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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화 Freshorange Oct 17. 2023

승마수업 15회를 마치고

드디어 대마장에 입성하다

 정말 말그대로 얼떨결에 승마를 시작했다. 승마를 시작한지 1년여 쯤 되는 후배 둘이서 나와 나보다 아홉살 많은 언니를 상대로 말타기의 좋은 점을 어찌나 열심히 설명하는지 그 후배들의 열정을 무시하기 미안해서 체험하러 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보다 젊었을때 우연히 가지게 되었던 말타기에 대한 로망도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했다. 

 시작은 했지만 계속할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을 가득 안고 하루 하루 가다 보니 벌써 열다섯번을 탔다. 두 세번쯤 되었을 때 함께 시작한 언니와 계속 해보기로 하며 장비를 갗추었다. 승마를 할 때 필요한 장비는 모자, 장갑, 조끼, 바지, 부츠 이다. 우리가 다니는 승마장과 거래를 하는 가게와 연락을 하여 조끼를 뺀 나머지를 갖추었다. 만만한 비용이 아니다. 조끼는 승마장에 비치된 것들을 그때그때 입었는데 운동은 말이 하고 땀은 내가 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져서 30분~50분 타고 나면 땀에 흠뻑 젖는다. 탈 때 마다 땀이 나는데 그렇게 젖은 조끼를 입자니 영 기분이 찝찝하여 조끼도 장만을 했다. 기본 장비를 갗추는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아 이젠 그만 두고 싶어도 장비에 들인 거금이 아까워 그만 둘 수 없게 되었다 싶으니 새로운 열정이 더 생겼다. 

 처음에 승마를 시작할 때는 우리 빼고 모두 다 전문 선수같이 보였다. 오며 가며 우리도 과연 잘 탈 수 있을까, 잘 시작한 걸까 하는 말을 입이 닳도록 했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살아 있는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교감을 나누는 것이 워낙 서툴러서 열정은 넘치나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흥미 있으면 확 타올랐다 금방 사그라 드는 냄비 근성도 있으니 더 믿음이 없기도 했다. 그런데 오뉴월 하루 해가 무섭다고 하루하루 말타는 날이 늘어갈 수록 우리의 승마 실력도 하루 하루 늘어갔다. 

 승마 실력이 늘어간다는 말에는 많은 내용이 내포되어 있다. 승마를 접하기 전에는 그냥 승마란 단지 '말타기'에 지나지 않았다. 말을 타보니 말이 걷거나 뛰고 기승자(말타는 사람)가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용어가 있다. 간단하게 설명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가장 기본인 평보가 있다. 말의 걷는 방법 중 가장 느린 것으로 기승자도 비교적 편안하며 이 때 말을 타는 방법, 고삐를 잡는 방법,  등좌 쇠에 발을 넣는 방법을 배운다. 물론 말을 타고 내릴 때도 요령이 있다. 말도 사람도 그닥 에너지가 많이 들지 않으므로 장시간 타도 크게 무리가 없다고 한다. 처음엔 평보시에도 무섭고 힘들더니 지금은 오히려 심심하다. 개구리 올챙이적 모른다고 말 옆에 가는 것도 무서워서 벌벌 떨더니 평보는 심심하다고? 참내, 내가 생각해도 웃기다. 그 다음 수업은 속보라고 하는 것을 배운다. 초보자의 눈에는 뛰는 것처럼 보였는데 좀 빨리 걷는 거란다. 양발로 말 몸 쪽에 자극을 주거나 입으로 정해진 '쯧쯧'을 두번 반복하면 빨라진다. 속보에는 말의 리듬에 맞춰 엉덩이를 들었다 앉았다 하는 경속보가 있고 말에 지긋이 앉아서 온몸으로 말의 리듬을 받아내는 좌속보가 있다. 경속보를 누가 봐도 경속보 답게 하는 데 두 달 넘게 걸린 듯 하다. 일주 일에 2번 가니 거의 8회 만에 겨우 경속보가 뭔지를 겨우 알겠다. 우리가 타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으니 좌속보를 해보라고 하셔서 요령대로 하니 왜 경속보 먼저 배우고 다음 수업이 좌속보인지 알겠다. 평보에서 경속보로 진도를 나갈 때는 리듬에 맞춰 엉덩이를 드는 일이 쉽지 않았고 '좌속보'란 말에 그냥 앉아 있는 거라고 해서 좌속보가 훨씬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뛰는 것도 아니고 빨리 걷는 것인데도 말 안장에 그대로 앉아 말의 리듬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좌속보가 훨씬 힘들고 운동량도 많았다. 걷고 뛰는 말에 비해 가만히 있는 내가 왜 전신 운동이 되는 건지 참 신기하다. 속보를 통해 말의 리듬에 완전히 적응해야 비로소 구보와 습보에 도전할 수 있다고 한다. 19.2km 정도의 속도로 달리는 것이 구보이고 59.4km의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이 습보라고 한다. 

 우리의 승마 실력은 이제 막 좌속보를 배우기 시작한 단계이다. 말 옆에 가는 것도 무서웠던 거에 비하면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우리들의 승마실력이 늘어난 것을 증거하는 데이터가 또 있다. 우리가 다니는 승마장은 지붕이 있는 원형 경기장과 대마장이라고 불리는 승마장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두달 넘게 원형경기장에서 선생님의 입회아래 수업을 했다. 경속보를 배우고 나니 평보가 시시해 보였던 것처럼 말 타는 것이 익숙해지니 대마장에서 달리는 기승자와 말이 부러웠다. 우리는 언제나 대마장으로 나가나? 대마장으로 나가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하나? 하는 심정으로 드넓은(?) 대마장을 쳐다만 봤는데 드디어 대마장으로 나가는 날이 오긴 왔다. 탁트인 하늘을 보며 조금 더 넓은 곳을 말과 함께 걷고 뛰니, 아니 빨리 걸으니 스치는 시원한 바람이 그동안 쌓인 묵은 스트레스 찌꺼기를 모두 가져 가는 것 같았다. 참 시작하길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등 많은 운동에 도전했다 얼마 못가 그만 두고 창고에 장비만 잔뜩 쌓여 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말타기'는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다. 갈 때 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1시간 가까이 되는 길이 조금도 멀게 느껴지지 않으니 당분간은 처음의 열정을 그대로 간직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이, 로사, 초코야, 오래 오래 같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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