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피디 May 24. 2021

슈퍼맨들을 돌려놓기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이들의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관찰·육아 예능이다. 가장 싫어한다고 말하기에는 정말 꾸준히 챙겨본 프로그램이었고, 방송에 나오는 아이들이 귀여워서 SNS나 유튜브를 통해 아이들과 관련된 영상을 찾아볼 정도로 애정이 컸다.


 사실, 초창기에는 별생각 없이 프로그램을 보며 웃고, 아이들의 모습을 귀여워하는 ‘랜선 이모’ 중 한 사람이었다. 특별한 상황이나 게스트 없이도 아이들의 말과 행동 표정만으로 소소한 웃음이 전달되었고, 힘든 일주일 끝에 힐링을 주는 시간이라고까지 생각되었다.


 하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프로그램을 보며 불편한 마음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이제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미션이나 상황을 부여했고 새로운 게스트들을 섭외했다. 물론, 프로그램 초창기와는 다른 신선하고 새로운 소재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실패하고, 짜증을 내고, 슬퍼하는 모습을 그저 ‘귀엽다’라는 생각으로 소비하는 나를 보며, 과연 아이들도 원하는 일일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동생이 태어나면, 어느 정도 커버린 아이는 뒷전이 되고 새로운 아이가 주목받는 것도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재미가 목적인 예능의 특성상 새롭고,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은 타당한 일이지만,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출연자가 ‘아동’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모습이 TV에 방영되고, 기록으로 남는 이 과정을 이해하기 힘들고, 충분한 합의나 보상이 이뤄지기도 어렵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아이들의 귀여움이 맞지만, 나라면 아이들을 위해 스포트라이트를 아이들에서 ‘슈퍼맨’으로 다시 돌릴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쏟고 있는 애정과 관심은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주변에서도 프로그램명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인데, 아이들이 다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의견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나는 프로그램 본래 취지처럼, ‘슈퍼맨’들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정말 프로그램에 ‘슈퍼맨’들을 돌아오게 하고 싶다. 어른들은 프로그램의 진행방식에 대해 충분히 자발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합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는 어른을 중점으로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아닌, 아빠들에게 도전 과제를 주고, 아이들은 그런 아빠를 지켜보고 돕는 식으로. ‘아이’가 관찰의 대상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슈퍼맨의 육아 과정이 드러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싶다. 시청자들이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방송을 만들 때 시청률만을 고려할 수는 없다. 요즘은 아이의 인권을 비롯해 모든 이들의 권리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선한 예민함이 떠오르고 있다. 어른들에게 집중한다면 당장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을지 몰라도, 멀리 봤을 때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불편함’을 주는 것이 뭔지 고민하고, 이를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면 보다 좋은, 또 선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희원

 

작가의 이전글 위로는 거리감을 동반하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