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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상 Jul 08. 2023

사람은 많은데 인재가 없다면

매주 수요일 8시 스터디 시간이다. 12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바뀌지 않은 직원은 김대표 포함 3명.


2008년 텅 빈 땅, 집도 절도 없는 기관 대표로 발령받은 날을 김대표는 잊지 못한다. 자천 반 타천 반이었던 자리. 나름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지라 중간관리자가 된 후 10년째 제자리걸음이 부끄러웠다. 경력 16년 째인 김대표가 신입보다 더한 고생이 시작될 것을 알면서도 대표자리를 요구했던 이유였다. 법인 내  두어 평 사무실을 빌려 쓰면서 눈칫밥 생활이 시작되었다. 눈칫밥 정도야 오기로 깡으로 버틸 수 있었다. 다만 새로 맡게 된 일이 앞뒤가 보이지 않았다. 같은 분야에서 일했던 16년이 무색할 정도였다. 김대표 스스로도 기관으로서도 부끄럽고 후회스럽고 당황스러운 날들이 시작되었고 계속되었다. 장애인직업재활, 고용... 중증 장애인으로 하여금 직업을 갖게 하기 위한 훈련 체계도 고용을 할 수 있는 수익체계도 없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개념부터 파악해야 했다. 도대체 왜 사회복지기관에서 사회복지사들이 돈을 벌어 장애인들에게 월급을 지급해야 하는지 납득 먼저 해야 했다.  


500페이지가 넘는 장애인직업재활개론을 한 권 구입해서 직원 수대로 제본을 떴다. 한 번, 두 번 재탕에 재탕을 거듭 한국의 장애인직업재활에 대한 공부가 시작되었다. 13년 전 시작된 스터디의 시초였다. 중간중간 위기가 찾아왔다. 곧 죽어도 공부는 해야 한다는 김대표와 왜 해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직원들 간의 갈등이었다. 그때마다 김대표의 고심도 깊어졌다. 이걸 계속해야 하나. 더구나 한 시간씩 빨리 출근해서 한다는 것이 어느 직원들에게는 말 못 할 고생이었을 것이다. 결국 '하고 싶은 사람만 하기'로 방법을 달리했다. 그렇게 스터디에 불참한 직원이 2명! 아무리 자유롭게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해도 불참한 직원에게도, 참석한 직원에게도, 김대표의 내면에도 드러나지 않은 불편함이 쌓여갔다. 가장 불편한 직원은 당연히 불참자였을 것이다. 어느 날 그들이 다시 스터디에 참여한 것을 보면. 그렇게 선택으로 위장한 스터디가 의무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사실, 공부라면 김대표도 지겹다. 상호 불편한 심사를 견디며 이 시간을 유지했던 것은 직원들도 김대표도 조금 더 앞서가고자 하는 마음, 그 하나였다.

더구나 (기준이 어디냐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직원들의 급여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생각에 스터디를 요구하는 일이 싶지 않았고 내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이 시간이 의무가 아닌 권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김대표 만의 생각에 그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직원의 능력은 중요하다. 월급의 많고 적음이 유능한 직원을 뽑냐 그렇지 못하냐를 결정할 수 있는 주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열악한 상황을 알고 입사한 직원들은 당연히 스스로의 능력을 향상시킬 책임을 가져야 한다.


최근 임기 3년짜리 대표가 평소 하던 업무 외의 업무를 직원들에게 지시했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문고에 올라간 사례가 있다. 결국 혐의 없음으로 해결되긴 했지만 이런 사례를 접하다 보면 스터디 같은 근무시간 외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 사뭇 염려가 뒤따르고 직원들의 눈치도 살펴야 한다. 그래서 자주 묻는 질문이 ‘스터디 시간이 어떠냐’이다. 직원들은 좋다고 한다. 대표 앞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뭐 50%쯤?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김대표는 과감히 요구하고 싶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책 한 권 읽는 것도, 우리가 종사하고 있는 이 분야를 분석하고 알아가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직원들을 조금만 독려하면 재능이 튀어나온다. 독려의 방법이 야단이기도 하고 칭찬이기도 하고, 구체적이기도 포괄적이기도 해서 대표는 각자의 성향에 맞는 독려를 하고, 직원들은 그것을 알뜰히 받아 챙겨야 한다. 사람은 많은데 인재는 없는 이 바닥에서 그것만 잘해도 동종업계의 어느 직원들보다 뛰어날 것이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수직적으로 상승 발전하길 바란다. 하기 싫을 때도 있고, 주제 정하기도 지치고, 약간의 강제성을 눈감아주는 직원들 눈치도 보이지만 김대표가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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