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궁에서 온 그 남자
3.
“노인장, 대가리 드실 거요?”
사내가 불쑥 말을 걸어왔다. 그 통에 영 밥맛이 달아나 버린 것 같아 슬그머니 불쾌한 감정이 치밀었다.
“이도 성치 않은 늙은이가 그 딱딱한 걸 어찌 씹겠나?”
“그럼 나한테 주쇼.”
어린놈이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것도 지 애비뻘 되는 어른한테 그런 무례한 짓이 어디 있나 싶어 힐끗 사내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은 내 불쾌한 눈빛엔 아랑곳없어 보였다. 오직 굶주린 개의 그것처럼 찌개냄비에만 박혀 있었다.
“남이 먹던 대가릴 뭐하려고?”
나도 찌개에다 비빈 밥 위로 볼쏙 내민 동태대가리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목구멍에서 꼴깍꼴깍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는 수 없이 숟가락으로 찌개를 해작여 동태대가리를 건져냈다.
순간 갈퀴 같은 사내의 손이 덥석 대가리를 움켜쥐었다. 사내는 어느 틈에 그것을 볼이 미어지게 입안에 우겨넣고 있었다.
나는 그저 어안이 벙벙해서 사내의 행색만 짯짯이 뜯어보았다.
사내는 허름한 카키색 군복에 색 바랜 각반을 치고 목이 짧은 헨조카 군화를 신고 있었다. 영락없이 그 옛날 만주국의 관동군 모습을 뒤집어썼다.
“아무리 허기가 져도 그렇지, 치신없이 이게 무슨 짓인가?”
동태 대가리를 우적우적 씹고 있는 사내의 모습이 어딘지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비벼 놓은 밥을 덜어 빈 주발에 담아 그에게 건넸다.
“난 대가리만 먹습니다.”
사내의 말투는 사뭇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웠다. 그의 흥분에 찬 목소리가 선술집 안에서 짜랑짜랑 울려 퍼졌다. 제각기 패패로 앉아서 소란스레 재깔이던 늙은이들이 갑자기 말을 그쳤다.
문득 희한한 소리를 뇌까리는 사내와 한자리에 더 있다가는 남우세를 받기 딱 좋겠다는 걱정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