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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각 Apr 03. 2024

맛보기 인생

취향을 영어로 TASTE 라고 하던가



딴에 강연을 해보겠다고 정리 안된 생각을 꿰어보느라 분주하다.

도저히 생각이 모이질 않아 손에 잡히는 데로 책을 뽑아본다.

건축, 비평, 소설 할 것 없이 인상에 남았던 책들로...


김애란 소설집을 파고든 것이 얼마만인지,

사소한 것들을 붙들고 따박따박 문장으로 꿰어내는 문체가 마음을 뺐는다.

이런 구체적인 시선과 담백한 마음가짐을 동경했던 적이 있었다.


며칠 동안 생일 밥상 시리즈를 하겠다고 저녁마다 분주한 제이의 마음을 챙겨본다.

달래 한 묶음, 깐 새우 한 봉지, 바질 페스토 한병도 허투루 사는 법이 없다.

아무 생각 없이 내가 사는 게 책이라면, 제이는 그것이 음식인 것 같다.



달래 두세 개를 꼬아서 반죽과 새우를 얹어서 하나하나 구워내고,

먹어본 것 중에 제일이라는 바질 페스토와 선드라이드 토마토 파스타,

양지 육수를 따로 내어 끓여낸 미역국.


"괜찮아? 조금 싱겁나? 다른 반찬이 너무 적지?"

무슨 걱정이 그리 많은지 섭섭하지 않게 제때 답하는 것이,

야무지게 먹느라 바쁜 입 하나로 감당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나는 이렇게 맑은 미역국이 좋아, 미역 씹는 맛이 좋은데 오빠는 어때?"

처음 해본 미역국이 제법 흡족한 모양이다.

익숙하지 않지만 전혀 새로운 스타일을 맛보아서 그 자체가 좋다.


취향을 영어로 TASTE 라고 하던가,

앞으로는 어떤 맛보기가 있을지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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