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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서 Apr 15. 2019

15.에티오피아 KOICA 단원의 취미

  KOICA 단원 파견을 위한 국내 교육 과정 중에 2년의 임기를 마친 선배 단원과의 대화 시간이 있다. 선배 단원이 해준 여러 조언 중 하나가 성공적인 단원 생활을 위해서는 취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 16개월 이상 에티오피아에서 생활하다 보니 취미 생활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KOICA 단원 생활은 해외에서 각자의 전문 분야 활동을 하지만 직장 생활이나 학교생활처럼 8시간 이상 기관에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즉 단원 스스로가 활동을 설계 및 책임지면서 활동하기에 생각보다 개인 시간이 많이 있다. 그리고 KOICA 단원 활동의 조건 중 하나가 단신 부임, 혼자서 단원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단원 활동 전반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개인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단원 별로 천차만별이다. 그러기에 이번에는 어떻게 개인 시간을 보내는지 공유해보고자 한다.  

                                               

 독서는 가장 쉬우면서 유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에티오피아 사무소뿐만 아니라 전 세계 KOICA 사무소는 단원 및 직원들을 위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작은 도서관 규모의 한국어 도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대여해서 읽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작은 도서관 운영을 위해 매년 KOICA 본부에서 도서 구매를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한국의 신간도 읽을 수 있다. 특히 지방 단원들을 위해서 대여 기간도 기본적으로 1년이기 때문에 대여 및 반납으로 인한 문제가 크게 없어서 좋다. 2019년 상반기 안으로 전자책 대여도 제공 예정이다. 에티오피아에 파견 돼서 이 도서관 덕분에 평소 한국에서 유명했지만 읽지 못한 다양한 책들을 읽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독서를 좋아하는 편이라 에티오피아의 도서관을 통해 계속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독서만큼 단원들의 취미 생활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드라마 및 영화 감상이다. 대부분의 단원들은 외장 하드에 각자 취향의 드라마 및 영화를 꽉 채워서 갖고 온다. 필자 역시 외장 하드를 여기 오기 위해서 샀고 여러 장르의 드라마와 영화를 용량인 1TB를 채워서 갖고 왔다. 드라마 및 영화 그리고 단원들에 따라서는 예능과 다큐멘터리 그리고 애니매이션까지 외장 하드에 담아 온다. 단원 활동 중에 이러한 영상 자료들은 시간을 보내는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필자의 경우 한국에서 유명했거나 미디어의 추천을 받은 작품 중 보지 못한 작품들을 챙겨왔었다. 여러 작품을 한꺼번에 담아오는 바람에 유명하지 않은 작품의 경우 영화나 드라마의 기본적인 줄거리조차 모르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지만 그 덕에 작품마다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대부분의 작품이 재미있고 유익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필자의 경우 이곳에 와서 홈트레이닝(Home Training)을 처음 시도하게 됐다. 한국에 있을 때는 헬스장을 통해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을 즐겼었다. 하지만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에 헬스장 자체가 없고 안전하게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운동장조차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시작했다. 귀국하는 선배 단원으로부터 요가 매트를 물려받은 뒤로 나름의 홈트레이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원체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나마 대학생이 된 이후로 달리기와 자전거 등의 유산소에 취미를 붙였지만 근력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 탓에 처음 홈트레이닝을 시작했을 때는 상당한 절망감을 마주해야 했다. 제대로 할 수 있는 기본 동작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운동이 근력 운동밖에 없었기에 꿋꿋이 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씩 지나다 보니 지금은 평균 이상의 근력 운동을 할 수 있게 됐고 나름의 만족감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매일 아침 운동하기 전에 늘 “운동하기 싫어”를 속으로 10번 정도를 외치면서 꾸역꾸역 50분씩 하고 있다. 


 이외에도 Youtube 영상 감상도 빼놓을 수 없는 취미이다. 720P 이상의 고화질 HD 영상은 느린 인터넷 및 데이터 환경 탓에 볼 수 없다. 하지만 360P나 480P의 경우에는 약간의 버퍼링이 있기도 하지만 3G 데이터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주 보게 된다. 필자의 경우 Youtube는 영어 공부를 위한 채널이 많은 편이다. 물론 이외에도 예능 관련 채널이나 코디미 관련 채널도 챙겨 본다. Youtube 덕에 영어가 많이 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영어의 기초를 다시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 최근에는 박막례 할머니 채널에 푹 빠져있다. 70대 할머니의 일상을 손녀가 연출 및 편집해서 운영하는 채널인데 할머니의 입담이 정말 재미있고 소재도 신선해 즐겨보게 된다. 또한 여행 관련 채널들을 통해서 전 세계 곳곳의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얻고 있다. 3G 데이터의 무제한 요금이 없고 10G에 한국 돈으로 약 3만 원 정도 해 저렴하지는 않은 나라이다. 그러기에 마냥 Youtube를 보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일상의 활력소가 되기에 쉽게 포기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에티오피아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는 보통 이 정도를 벗어나기 힘들다. 특히 지방 단원의 경우에는 특별한 선택지가 없다. 하지만 그러기에 각각의 활동에 더 집중하면서 할 수 있는 나름의 장점이 있다. 책을 읽어도 여유 있게 읽고 또 읽은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영화나 드라마 감상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드라마의 경우 완결 작품들을 다운받아오기 때문에 원한다면 언제든지 몰아보기가 가능하다. 6개월에 걸쳐 미국 드라마 Criminal Minds를 Season 1부터 12까지 볼 수 있었다. 운동 역시 충분히 여유를 갖고 할 수 있다. 당연히 Youtube는 너무 과해서 시간 뺏기는 것을 걱정해야 할 정도이다. 즉 선택지는 충분하지 않지만, 충분히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단원 생활을 해나가는데 취미는 큰 도움을 준다. 결국 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환경에 얼마나 적응하고 그 상황 속에서 나름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함을 취미를 통해서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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