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세대는 왜 라디오를 듣지 않을까?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라디오를 듣는 친구는 거의 없다. 라디오 주 청취자 층만 봐도 대부분 직장인, 부모세대 등 30대 이상이다. 1020세대 중에서도 라디오를 듣는 친구들은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오면 해당 회차만 실시간으로 챙겨 듣거나, 유튜브에 올라오는 라이브 클립을 보는 정도이다. 1020세대는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이 시각적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1020세대가 오디오 콘텐츠에 완전히 무심한 것은 아니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로 음악을 듣기도 하고, asmr, 백색소음 등을 들으면서 유튜브를 일종의 오디오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1020세대도 적지 않다.
라디오 모니터링을 하면서 KBS의 <박명수의 라디오쇼>는 1020세대에게 다가오기 좋은 라디오임을 느꼈다. <박명수의 라디오쇼> 중 목요일 코너인 성대모사 달인을 찾아라(이후 ‘성달찾’)는 라디오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알 정도로 재미있고 유명한 콘텐츠이다. 유명 연예인, 정치인, 캐릭터 등의 성대모사를 하고 거기에 냉정하게 ‘땡’을 외치거나, 유쾌하게 받아치는 디제이 박명수의 입담이 어우러져 많은 관심을 받는 코너이다. 심지어 성달찾은 이 코너를 위한 단독 유튜브 채널 또한 보유하고 있다. 구독자 수는 7.72명으로, 라디오 코너 하나만을 위한 유튜브 채널 치고 굉장히 많은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적극적인 유튜브의 활용과 흥미로운 콘텐츠는 1020세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사실 라디오가 1020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요즘 라디오 방송들은 대부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라디오는 102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 부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1020세대에게 라디오가 다가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먼저 유튜브 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현재 대부분 유튜브에 올라오는 라디오 클립 영상들을 보면 광고를 포함한 무편집본이거나, 가수가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부분만 클립으로 따로 올려주는 형태로 되어 있다. 하지만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박명수의 성달찾 유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들은 실제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영상처럼 재미있는 자막, 효과를 활용한다. 이러한 영상들은 1020세대들에게 더 편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것이 해당 채널의 많은 구독자 수의 비결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이다. 1020세대는 항상 다양한 콘텐츠에 목말라 있다. 하지만, 라디오 콘텐츠는 대부분 비슷하고, 차별화되어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1020세대를 위한 라디오가 적다고 느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데이식스의 키스 더 라디오>와 같이 아이돌이 진행하고, 아이돌 게스트가 주를 이루는 라디오의 경우에는 그나마 청취자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기는 하다. 물론 1020세대 만을 위한 라디오를 만들어야 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 직장인, 부모세대를 위한 라디오가 주를 이룬다. 1020세대가 라디오를 많이 찾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일 수도 있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1020세대는 오디오 콘텐츠에 관심이 없지 않다. 만약 1020세대를 포함하여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라디오 콘텐츠가 있다면, 1020세대도 충분히 라디오 콘텐츠를 소비할 것이다. <박명수의 라디오쇼>도 2030 세대가 주를 이루었지만, 뉴미디어인 유튜브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달찾이 화제가 되자, 10대도 많은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는 사례를 통해 라디오가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1020세대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올바른 방향성을 찾길 바란다.
장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