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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자율주행 사고, 당당한 테슬라
발췌: AFP통신에 따르면 NHTSA는 지난 1일 오후 5시(현지 시각)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고속도로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전복된 테슬라 모델 X 차량이 자동 주행 모드로 운행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는 테슬라의 자동 주행 모드가 NHTSA의 공식 조사를 받게 된 2번째 사고다. 테슬라 관계자는 "교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매번 하는 절차로 고객이 무사한지 확인한 뒤 지원하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차량 기록을 확인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알기는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테슬라 모델 S를 탄 운전자가 5월 7일 플로리다 주에서 자율주행 모드 진행 중 사망한 사고를 NHTSA가 발표한 하루 뒤 일어났다. 테슬라에 따르면 현재 자율주행 모드는 실험 단계에 있다. 테슬라 자율주행 모드를 이용하더라도 운전자는 핸들 위에 손을 올리고 있어야 한다.
지난주 자율 주행 자동차 사고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온 테슬라에 두 번째 사고 소식이 전해졌다. 다행히 이번에는 사망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자율 주행이라는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을 커지게 만드는 뉴스들이다. 이번 사태에서 궁금했던 점들과 자율 주행에 대한 견해를 짧게 써보고자 한다.
"테슬라는 자율 주행 3단계"? 자율주행 단계는 어떻게 나뉘어 있는가.
사고 관련 기사에 따르면, 테슬라가 추구하는 자율 주행 수준은 2단계와 3단계 사이라고 했고 구글은 4단계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자율주행이 몇 단계까지, 어떻게 구분되는지 조사했다. 먼저 자율 주행 단계의 기준은 미국의 NHTSA(National Highway Transportation Safety Administration:미국고속도로교통안전부)가 정했고 0-4단계까지 총 5단계로 구분된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0- 자율주행기능이 없는 자동차(지금 굴러다니는 대부분의 자동차들)
현재 돌아다니는 대부분의 차들이다. 운전자의 성격과 경험에 따라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하고, 뒤에서 따라가기 불안한 자동차가 나타나는 등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크다.
1- 일부 자동화 기술이 들어간 자동차
자동차의 방향이나 속도 제어를 보조하는 기능이 들어간 자동차이다. 크루즈 시스템(속도 고정), 자동 차선 관리 시스템, 긴급 상황 시 자동 브레이크 기능 등이 있고 2013년 이후 출시되는 자동차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기능들이다.
2- 복합 자동화 기술이 들어간 자동차
크루즈 시스템 등 1단계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스스로 속도와 정지까지 조절 가능하고, 고속도로에서는 자율 주행도 가능한 자동차들을 말한다.
3- 부분적 자율 주행 + 돌발 상황 시 직접 운전이 가능한 자동차
목적지를 설정하면 운전자의 조작 없이도 직접 운전이 가능한 자동차를 말한다. 사고가 났던 테슬라가 이에 해당하는데 위급 상황이나 복잡한 시내 운전, GPS 수신이 불명확한 지역에서는 운전자의 통제를 필요로 한다.
4- 완전 자율 주행 자동차
운전자의 조작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단계이다. 현재 구글, 포드 등 많은 회사들이 3단계를 건너뛰고 4단계 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다. 성공할 경우 미래의 차는 핸들과 브레이크, 엑셀이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자동'차가 될 수 있지만 현재로써는 기술적, 도덕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언제 상용화될지 장담할 수 없다.
결국 4단계를 만들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자율 주행이 표준이 될 수 있는지가 결정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모든 사고는 제조사의 책임이 될 것이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제기된 '비상 상황 시 행인 5명과 운전자 1명 중 누구를 살릴 것인가?'같은 윤리적인 문제가 걸림돌이다.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또한 테슬라가 3단계를 추구하는 이유도 차는 이동수단뿐만 아니라 레저수단이기도 해서, 운전하는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4단계만 있는 차에 흥미를 못 느낄 것이다.
주의를 따르지 않은 소비자, 테슬라는 아무 잘못이 없나
사망자인 테슬라 운전자 조슈아 브라운은 사고 당시 핸들에서 손을 뗀 채 영화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기사에 나온다. 테슬라는 자율 주행모드인 Autopilot가 완벽하지 않은 기술이며 Autopilot을 실행하더라도 항상 핸들을 잡고 전방을 주시해야 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사고 이후에 테슬라는 사망자에게 애도를 표하는 한 편, 자신들은 사전에 여러 차례 공지를 했고 비록 사망자가 났지만 자율 주행으로 인한 사망자는 여전히 직접 주행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훨씬 적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전부 맞는 말이지만, 테슬라는 장난감이나 의류가 아닌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임을 망각한 발언이다. 불완전한 기술을 제품에 도입한다고 가정해보자. 장난감은 조립 때 팔이 빠지거나, 옷은 쉽게 물이 빠지거나 늘어나는 정도의 피해에서 그친다. 그러나 자동차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제품이다. 더 쉬운 이해를 위해 짧게 상황극을 준비해봤다.
제약회사 A가 신약을 출시했다. 신약은 기존 약에 비해 뛰어난 효과를 자랑하지만 식후 30분 이내에 먹으면 안 된다는 부작용이 있다. 제약회사는 이를 제품을 사가는 모든 고객들에게 강조했다. '꼭 30분 지나고 먹어야 합니다. 29분도 안되고 꼭 30분입니다!!' 그러나 고객 중 한 명이었던 철이는 부주의한 사람이었고, 회사를 믿었다. 에이 설마 요즘 제일 핫한 제약회사 A가 만든 알약인데 별 일 있겠어. 꿀꺽.
철이는 발작을 일으키며 사망하였고, 다음 날 제약회사 사장이 공식석상에 나와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철이는 저희의 좋은 친구였습니다. 저희 알약을 애용했죠. 불행히도 그가 30분 전에 알약을 먹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여러분 (현재 전국 방방곡곡에 퍼진) 저희 약은 아직 완벽하지 않습니다. 절대 30분 이내에 드시면 안 됩니다." 이후 신문은 평소 시간 약속을 안 지켰던 철이의 일화를 공개했고, 사람들은 부주의한 철이에게 책임이 있다고 손가락질을 했다. 철이도 잘못했지만, 그 잘못이 죽을 정도였을까
불완전한 기술은 도입하지 않는 게 최선이고 만일 도입한다면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만들어놔야 한다. 자율 주행 시 핸들에서 손을 떼면 경보음을 울린다든지, 규정속도 이상으로 속도를 못 높이게 하는 등의 조치가 마련됐어야 한다.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자신들의 주장과 달리 Autopilot을 완벽하다고 믿었거나, 세간의 의혹처럼 실제 소비자들을 테스트 드라이버로 사용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테슬라가 독일 회사였다면 어땠을까?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2개월, 언론에 공개된 지 1주일이 지났는데 주가 하락을 제외하고는 현재 테슬라에 가해진 별도의 제재는 없다. Autopilot기능이 완전 주행 단계가 아니고, 핸들을 잡고 있으라는 사전 경고를 무시한 소비자의 과실도 존재하지만 이는 테슬라의 기술 결함이 만들어낸 사고임이 분명한데도 정부 차원에서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가이드라인에 따라 행동하지 않은 한 개인의 죽음이 요란을 떨 사건은 아닐 수 있지만 그동안 도요타 급발진과 폭스바겐 디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미국 정보가 보였던 요란을 생각하면, 팔이 안으로 굽어도 너무 굽는 경향이 보인다. 만일 도요타의 수소차 미라이에서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자율 주행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미국 내에서 판매가 금지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쓰고 나니 또 엘론 머스크 글이다. '하루 IT'가 아니고 '하루 머스크'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부정적인 소식을 다뤘으니 기존의 글과는 차별성이 있겠지.
브라운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자율 주행을 원하는 기업과 시대의 거센 조류를 막기에는 미미한 일이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우리의 구글님이나 다른 누군가가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결실을 얻기까지의 긴 여정 동안 개발자가 아닌 우리들은, 특히 언론과 정부는 그저 방관할게 아니라 비판적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앞서 말했던 윤리 문제도 사회적으로 꾸준히 토론하고, 지금의 사건도 정부 입장에서 앞선 사건들과 동등하게 처리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더 밝은 내일, 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니까(로켓단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