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러운 풍경
색깔의 향기를 그토록 진하게 실감해 본 적이 없었다. 보라색 물결이 그득한 들판에 라벤더가 절정이었다. 남프랑스의 작은 마을을 둘러둘러 유럽의 그랜드캐년이라 불리는 베르동(Berdon) 계곡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프랑스 발랑솔 고지대는 라벤더의 본고장이다. 매년 유월 말에서 칠월 초순이 수확기로 만개한 꽃을 볼 수 있다. 이 지역에서 전 세계 라벤더의 80%를 공급한다고 한다.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들판을 차지한 라벤더 군단이 지나는 여행자의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점령했다.
프로방스 마을들이 아름다운 풍경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노오란 해바라기 들판을 지나 당도한 아를은 고흐의 흔적이 가득했고, 엑상프로방스는 도시 전체가 세잔스러웠다. 루르마랭 까뮈의 집은 아직 작가가 살고 있는 듯 신비스러웠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직 꿈속을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