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궁에서 온 그 남자
4.
나는 등 뒤에 따끔대는 시선을 느끼며 흘금 뒤를 한번 돌아보았다. 한 패의 늙은이들이 둘러서서 사내와 나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퀭한 눈이 고양이 눈처럼 번뜩이는 게 어지간히 호기심이 동한 모양이었다.
늙은 패거리 가운데 그중 행세깨나 함 직한 양복쟁이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사내에게 말을 걸었다.
“원 세상에 별놈의 꼴 다 보겄구마. 그라모, 대갈빼긴 뭐든 다 묵나?”
양복쟁이의 억센 억양과 툭툭 내던지는 말투는 어찌 보면 시비조로 들렸다.
“그렇수다.”
사내가 양복쟁이를 향해 돌아앉으며 짜증스레 대꾸했다. 선술집 안의 늙은이들 몇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사내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놈도 먹어보구려.”
누군가 사내의 턱 앞에 먹다 남은 꽁치구이 한 접시를 드밀었다.
“싫소. 눈알이 제자리에 붙어있어야 먹지.”
두 눈을 내리깔고 잠시 접시를 살펴보던 사내가 반말로 소리쳤다.
“거참, 식성 한 번 고약하구먼.”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나는 사내 대신 접시를 받아들고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접시에는 폭삭 으깨진 꽁치대가리며 잔뼈를 발라낸 몸통, 흘린 밥알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왜 하필 대가린가?”
나는 꽁치 접시를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사내에게 물었다.
“용궁을 점령할 계획이요. 그래서……. 생선 대가리를 먹는 거라오.”
이젠 존대도 아니고 반말도 아닌 어정쩡한 말투였다.
“예끼, 말 같은 말을 해야지. 요즘 세상에 용궁을 믿는 사람이 어디 있누?”
검버섯이 돋은 얼굴의 늙다리가 양복쟁이 옆에 착 붙어 서서 핀잔을 놓았다. 그리고 슬쩍 나를 향해 “안 그렇수?”하고 아는 체를 했다.
새물대는 짓이 가살스러워 영 상대하기 싫었다.
“낯짝에 저승꽃이 거멓게 피는 마당에 못 믿을 건 뭐 있나?”
내가 그렇게 무안을 주자 주위에 있던 늙은이들이 킥킥거리고 웃어댔다.
“하모, 저승이 멀다캐도 삽작문 밖인디. 용궁이라고 와 없겠노?”
양복쟁이 늙은이가 은근히 맞장구를 쳤다. 그러더니 의자 하나를 들어 내 옆에 슬쩍 다가앉았다.
“용궁 가는 길만 찾으면 한방에 끝장낼 수 있는데.”
사내가 술청 쪽으로 돌아앉아 혼잣소리처럼 중얼거렸다.
“용궁차사가 간다는 길 말인가?”
“그 길로 근위부대를 이끌고 용궁으로 들어갈 거요.”
사내의 표정은 제법 진지해 보였다.
“또 허풍이로세. 꿈에도 못 볼 용궁차사가 문밖에라도 와 있단 말이여? 잘됐구먼. 들어와서 목이나 축이면서 심심풀이로 늙은이들 사주 좀 봐달라고 하시지.”
뒷전에서 검버섯이 돋은 얼굴의 늙다리가 조롱기 섞인 어조로 농을 쳤다. 와그르르 웃음소리가 또 선술집 안에 터졌다.
사내는 못들은 체 아무 대꾸도 않고 빈 소주잔만 만지작거렸다.
“아이고야, 술잔이 비었뿐네.”
내 곁에서 잠자코 사내를 건너다보고 있던 양복쟁이가 끼어들었다. 그러더니 모로 시선을 흘리며 뒤에 서 있던 늙은 패거리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문디자슥들, 뭐하노? 여 시원한 탁배기 하나 가져오라 안카나!”
양복쟁이의 거벽스러운 서슬에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들이 뚝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