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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태양광 에너지 업체 솔라시티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는 두 회사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엘론 머스크가 주도한 결정으로, 머스크는 자신이 창업한 테슬라와 솔라시티의 지분을 각각 21%와 22% 보유한 양사의 최대 주주다. 블룸버그는 머스크가 28억 6천만 달러 규모의 주식거래를 통해 테슬라의 솔라시티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부채가 늘어나는 솔라시티를 구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솔라시티는 태양광 패널을 리스하여 수익을 얻기 때문에 자금 회수가 느린 편이다.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회사의 생존을 걱정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증가했고, 마찬가지로 현금 흐름이 나쁜 테슬라가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위험한 두 회사가 합치는 문제로, 덜 위험한 회사가 더 위험한 회사를 돕는 결정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우려 때문인지 이날 테슬라 주가는 10.5% 폭락했다. 솔라시티 시가총액보다 많은 돈이 날아간 것이다. 반면 솔라시티는 3.3% 올랐다.
현재 자금난을 겪고 있는 솔라시티를 구원하기 위해 엘론 머스크가 나섰다. 테슬라의 주식을 사용하여 솔라시티를 구매하겠다는 건데 엘론 머스크는 두 회사의 최대 주주이다. 얼핏 보면 윗논의 물로 아랫논을 채우는 일로 별 문제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번 인수 시도로 인해 엘론 머스크의 대차대조표에 일어난 암울한 변화를 보면 이 결정이 얼마나 위험부담이 큰 결정이었는지 알 수 있다. 6월 27일 기준 테슬라의 시가 총액은 280억 달러, 솔라시티의 시가 총액은 22억 달러로 약 10배 이상 차이나지만 불과 5일 전만 해도 두 기업의 차이는 20배 이상 났었다. 머스크의 솔라시티 인수 발언 이후 테슬라의 주식이 5일 만에 220달러에서 190달러 수준으로 급락해 회사가치가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아 물론 브렉시트 영향도 있겠지만 음.. 문학적 강조라고 이해해주세요~)
자금 상황이 좋지 않은 두 회사를 합치려고 했을 때 주식시장에 일어날 반응을 머스크와 두 회사의 이사회가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당장의 주식 가격보다는 앞으로의 미래가 머스크에게는 더 소중했기 때문이다. 그가 꿈꾸는 미래는 무엇이길래 2조 원의 주식가치를 불태우면서까지 지키려는 것일까. 그것은 그가 보유하고 있는 3개의 회사인 전기차 테슬라, 태양광 산업인 솔라시티, 우주산업인 스페이스 X의 상관관계를 통해 알 수 있다. 개별 회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보다는 회사를 세운 목적 위주로 이야기하려 한다.
테슬라
테슬라는 zip2, 페이팔을 매각하며 큰돈을 번 머스크가 세운 전기차 회사이다. 그는 테슬라를 통해 화석연료 위주의 자동차에서 친환경 전기 자동차로의 전환을 전 세계에서 이루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머스크는 테슬라가 보유한 모든 특허를 공개했는데, 테슬라만으로는 전기차의 완전 보급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전체 파이를 크게 키우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뚜렷한 목적 없이 결정하기는 힘든 사안이었다고 본다.
(사담: 테슬라 모터스는 정확히 따지자면 엘론 머스크가 세운 회사가 아니다. 2003년 마틴 에버하트와 마크 타페닝 두 사람이 만들어 놓은 회사의 머스크가 초기 투자를 하면서 최대주주가 된 것인데, 현재의 테슬라가 머스크 덕분에 성장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기에 모두가 그를 공동 창업자로 인정해주는 분위기이다)
솔라시티
비록 전기차는 직접 연료로 석유를 사용하지 않지만,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기는 여전히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머스크의 친환경 방식 또한 더러운 일은 남에게 떠넘기는 상황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머스크는 2006년 자신의 사촌이 만든 태양광 업체인 솔라시티에 투자하면서 최대 주주가 되었다. 솔라시티는 그의 투자를 기반으로 현재 미국 태양광 사업체 중에 규모 1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가 되었다. 회사는 좋은 수익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많은 R&D 투자로 자금 상황이 좋지 않다. 이처럼 회사 규모에 맞지 않는 기술 투자를 하는 이유는 하루라도 빨리 모든 가정과 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는 태양광 전지를 개발하기 위함이다.
스페이스 X - 머스크의 최종 꿈
머스크가 솔라시티로 태양열 전기를 만들어 테슬라 전기차를 움직이는 방식. 이 수직통합형 에너지 그룹을 만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에서 천년만년 살려고 하는 것일까. 페이팔 매각을 통해 돈을 번 머스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스페이스 X를 만들어 우주산업에 뛰어든 것이다. 앞선 두 회사와 달리 머스크의 손으로 직접 만든 회사이다. 실리콘밸리 정신으로 그간 국가 단위의 산업으로 여겨졌던 우주 산업을 민간의 영역으로 끌고 왔다.
블루 오리진이나 버진 갤럭틱 같은 다른 민간 우주 기업들이 우주 관광을 목표로 하는 반면에 스페이스 X의 목표는 처음부터 확고했다. 인간을 화성으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언젠가 사라질 지구를 대신해서 살 행성으로 화성을 정한 뒤, 그곳으로 사람을 보내 행성을 식민지화하겠다는 것이 머스크의 목표이다. 앞선 두 회사는 스페이스 X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구에서 머무는 기간을 늘려주기 위함이다.
1. 테슬라로 전기차를 만들어 친환경 운송수단을 보급한다. 2. 전기차에 들어갈 전기를 솔라시티로 만들어 100% 친환경 에너지 순환구조를 만든다. 3. 지구를 청정에너지로 돌아가는 사회로 만들어서 우주로 나갈 시간을 번다. 이것이 엘론 머스크의 계획이다. 굉장히 유난스러운 우려에, 필요 이상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 같아서 저 계획이 진짜 그의 꿈인지, 자신을 꾸미는 마케팅적 수사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꿈의 진실성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는 이미 모두를 '에이~'에서 '설마..'로, '설마'에서 '정말 될지도 몰라'라는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물리 법칙에 위반하지 않는 일은 모두 이루어진다'는 자신만의 원칙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도전한 결과, 머스크는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화성으로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지금까지는 잘 건너왔다. 과연 앞으로도?
이번 인수 계획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가져다주었고, 두 회사의 불안한 현금 흐름은 투자자들의 불안이 괜한 우려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과거 스페이스 X와 테슬라의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던 언론들이 이번 인수 탓에 '머스크 왕국'이 무너질 수 있다고 쓰기 시작했다. 지금의 어려움은 물론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2005년과 비교하면 별거 아닌 수준이지만, 큰 위기를 이겨낸 사람이 작은 위기에 무너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 역시 '물리법칙'아래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 비관론자들과 머스크 모두 잘난 놈들이기에 누구의 말이 맞을지는 지켜봐야 알 일이지만, 기왕이면 '변화'를 이끄는 쪽이 이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