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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 Yoorang Aug 18. 2020

언어

음성언어와 수화언어


우리가 자주 나누는 주제 중 하나가  '언어'다.  


우리들이 대화 나눌 때는 '미국수어(미국수화언어)'가 주언어다. 그렇지만 중간에 새 단어 혹은 형용사나 부사 같은 건 사전 통해 한국어로 어떤 의미인지 여러 개를 찾으면서 적절한 단어를 유추해내곤 한다. 절대 한 단어로 기억할 수 없는 이유가 이야기 내용에 따라, 문맥에 따라 다른 의미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A단어를 a 의미 하나로만 단정할 수 없는 건 수어든 음성언어든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웬만한 이야기는 미국수어로 충분히 깊은 대화까지 나눌 수 있다. 오히려 음성언어보다 수어가 더 편하고 정확하고 빠르다고 자부할 수 있다. 수어는 시각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3D 언어라고도 불리는데 그 이유는 손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하기 때문이며 손의 모양, 동작, 위치 등 조금만 달리 해도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표정도 더해야 하기 때문에 표정이 없는 수어는 음성언어에 있어 악센트, 억양이 없는 수어다.


얼마 전에 미국 친구와 이야기 나누다가 미국 친구가 수어로 'Cat fish'를 이야기했을 때, 그 단어가 뭘 뜻하는지 몰라서 되물어보았다. 그 친구가 양손으로 양입가에 수염을 뜻하는 동작을 하자마자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었다. 그 순간 그 친구의 얼굴이 '메기'로 변했다. 그때 우리 모두 폰을 다른 곳에 두고 있어서 그 자리에 폰이 없었지만 간단한 동작 하나만 보여주자마자 충분히 그 단어를 뭔지 알 수 있었던 건 수어가 3D 언어라서다. 만약 음성언어였다면 얼굴에 수염이 났고 색깔은 어쩌구, 덩치는 어쩌구 그렇게 생긴 물고기 등 좀 더 긴 설명을 했겠지만, 수어이기 때문에 메기의 모습을 그대로 형상화하면 되었기에 길게 설명할 필요 없었다.


물론 새 언어를 배우기 전에 더 중요한 건 다양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한다. 이는 음성언어든 수어든 본인이 다양한 정보, 지식 등 골고루 잘 알고 있으면 새 언어를 접하더라도 간단한 설명만 들어도 모국어로 어떤 걸 뜻하는지 금방 알게 되는 법이다.


남편 외에 미국친구들 모두 미국수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요즘 내 주언어는 미국수어인 건 당연하나 큰 불편함을 못 느끼는 이유가 나는 이미 한국수어와 국제수화 또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내 모국어인 한국어를 구사하는데에 어려움없이 지내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언어를 배울 때 최소한 모국어가 탄탄해야 다른 언어를 배우는데에 어려움을 덜 겪는다. 실제로 나는 한국수어를 뒤늦게 배웠지만 빠르게 배웠고 미국수어, 국제수화 또한 큰 어려움없이 금방 배웠던 걸로 기억한다. 아직도 계속 공부하고 배우고 있는 중이지만 영어를 공부하는 거보다 수어를 배우는 게 더 쉬운 이유가 앞서 말한대로 수어는 3D언어이기 때문에 어떤 걸 묘사하는 듯이 설명할 경우, 어느 나라 수어든지 간에 모든 수어는 그 묘사 대상을 눈 앞에 이미지를 그리는 듯이 손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수어를 하지 않는 사람은 단순히 음성언어의 문법을 따라서 하는 기계식 수어를 구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덕분에 나는 남편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있는 또 다른 공간을 직접 두 눈으로 본다. 그 말인즉 우리가 호그와트에 가고 싶으면 대화를 시작하면 된다. 순식간에 우리들이 있는 공간은 호그와트로 바뀐다. 안타깝게도 이 신비로운 언어의 매력을 글로 도무지 담아낼 수 없는 이유가 수어는 2D언어가 아닌 3D 언어라서다. 또 다른 차원의 공간을 매일 매순간 볼 수 있다는 건 수어만의 특별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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