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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피디 Nov 03. 2021

대세는 순한 맛 드라마

    “이번 연도에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마 있어?” 친구들에게 물었더니 “라켓 소년단”, “갯마을 차차차”을 가장 많이 답해주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이 드라마의 공통점은 ‘순한맛’이다. 타인을 상처 주는 내용이 아닌 힐링이 주가 되는 드라마가 1020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왜 그런 걸까?

  왕따, 살인, 성매매 등 자극적인 요소는 우리에게 더 이상 픽션이 아니다. 현재 가상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드라마에서 조차 자극적인 내용이 나오면 시청자는 외면할 확률이 높다. 우리는 드라마를 볼 때만이라도 현실에 세계를 잠시 벗어나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라켓 소년단”, “갯마을 차차차”는 시청자들에게 위로를 주는 드라마다. “라켓소년단” 주인공인 ‘윤해강’은 본인이 하고 싶던 야구를 포기한 후 배드민턴 선수가 된다. 또 배드민턴 선수로 생활하면서 가장 친한 친구인 ‘나우찬’과는 경쟁자가 된다. 이는 우리의 학창 시절과 많이 닮아있다. 가장 친구와 내신 성적을 두고 경쟁을 해야 하거나 현실의 벽에 마주쳐 꿈을 포기한 일은 청소년이 느끼기에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경쟁 속에도 꽃피우는 우정, 학교 끝나고 먹는 떡볶이 장면 등 ‘라켓 소년단’ 드라마는 10대 시청자에게 ‘공감’을 일으켰다.

  “갯마을 차차차”는 20대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서울대를 나왔지만 시골에서 최저시급만 받고 잡다한 일을 하는 ‘두식’, 남부럽지 않은 대학을 나와 치과의사인 직업을 가졌지만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는 ‘혜진’의 로맨스 이야기다. 

  이 드라마를 시청한 나는 인생의 가치관이 ‘혜진’으로 시작해 ‘두식’으로 변화했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준에서 뒤처질까 하고 싶던 휴학도 포기하면서 대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갯마을 차차차’를 만나고 가치관이 “틀리면 안 돼”에서 “틀리면 어때”로 바뀌었다. 또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 주인공 ‘두식’의 대사 중 “세상에는 돈, 성공 말고도 많은 가치들이 있어. 여하튼 인생은 수학공식이 아니라고, 계산이 딱딱 나오지 않을뿐더러 정답도 없어. 그저 문제가 주어졌고 내가 이렇게 풀기로 결심한 거야.” 라는 ‘두식’의 대사가 청춘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나에게 주어진 문제 풀이 방법은 무엇인지, 정답 없는 문제를 푸는 과정은 어떤 것인지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갯마을 차차차’는 현재의 청춘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가장 부합하는 드라마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제한되는 요소가 타 방송사보다는 많기 때문에 역으로 순한 드라마를 ‘잘’ 만드는 것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1020 시청자들은 ‘순한’, ‘힐링’ 드라마에 열광하기 때문에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드라마가 많이 제작되었으면 좋겠다.


안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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