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 (Incantation of Wish)
제목: 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
사이즈: 38.5 * 38.5cm
재료: 한지에 싸인펜과 색연필
제작연도: 2024
작가: 김나경 @art_nakyung2011_official
<작가노트>
성실한화가가되고싶습니다.
엄마: 너는 소원이 모야?
나경(중1): 나는성실한화가가되는거
엄마: 성실한 화가가 어떤건데?
나경: 죽을때까지 그림그리는거
엄마: 그게 소원이야?
나경: 응
엄마: 응 그래... 엄마 소원은 나경이가 소원을 이루는거!
이 그림은 국립경주박물관 전시를 보고 나서 그렸다..
https://youtu.be/utC05Xtkho4?si=aqi-wbgBhTyWi4fw
전시를 보고 와서 바라는 소원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김나경작가와 그림을 그렸다.
경전에서 부처는 다라니를 쓰고 그리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원하는 바를 이루는 부적 만드는 매뉴얼 >
출처: 보사유역 ‘불설수구즉득대자재다라니신주경’
“우선 단을 만들어야 한다. 단의 모서리에 병 하나씩을 두고 향수를 다득 채워라.
여덟 잎의 연꽃 한 송이를 그리되, 하나의 잎 위에는 삼차극을 만들고,
저를 만들고, 그 줄기에 비단을 건다.
다시 여덟 잎의 연꽃을 그리되 꽃 가운데 금강저를 만들고,
칼을 그리며, 중심에 소라나팔을 그린다.
하나의 연꽃을 만들고, 중심에 밧줄을 그리고, 중심에 화염주를 그린다.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사면을 향하여 다라니를 베껴 쓰고,
지니는 자에 맞게 가운데에 보살과 천신, 신상 등을 그리고 정엄하는데,
반드시 다라니를 지니려면 법칙을 따라야 한다."
프레임은 내가 짜줘야 할거 같아서,
한지에 경전 매뉴얼대로 단(네모)을 만들어서 나경작가에게 건넸다.
그러면 그 프레임에 맞게 나경이가 그림을 그려줄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부처님이 프레임에서 삐져나왔다..
옆에서 부처님 발 안으로 넣으로 말하고 싶었지만,,
머리부터 그렸기 때문에 다리만 틀 안에 넣을수도 없었다..
'다시 그리게 할까'
'왜 저 틀 안에 그림을 넣지 못하는 걸까..네모안에 사람을 넣는것은 너무 당연한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올라왔다.
그런데 이 프레임 밖으로 삐져나온 부처님을 보는데,
문지방에 걸터앉은 모습같아 보였다..
그러면서 주택에 살던 어린시절 문지방에 걸터앉아
엄마가 주방에서 분주하게 밥 하는 모습을 재미나게 보던 기억도 떠올랐다..
엄마가 그때마다 복나간다고 못 앉게했는데 나는 문지방이 참 좋았다..
방안도 볼 수 있고 밖도 볼수 있어서..
'이렇게 편하고 재미있는 곳에 못 앉게 하다니...'
그리고 다시 그림을 보았다.
네모 밖과 안에 걸터 앉아 있는 부처님의 모습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문지방에 걸터 앉은 듯한 편안함..
나는 늘 주어진 프레임안에 들어가고자 고군분투하는데
나경작가의 부처님은 프레임 밖으로 삐져 나왔다..
사방은 경전에 나와 있는 매뉴얼대로 연꽃과 소라 칼 비단을 그렸다.
모두 나경작가가 좋아하는 아이템들이랑 그림을 그리는데 거침이 없었다.
그 사방을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서 청룡을 빙 둘러 그렸다.
그리고 기도문인 다라니는 내가 좋아하는 금강경 제1장 '법회인유분'을 적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같음을 내가 들었사오니,
한때에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비구 천이백오십 인과 함께 계셨습니다.
이때 세존께서는 공양 때가 되어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들고 사위대성에 들어가셨습니다.
그 성안에서 차례로 걸식을 마치고
본래의 처소로 돌아와 공양을 드신 뒤
가사와 발우를 거두고 발을 씻으신 뒤
자리를 펴고 앉으셨습니다.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25쪽
삐뚤빼뚤한 글씨로 다라니를 적고 나서 싸인을 했다..
회오리싸인...
엄마: “나경아 사인하는 곳에 왜 회오리를 그렸어?”
나경: “회오리 느낌이 들어서. 연꽃옆에 회오리”
뭔가 묘한 충격이 느껴졌다.
어떻게 지능이 낮아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이 아이가
프레임 밖으로 나온 부처님을 그리고
금강경 제1 '법회인유분'을 내리쓰고는 연꽃과 회오리 느낌을 느낄수 있을까..
금강경 제2 '선현기청분'은 부처님의 제자 수보리가 부처님에게
회오리처럼 일어나는 마음을 어떻게 머무르고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묻는다..
부처님은 금강경 제1 '법회인유분' 에서 인생이나 삶에 대해 논하지 않으시고
그냥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제자와 동일하게 행하셨다.
스스로 옷을 입고 밥을 빌어 먹고
그릇과 옷을 정돈하고,
발닦고 앉으셨다. 1,250명이 함께하지만 어떠한 소란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일상의 생활과 살림이 그대로 진리였다.
어쩌면 단순한 김나경작가는 오히려 본질에 더 깊이 들어갈수 있는거 같다.
부처님은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 최고의 도임을 몸소 실천해 보여주셨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쉽게 진리의 문을 열지 못한다.
그래서 계속 따져묻는다.
"나는 왜 바쁠까? 회오리치는 이 마음을 어떻게 연꽃같은 마음으로 돌릴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