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도 타다오>를 보고_2019년도에 써둔 글
“어려우니까 재밌는 거지”
“젊음의 특성은, 겁이 없다는 거지”
여태껏 내게 정말 가까웠던 사람들 중에 건축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서인지는 몰라도 내게는 항상 건축에 대한 동경이 있다. 이곳 저곳을 전전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때론 힘들게 느껴지다가도 그 사람들과 도시와 건축에 대해 알아가다보면 곧잘 그 새로운 도시와 환경을 사랑하게 되곤 했다. 그 때의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안도 타다오가 말하는 ‘건축은 곧 경험’이라는 그 말에 깊이 공감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안도 타다오보다는 도요 이토파 였는데 이 영화를 보며 안도 타다오라는 사람의 스피릿과 건축에 대한 열정에 완전히 압도 당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나 젊은이들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던 부분들과, 엄청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앞두고 ‘어차피 인생은 한번 뿐이니 해보는거지, 못하면 사과하면 되고~’라고 가볍게 웃어넘기는 그의 소탈함이 참 멋졌다. 이 사람의 패기와 용기를 보며 핵왕쫄보 이다영은 깊은 반성을 했따...⭐️ 영화의 만듦새 자체는 조금 서툰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안도 타다오라는 사람자체가 너무나 흥미로운 컨텐츠?라서 좋을 수 밖에 없는 영화였다. 아침 영화였어서 중간에 살짝 졸렸는데 안도 타다오의 말들이 하나하나 다 주옥같아서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다리를 꼬집어가면서 봤다 ㅋㅋㅋㅋ 안도 타다오가 영화 중에 자신이 만든 건물들을 설명하면서 슥슥 그려내는 스케치가 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오프닝이 너무 좋았고 무엇보다 포스터 너무나 잘 뽑힌 것... 크게 방에 붙여놓고 싶었다.
왠지 뭉클했던 부분은, 빛의 교회 목사님이 교회 건축 의뢰 당시에 안도 타다오에게 디자인을 맡기며 “두 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 (마태복음 18:20)에 나오는 교회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건물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하는 장면, 또 그 다음으로 그 작은 교회를 하나하나 채워가던 성도들의 뒷모습을 촬영한 타임랩스 씬을 보면서 왠지 마음이 얼얼해졌다. 기독교인이 일본 전체 인구의 1%에 못 미치는만큼 복음이 들어가기 힘든 이 일본에 그저 한두명 모여 예배드릴 곳을 사모했던 목사님의 마음이 왠지 느껴졌고, 사이즈와 예배의 화려함과는 상관없이 이 교회를 통해 드려지는 예배가 너무 아름다웠고, 다시금 교회의 정체성과 교회라는 공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번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이타미 준의 바다>의 개봉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학생 때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타미 준 레트로스펙티브 전시를 갔던 기억이 아직도 너무 생생한데, 그 때 전시를 보고 너무 좋았어서 책도 여러권 사서 읽고 선물도 주고 했었다. 안도 타다오 영화를 보고나니 이타미 준의 바다도 너무 기대되고 빨리 보고싶다!! 이런 건축 다큐멘터리 더 많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