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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민 Jan 13. 2023

강박의 감옥에 갇혔다.



알고 있으면서도 별거 아니라 치부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했었고,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다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무언가를 갖게 되면 내가 느끼는 이상으로 집착을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애플워치를 샀다.

그날 이후로 일일 피트니스 수치를 보며 어떻게든 완수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출근 전, 퇴근 후에 시간이 남으면 틈틈이 운동하는 습관이 생겨서 매일같이 최장 운동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최장 기록을 깨트리기 아까워서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게 되었다.

이건 선순환일까...?


아이패드를 샀다.

필기를 위해 기존 미니보다 조금 더 큰 11인치를 구매했지만, 사실 그냥 사고 싶어서 산거다. 용량도 64G면 매우 충분하지만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128G를 선택했다. 물론 이것도 그러고 싶어서 고른 거다.

그리고 매일 노트북 대신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며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비싼 몸값만큼의 가치를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뭔가 해야만 할 것 같았다.


키보드를 선물 받았다.

회사 동료들이 쓰는 소리만 시끄러운 기계식 키보드가 아니라, 타이핑 욕구를 자극하는 소리와 터치감을 자랑하는 고급진 수제(?) 키보드다.

그래서 저녁마다 항상 PC앞에 앉아서 타이핑할만한 것들을 열심히 고민한다.


쉬는 날이 생겼다.

이 황금 같은 시간을 어떻게든 멋지게 사용해보고 싶다.

그래서 카페도 가고, 근교로 나가 산책하며 사색도 좀 해보고, 그동안 밀렸던 고민거리들을 정리하며 하루를 바쁘게 보냈다.


차를 샀다.

사실 서울 안에서만 서식하는 동물은 대중교통이 훨씬 빠르고 편하지만, 그래도 차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으니 사야만 했다. 아니, 그냥 갖고 싶었다.




내가 무언가를 소유하려 했을 때 원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을 것이다.

애플워치는 운동량을 조금 더 정확히 측정해 주길 바랐고, 아이패드는 노트북보다 조금 더 편리하게 쓸 도구가 필요했을 뿐이다.


시간이 생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나를 재촉하고 여유를 없애고 있다.

마치 또 다른 자아가 내게 무언가를 이루어내라는 압박을 하는 듯이.


나는 강박이라는 감옥에 갇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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