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으로 사는 연습
중년으로 사는 연습 69
대물림
어린 손 올려 버스 서기를
신호하며 기다리듯이
옹기종기 쌓여가는 세상살이
아버지 손길을 따라
무심코 걸어온 길
“어디로 가요.”라고 묻지 못했고
마음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조금 빠르거나 느리거나
조금은 굴곡진 길을 걸으며
지나온 흔적이 점점 같아져 가고
그 시절 그 이유를 알게 되는 슬픔을
이제서 공유하게 되는 시절
그 흔적이 몸으로 옮겨와
마음이 흐뭇해하는 날들에 서있다.
정해진 목적지로 향하며
천천히 걷는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지만
손끝에 맺힌
아버지의 나이테를 더듬으며
오래된 이름을 살듯 누군가
또 삶을 꿈꾸는 것을 보며
세상살이 이정표가 되는 별이
가슴에 떠오르길 기원하게 된다.
"어느새 수십 년 대를 이어 2대를 걸어와 쉬운 길을 따라 3대로 이어가라고 말하고 말았다. 교육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잘 아는 길이라고 말하는 나를 보며, 지나던 개가 웃어야 하는 일이지만, 후회는 없다. 같은 길 위에 서서 좀 더 크고 넓은 세상을 보기를 기원하고, 학문이 공부로부터 시작된다는 진리를. 공부가 하늘과 땅을 잇는 사람살이라는 걸 알아가는 청춘시절 삶이 생겨나길 기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