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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정 Dec 14. 2019

내 2천원


아빠의 그 행동을 용서?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 것을 아무 허락 없이 빼앗아간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서른이 다 되었을 때 그제서야 아빠에게 그 때 왜 그랬냐며 서운했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아빠는 '내가 그랬을리가 있니~' 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때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니!

어린 딸의 돈을 빼앗은 일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니. 
그렇다면 내 돈을 빼앗으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아빠의 대답을 듣고 다시 한번 기억을 떠올려봤다.
아빠는 어떤 아저씨가 2천원을 주고갔다는 나의 말을 못 들었었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빠에게 돈을 내밀었고, 아빠는 내가 그 돈을 아빠에게 주는 것이라 착각했을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생각하자 아빠의 그 행동이 이해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가 딸의 2천원을 강제로 빼앗아 담배를 샀다는 어린 나의 기억이 상식적일리 없다.
그런데 서른이 다 돼가도록 아무 의심없이 어릴때의 관점으로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으로 아빠를 왜곡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차라리 아빠에게 그 돈은 내꺼라고. 어떤 아저씨가 나에게 준 것이라고 아빠에게 말했더라면 아빠를 오해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왜 말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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