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담근 레몬청과 얼그레이 티백을 텀블러에 담아 집을 나섰다. 엄마가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야 해서 오늘은 조금 늦게 교대를 했다. 병실에 들어서니 아빠가 만세를 하고 누워있었다. 민소매만 입고 있어서 겨드랑이가 훤히 보였다. 밥도 물도 계속 못 먹어서 하루하루 마르고, 입술도 바짝 말라 마음이 안 좋았다. 챙겨 온 립밤을 발라줬다. 아빠는 조금씩 이런저런 얘기도 했다가, 갑자기 잠들었다가, 허리 아프다고 앉아 있다가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내가 타 온 레몬차도 조금 맛보고 맛있다고 했다. 아빠가 마실 수 있을까 싶었는데 조금이라도 마시는 걸 보니 좋았다. 한 시간 조금 지나니 엄마는 언제 오느냐고 찾았다. 평소엔 병실에 한 사람씩 있어야 하는데 면회시간이 겹쳐서 엄마가 병실로 바로 올라왔다. 내가 내려가지 않고 있으니, 아빠가 엄마 데리고 가려고 기다리는 거냐고 했다. 엄마가 어디 가는 게 불안했나 보다. 병원을 나오면서, 아빠가 동생들 잘 챙기라고 한 말이 계속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