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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르 Apr 02. 2024

사업은 저 같은 사람은 하면 안 돼요?

너는 물러터져서 안된다.

맞아요. 

저 물러터졌어요. 

학교선생을 23년이나 했는데 나와서 사업이 잘 될 리가 있을까요?

네. 저도 처음에는 사업 잘할 거라는 착각에 빠져있었죠. 어디 가서 내 돈도 제대로 달라 소리 못하는 사람이. 


마케팅, 온라인 비즈니스, 자동화 숱하게 배웠어요.

그런데 사업은 이런 기술적인 것만으로는 안되더라고요.

내 것을 팔아야 해요. 

... 필요하시면 내 것 사세요. (이 말이 잘 안 나와요)

... 당신의 문제를 해결해 드립니다. (해결만 해주면 잘 팔린다면서요? 해결해 준다고 해도 안 사요.)


계약까지 했는데 돈을 안 줘요.

달라는 소리를 못하고 언제 연락해야 하나 재고 있는 차에 남편이 한마디 했어요.

'너처럼 물러터져서 어떻게 사업을 하니? 니 돈도 달라고 못하는데.'

그 말을 듣고 서러움이 복받쳐옵니다.


퇴직하고 1년 넘게 돈을 못 벌었어요.

있는 돈 야금야금 까먹고 보니 1년에 무슨 1억은 쓴 거 같습니다.


이제야 정신 차리고 제대로 온라인 비즈니스에 뛰어들었어요.

내 것 파는 강의하는 게 쉽지 않고,

누군가에 사라고 홍보하는 게 쉽지가 않습디다.

언제쯤 익숙해질까요?


나는 '이 정도면 사람들이 사려고 하겠지?' 나름 후킹도 잘했고, 이 가격에 이 정도면 괜찮다 생각해서 내놓으면 소비자는 저와 생각이 같지 않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두 번 하고 나면,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1인 기업이 어딜 나락으로 가나요? 그거 갈 시간에 발 빠르게 움직여야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혼자 하는 1인 사업이

직장에 있을 때는 그렇게 멋있어 보였습니다. 자유로워 보였고요.

그런데 돈을 못 벌면 지옥을 맛보는 것이 순간이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돈이 될까? 저게 돈이 될까?

맨날 배우고 다니면서 돈을 벌지는 못하고, 쓰게만 되는 겁니다.

저라고 돈 벌고 싶지 않겠나요?

그저 내 페이스에 맞게, 내 성향에 맞게 사업을 하고 싶은 것뿐인데

남편이 보기에는 답답하고 그랬나 봅니다. 

하지만 거의 12시간을 노트북 앞에 앉아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는 나를 보면서 안쓰러워하지는 못하고, 채찍질을 해대니 오늘은 가슴이 짠하게 아프네요.


나도 월천 벌고 싶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남들처럼 후킹 하고, 사기 쳐야 할까요? 제가 맞은 뒤통수만큼 저도 쳐야 할까요?

아니요. 저는 그들과는 철저하게 다른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래도 저를 믿고 제 프로그램에 동참해주고 계신 분들 한 분 한 분께 저는 정성을 다하는 사업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 돈을 못 벌 수도 있지만, '정성'이라는 가치에 얼만큼의 값을 매겨야 할까요? 이런 저의 의도가 반복되고 확장되면 그때는 저도 많이 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남편의 의견은 일부 받아들여서

물러터졌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겠습니다.

이건 저도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상대 생각해서 깎아주고, 달라고 못하고... 정작 저는 달라는 대로 다 주고, 깎아달라고 못하고... 지금 생각하니 등신인가 싶네요.


자신 없는 사업가보다는 당당한 사업가가 되어야겠고,

정성스러운 사업가가 되어야겠다 생각합니다.


아침부터 쉰소리 듣고 기분이 나빴는데

남편도 오죽 답답했을까 싶네요.


이럴 때 제가 브런치 작가인 게 얼마나 다행인지.

여기에 이렇게 쏟아놓고 나니 속이 후련합니다.


블로그에는 이런 글 못써유....


근데 물러터진 사업가분 안 계신가요???

나만 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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