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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 Yoorang Oct 09. 2020

관점

Renca 영상 보고 난 후

며칠 전 한 친구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렌카라는 미국 농인의 영상을 공유했다. 그 친구는 종종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영상, 사진, 글을 공유하는데 이번에 공유한 거 또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영상이었다.


영상 내용을 대충 요약하자면


미국  아이오와주에 작은 농학교가 있는데 한두 달 전에 농 선생님 채용공고를 냈다고 한다. 농인이든 청각장애인이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환영한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었지만 부정적인 반응 또한 있었는데 그 내용 일부를 이야기하자면 농학생들의 학업수준이 어떠냐, 학업을 따라갈 수 있는 충분한 이해력이 있느냐, 본인 수준에 비하면 학생들의 수준이 너무 낮아서 본인이 그 학교에 가기엔 아깝다 등 학생들을 평가하는 듯한 이야기였다고 한다.

렌카가 영상을 올리게 된 계기는 사람들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에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학교를 비교하거나 학생들을 비교하거나 모든 사람이 생각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니라 단지 우리들이 스스로 상대방을 어떤 관점,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한 번 고민해봤으면 한다는 이야기였다.

다시 말해 상대방의 개개인의 재능, 경험, 환경 등 보지 않고 본인 잣대와 기준으로 상대방을 평가 내리고 본인 기준에 충족되지 않으면 본인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하는 방식을 바꿔 더 열린 마음으로 그 사람 모습 그대로 보자는 이야기.  


렌카 영상 보고 난 후 나 자신을 한 번 더 들여다 볼 기회가 되었고 내 경험을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거 또한 힘을 실 수 있을까 싶어서 내 인스타그램(브런치 프로필에 등록되어 있는 인스타 계정이 아닌 다른 계정)에 미국수어와 한국수어 영상 각각 찍어서 올렸었다.

미국수어영상은 내 생각만 이야기했지만 한국수어 영상엔 렌카 영상 내용도 요약하면서 내 생각을 이야기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는지는 중요치 않고 적어도 한 사람이라도 한 번 더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면 충분히 전달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여기에도 기록 남기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다.


나 역시 수어를 늦게 배웠고 농사회와 수어를 잘 몰랐던 시기의 내 가치관과 관점은 철저하게 청인들이 요구하는 거에 맞추려고 발버둥치며 매일 아슬아슬한 얼음판을 걷는 듯 했다. 수어와 농사회를 점점 알게 되면서 여러 사람들과 깊은 대화도 나누며 농사회의 일원이 되가는 과정에서 내가 믿었던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모든 걸 부정하고 싶고 어떤 게 맞는지 잘 모르겠으니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도기였던 거 같다.


청인 사회에서, 음성이 중심인 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강요 받은 거도 많았다는 걸 느꼈을 땐 그 반동으로 인해 배신감도 많이 들었다. 제한된 정보(농사회, 수어에 대한)만 받았다는 거 또한 청인들의 이기심이 아닐까 싶었지만 완벽하게 누구에게나 공평한 세상이 없기에 슬프지만 당연한 일이구나 싶어서 그 또한 나를 많이 괴롭혔다. 물론 어느 누구를 원망하는 건 아니다. 이 사회가 편협하기 때문에 미디어 또한 편합하고 미디어를 접하는 우리들 또한 편협할 수 밖에 없다.

단지 깨어있는 사고를 유지하기 위해 늘 열린 마음으로 이 세상을 탐구해야할 뿐. 내 생각이 편협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주변을 바라보는 내 관점은 더 넓어졌다. 덕분에 무언가를 결정 혹은 평가를 내려야할 때 단박에 대답할 수 없게 되었다. 더 고민하고 생각하고 신중해졌다.


반면 과거를 잊고 본인이 받았던 부정적인 경험을 그대로 본인과 비슷한 사람에게 돌려주는 사람도 꽤 있었다. 살다 보면 과거를 잊을 수도 있지만 본인이 정말 억울하고 기분 안 좋았던 경험을 똑같이 혹은 더 심하게 누군가에게 돌려주는 건 상대방 뿐만 아니라 본인 또한 아프게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윗 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 행여나 윗물이 더럽더라도 중간에 맑은 물을 만들도록 시도한다면 아랫물도 결국 맑은 물이 되지 않을까. 어려운 일이지만 충분히 시도할만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평생 믿었던 사고방식을 단박에 깨뜨린 게 아니지만 더 열린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가끔 배로 아플 때도 있지만 전보다 지금이 훨씬 더 좋다. 사는 게.


저마다 삶의 속도가 다르다. 절대로 같을 수 없기에 상대방의 속도를 존중해주고 그 페이스대로 달릴 수 있게 지켜봐주는 게 진정한 지지가 아닐까. 본인이 감을 잡을 수 있게 옆에서 물도 주고 응원도 해주다 보면 언젠가 나보다 더 빨리 달리는 사람이 되어 나를 이끌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Renca's video]

https://www.instagram.com/tv/CF8X0BHFKqX/?utm_source=ig_web_copy_link&fbclid=IwAR31If5DpIg1E9SiKMC4LAM4LrJeYd6RJTfZbXdrGi7oMBJe7TnqF1W565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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