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궁에서 온 그 남자
5.
“아따, 뭐땀시 그라요? 여그 가꼬 왔응께 언능 묵기나 허시요.”
어느 틈에 주인 노파가 막걸리 한 주전자를 들고 왔다. 주전자를 받아 든 양복쟁이는 술 한 잔을 손수 따라 마신 뒤에 또 한잔 술을 부어 내게 권했다.
나는 단김에 잔을 비우고는 빈 잔을 사내에게 돌렸다. 이렇게 세 사람은 안주도 없이 막걸리를 배가 부르도록 연거푸 들이켰다.
“고로콤시롱 술만 뽈아서 쓰것소?”
부엌 쪽에서 그릇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윽고 주인 노파가 안주까지 차려 내왔다. 술청에는 발갛게 양념이 묻은 돼지 껍데기가 올라 있고 날것으로 생선 대가리가 그들먹하게 담긴 양은냄비가 놓였다.
갖가지 모양을 한 생선대가리들에서는 벌써 썩는 냄새가 고약했다.
파리 몇 마리가 윙 소리를 내며 귓가를 맴돌았다. 양복쟁이가 손을 들어 파리 떼를 쫓으며 짜증을 냈다.
“할매, 이기 뭐꼬? 대갈빼기는 비렁내 나니까네 치워삐라, 마.”
양복쟁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내가 양은냄비를 와락 낚아채었다. 그리고는 생선대가리를 하나를 집어 들고 오도독거리기 시작했다.
“생 대가리가 제 맛이지. 눈알도 제대로 박혀 있고.”
사내의 입술은 미끈거리는 생선 점액으로 윤이 흐르고 있었다.
그 위로 극성스러운 파리들이 떼를 지어 앵앵거렸다.
“말이 나온 김에 하나 물어봄세. 용궁 점령 계획은 그렇다지만 구태여 대가리만, 그것도 눈알이 제대로 박힌 놈만 고집하는 이윤 뭔가?”
내가 아까부터 묻고 싶었던 말을 꺼냈다.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올시다.”
사내는 생선대가리를 아직도 그악스럽게 씹어 대며 말을 이었다. 그의 입언저리에 바글바글 엉겨 붙어 있던 파리 떼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다시 몰려들었다.
“기억을 먹는 겁니다. 이놈들이 보고 듣고 느낀 기억들 말이오.”
“잉? 말두 안 되는 소리지. 물괴기가 무신 기억을 한다는 겨. 안 그려유, 성님?”
늙은 아낙들이 둘러앉은 쪽에서 느럭느럭한 말소리가 들렸다. 빳빳하게 풀 먹인 삼베 치마저고리를 입고 괴나리봇짐을 하나씩 안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디로 나들이를 떠나는 모양이었다.
“그려두, 그 뭐시냐…. 물괴기 아이뀨가 죽은 영감보단 나을 껴.”
“참말루다 성님은. 물괴기란 놈은 잡은 걸 놔 줘두 금방 이자묵고 자꾸 미끼를 물잖유.”
“아녀, 그 영감탱인 더혀. 칠칠맞게 이녁 눈알맹이나 이자묵고.”
“그라믄 암것두 못 본규?”
“뭐 볼게 있간디? 눈알맹이가 읎어서 이녁 고추두 건사 못하는디.”
“워쪄. 그랴서 워떻게 됐시유?”
“폭삭 곯았어.”
아낙들은 제법 손짓까지 해가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