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과 함께하는 여행 6
길 떠난다는 건 설렘이다.
길 떠난다는 건 설렘이다.
그래선지 미리 장만을 해 둔 휴대용 돋보기 안경을 두고 왔다.
어쩌랴, 낯선 곳에서 눈까지 어두우면 괜한 수고로움만 더할 것을, 하는 수 없이 공항 근처 안경점에서 이만원짜리를 다시 구했다.
"참!"하고 아내가 짧은 한숨이다.
물론 핀잔이다.
그것도 아주 쎈. 이십여년 살을 맞댄 부부라면 알 만한 독설이다.
다른 날 같으면 반나절은 삐져있을, 서운한 시비거리여야 했다.
이번은 "뭘" 하고 만다.
새로 산 돋보기를 쓰고, 또렷하게 보이는, 비행기 표에 적힌 43번 게이트를 확인한다.
그러고는 공항 안내도 앞에서 단번에 글씨 하나를 집어낸다.
"여기가 스카이 허브 라운지야"
돋보기를 벗어 셔츠 주머니에 찔러넣고 아내를 보고 웃는다.
"PP 카드 있잖아"
눈이 어두어지기 시작한 남편이라면 뻔하다.
별 거 아닌 일에 거들먹거리기는 꼭 사춘기 머슴아다.
이런 퇴행도 바울과 함께 길 떠나는 설렘 탓일테다. 그러니 이 모든 일이 하느님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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