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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은 Apr 05. 2024

중년으로 사는 연습 50. 매듭

중년으로 사는 연습

중년으로 사는 연습 50

매듭


낙엽 같은 가을이 수북하게 쌓인 시절

사연 많은 인연들의 미련을 끊기 위하여

망각의 강을 건너듯 문을 닫고 나서며

매듭 하나를 짓는다.


겨울만이 남아있는 늦은 가을에

여름이 남겨놓은 시간 얽힌 실타래를

쏟아지는 가을 햇살 사이로

하늘하늘 끈 없는 연이 되어 날듯

잘라낸 것의 매듭을 지어가며

얽힌 것들을 풀어내고


꿈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매듭을 보며

문을 닫을 수 있는 용기가

기꺼운 마음으로 겨울을 맞이할 수 있게 한다.


남아있을 그 무엇인가를 위해

새로 뭉친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기쁨이

소망하는 것으로 변해갈 수 있기를 바라며


시간의 흐름은 순간 속에서

이마저의 염려도 무디어지는

때가 되어 오겠지만


지금을 사는 마음이

소중한 것을 조금씩 길게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다가온 것만으로도

다행한 일이다.


“어느 해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수능이 끝나고, 9년 만에 다시 고3의 부모가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변화를 실감하는 때인 것처럼 쌀쌀한 날씨와 겨울이 지나고, 벚꽃 피는 화장한 봄이 왔지만, 컴컴한 책상머리를 지키고 있는 막내를 보노라면 너무 늦게 너를 데려온 나의 두려움에 유독 마음이 시리다.

아마도 이제 남아있는 숙제가 몇 개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마지막 부모 노릇을 잘 해낼 준비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산다는 것은 지나온 것에 대한 미련을 끊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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