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면, 그 단절이 날 정화한다.
낙엽이 저물었던 자리에 하얀 눈이 쌓였다. 얼은 땅에 사람들의 속도는 느려졌지만,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길에 있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 눈사람을 만드는 사람, 일부러 미끄러지며 스케이팅을 하는 사람 등 추운 날씨에 불편할 수 있는 눈 바닥에도 왠지 모를 설렘들이 담겨있었다.
나 또한 몇번이고 길에 가만히 멈췄다. 눈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찍었고, 크리스마스 장식과 함께 쌓인 눈을 바라보고,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눈사람을 구경-거짓말 안하고 학교에서 집에 오는 동안 한 15개는 본것 같다.-했다. 정말 겨울이 오긴 왔구나, 연말이 성큼 다가왔구나, 크리스마스가 곧이구나 하는게 실감이 났다.
문득 이런 계절의 변화가 몽글몽글하게 느껴졌다. 지난 3년간 계절의 변화가 그다지 크지 않은 (여름에도 덥지 않고 겨울에도 눈내리지 않는) 나라에서 살면서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이 참 그리웠던 것이 생각났다. 옷갈이를 하며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고, 계절에 따라 바뀌는 제철음식과 과일을 찾아 먹고-마치 요즘 방어가 너무 그립듯-, 색다른 풍경을 담은 여행을 떠나고 하는 것이 참 그리웠었다. 오늘 내리는 눈을 보며, 눈 내리는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그 특유의 분위기와 날씨와 풍경을 즐기며 이러한 변화를 그리워하며 지냈던 시절이 떠올랐다. 이럴 때만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분위기에 한껏 감성도 담아보는 것이 당연한기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며...
특히 오늘처럼 세상이 온통 하얗게 덮어 매일 다니던 곳이 전혀 다른 풍경이 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어제의 나로부터 오늘의 나를 다르게 전환할 수 있는 신기한 경험도 하게 된다. 무언가 알수없는 그 단절감이 이전과는 달라질 수 있자는 정화의 에너지를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절과 함께 시간을 바꾸고 마음을 새롭게 하며 지내는 게 너무 당연했던 삶이라, 이게 소중한 경험인지 예전에는 몰랐다. 계절의 변화가 없고, 그래서 일년내내 같은 옷을 입고, 비슷한 생활을 하며 시간이 흐르는지 어쩐지 실감하지 못한 체 같은 에너지를 거의 연간 동일하게 유지하는 삶을 살고나니 깨달은 사실이다.
그렇게 오늘도 이 겨울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