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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 Bright Jul 16. 2020

이게 그렇게 유명하다며, 소떡소떡

고속도로 휴게소를 달려.flavor

한국에는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다. 비로소 집에 도착했을 때의 안도감은 누구나 느껴봤으리라. 그런데도 우리가 다시 여행하는 이유는 힘들 때 쉬어갈 곳을 찾고 주린 배를 채우는 즐거움 때문이다. 온갖 간식과 지역특산 음식이 차려진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마주한 것만 같은 특별한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고속도로 50년의 역사


한국 지도를 보면 고속도로의 존재감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서울과 부산을 사선으로 잇는 경부고속도로를 중추로 동서남의 해안과 내륙에 수많은 고속도로가 촘촘히 이어진다. 첫 고속도로는 1968년 서울과 인천을 잇는 경인고속도로(연장 22km)였다. 한국 산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한 경부고속도로(연장 428㎞)는 1970년에 완공됐다.


ⓒ 밝은소년


현재 전국에 160여 개의 일반 휴게소(화물/간이 휴게소 별도)가 운영되고 있다. 1971년에 추풍령휴게소가 첫 문을 연 이래로 1990년대까지 국수나 오징어 등의 간단한 요깃거리가 휴게소 음식의 전부였다. 당시 귀성길 풍경은 고속도로 갓길이나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먹거나, 캠핑 온 것처럼 따로 요리하는 이들로 지금과는 확연히 달랐다.


2000년대 들어 고속도로 노선의 세밀화와 함께 휴게소의 진화도 시작됐다. 추풍령휴게소에 이어 두 번째로 건설된 금강휴게소는 2003년 리모델링을 거쳐 지역의 자연경관 감상에 특화된 공간으로 변화했다. 2017년 국내 최초로 고속도로 상공에 조성된 시흥하늘휴게소 등 컨셉이 확실한 휴게소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휴게소 맛 경연대회에서 선정된 음식들이 각종 소셜미디어의 맛집 지도에 오르는 등 이제 휴게소는 잠깐 쉬려고 들르는 곳이 아닌 하나의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익숙함의 재발견


외국인 관광 전문 여행사 코스모진에서 2018년 상반기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외국인이 독특하게 느끼는 장소’로 고속도로 휴게소가 1위(55%)를 차지했다. 응답자들은 “고속도로에 이렇게 큰 휴게 공간이 있다는 점에 놀랐다”, “맛있는 음식이 많아서 즐거웠다”, “한국 휴게소에서 맛본 떡볶이, 꼬치, 호두과자 맛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1위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 Studio Kenn


고구마 스틱, 맥반석 오징어, 델리만쥬, 우동, 통감자, 핫바, 호두과자, 쥐포, 호박엿, 떡볶이, 떡꼬치(소떡소떡) 등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한국의 모든 간식이 총망라되어있다. 종류만 많은 게 아니라 맛도 집 근처에서 사다 먹는 것과 다르지 않은데 기분이 다르다.


2019년, 한국도로공사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휴게소 먹킷리스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서울만남의광장휴게소(부산 방향) 소고기국밥이 1위에 올랐고, 횡성휴게소(강릉 방향) 한우떡더덕스테이크, 안성휴게소(부산 방향) 소떡소떡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소떡소떡은 간식 중에서는 1등에 꼽힌 셈이다. 나무 막대에 소시지와 떡을 번갈아 꽂아서 굽거나 튀긴 평범한 꼬치가 국민적인 사랑을 받게 된 것은 한국의 코미디언 이영자 씨가 그 맛과 먹는 방법을 상세히 소개하면서부터였다.


ⓒ Studio Kenn


안성휴게소(부산 방향)에 가보니 소떡소떡을 한 번에 수십 개씩 진열장에 채워 넣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매번 금방 동이나 다시 튀겨내는 손길로 분주했다. 케첩이나 머스타드 혹은 매콤한 고추장 베이스의 소스를 취향대로 발라 먹을 수 있는데, 떡이 생각보다 촉촉하고 부드러워서 소시지만 좋아한다는 아이도 소떡소떡을 끝까지 맛있게 먹었다. 2018년 이전까지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이 간식은 이제 여러 휴게소와 편의점, 심지어 PC방에서도 팔리고 있다. 익숙한 것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마법, 그게 바로 여행이 주는 선물일 것이다.

 


여행은 더 가까이


소떡소떡은 정말 쉬운 음식이다. 과정도 간단하고 재료도 근처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떡집에서 갓 뽑은 가래떡을 사 오면 좋겠지만, 밀떡이든 쌀떡이든 마트에서 파는 떡볶이용 떡도 괜찮다. 소시지는 너무 작은 것보다는 떡과 크기를 얼추 맞추는 편이 좋다. 고기 함량이 높은 것으로 고르는 것은 기본이다.


떡을 냉동실에서 보관했거나 딱딱한 경우에는 물에 불렸다가 1~2분 끓여서 준비한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낸다. 그다음은 나무 꼬치에 소시지와 떡을 번갈아 가며 꽂아준다. 기름을 두른 팬에 잘 뒤집어가며 구워도 되고, 끓는 기름에 통째로 튀겨내도 좋다. 소스를 원하는 대로 뿌린다. 케첩만으로도 아주 맛있다.


제대로 즐기는 팁이 있다면 소시지나 떡을 하나씩 빼서 따로 씹지 말고 떡과 소시지를 동시에 물어뜯는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재료가 입안에서 섞이면서 쫀득하고 고소한 맛을 낸다. 이 소박한 간식이 곧 당신을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 한복판으로 인도할 것이다. 여행은 멀리 있지 않다.





[월간 KOREA 2020-07 Flavor글 SAM B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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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KOREA 웹진 홍보를 위해 작성되었으며, 사진과 글(국문)은 원작자의 동의 없이 재사용할 수 없음을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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