를 챙기는 것은 카메라감독이 아닌 PD의 몫이다.

오늘은 내가 디스크를 안 챙기는 바람에... 많은 것이 틀어지고 엉망이 됐다.



08:00        회사 출발. 촬영장소에 오전 10시 이전에 도착하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으나..

09:00        잠깐 쉬어가려고 진안마이산휴게소에서 정차. 동기 카메라감독 오빠가 "디스크 가져왔어?"

                  라고 물어봤다. 눈앞이 아찔했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했다. 이미 1시간이나 왔는데...

10:00        다시 회사로 돌아간 시간. 디스크를 챙겨 내려왔다. 총국장님은 이미 행사장으로 출발하셨단다.

                  늦었다는 생각에 난폭운전을 거듭해가면서 무주로 달렸다.

                  여러 사람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린 날이다.

11:00        여전히 도로 위. 무주 참 멀다.

                  대체 언제 오냐며, 방송문화사업국 사람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11:30        난폭운전의 끝. 가까스로 현장 도착. 하필 또 회사 행사를 찍으러 가서...

                  총국장님&편성제작국장님&방송문화사업국 선배님들의 못마땅한 시선을 받아내야 했다.

                  의기소침함 + 미안함 + 정신없음 = ...

                  돌아와서 확인해본 촬영본의 퀄리티는 참담하기만 하다. 


이 날 이후로 나는 가방 속에 디스크 하나를 꼭 품고 다닌다.

촬영을 나갈 때에는, 이 디스크를 제외하고 그날 사용할 디스크를 따로 챙겨간다.

왜냐하면 이 가방 속 디스크는, 정말로 혹시나 내가 또 언젠가, 디스크를 안 챙겨온다면, 그 때 사용할 최후의 초비상용 디스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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