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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서 May 06. 2019

18.사랑이 범죄인 나라 에티오피아

개인적으로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권리에 있어서 대한민국은 건설적인 담론보단 이들에 대한 극심한 혐오 팽배한 국가 중 하나라는 사실이 늘 유감이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에 와서 처음으로 성 소수자에 대한 권리를 논하기 전에 이들의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들의 행위를 처벌한 국가를 실감하게 됐다. 에티오피아에 오기 전엔 단순히 엄격한 이슬람 율법인 Sharia를 적용하는 중동 국가에서만 관련 처벌이 이뤄지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연히 에티오피아의 LGBT Right를 구글링을 통해서 알게 된 이후로 에티오피아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아프리카 대륙에서 관련 행위가 범죄로 처벌 대상인 것을 알게 됐다. LGTB 권리 보장에 대한 담론이 사회적 혐오로 인해 진척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에서 거주하다가 이제는 그마저도 범죄로 규정하는 국가에 살게 된 것이다. 이러한 탄압이 국가를 넘어서 대륙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지점에 대해 일련의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에티오피아에서 현지 적응 교육 중 문화 수업을 들으면 강사들이 꼭 언급하는 것 중 하나가 동성끼리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 것에 대해 놀라지 말라는 것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거리에서 굉장히 빈번하게 손잡고 거리를 걷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대한민국이야 원체 여성끼리 손 잡는 문화가 현재까지도 자연스럽게 인식되고 최근에서야 남성끼리 손 잡는 문화가 터부시되는 경향이 있어 에티오피아의 동성끼리 손 잡는 문화에 대한 이질감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서구권 문화에 있는 시민들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이 나라가 LGBT Friendly 한 국가와 문화로 간주할 수 있기에 문화 수업에서 한 번씩 짚고 넘어가는 것이다. 현실은 동성애로 인해 최고 15년형까지 처할 수 있는 무거운 처벌을 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에티오피아의 동성애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강력한 종교적 배경과 이를 근거로 형성 된 문화에 기인한다. 에티오피아는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종교가 중요한 국가이다. 그리고 에티오피아의 주류 종교 모두 공통적으로 동성애를 죄악시여기고 있다. 에티오피아 정교회, 이슬람, 개신교 에티오피아에서 90%를 차지하는 이들 종교 모두 동성애를 타부시하는 것을 넘어서 교리상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기에 자연스럽게 문화적으로 동성애는 이 나라에서 수용 불가능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그 문화를 배경으로 21세기에 선진국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동성애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엄격히 현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 배경은 자연스럽게 동성 간 스킨십에 대해 친밀감의 표시일 뿐 감히 호감 그 이상의 감정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이 나라 문화는 동성애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동성애에 대한 터부시는 아프리카에서 에티오피아만의 문화가 아니다. 동성애로 인해 사형까지 처하는 국가가 아프리카에 4개 국(모리타니아, 수단, 북부 나이지리아, 남부 소말리아)가 있다. 그리고 이 국가들을 포함해 약 30여개 넘는 국가가 동성애에 대한 처벌 조항이 있고 불법이다. 아프리카 대륙 국가 중 50%가 넘는 국가에서 동성애를 처벌하고 있다. 대륙별로 구별했을 때 동성애가 불법인 국가 비율이 가장 높은 대륙이다.


 타국 문화에 대한 평가는 늘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다고 해서 이것을 불법화하고 처벌하고 심지어는 사형까지 하는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유럽 국가 중 몇 개국은 동성애에 대한 박해가 심한 국가에 대해 원조 규모를 축소하는 등의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국의 문화라는 이유로 원조국이 강력한 반발과 원조를 수단화 도구화한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재 26개 국가에서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보다는 적지만 동성 커플의 입양을 인정하는 국가도 있다. 그리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가진 국가도 상당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동성애로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국가가 있다는 것을 아프리카에 와서 실감하다보니 복잡한 심경이 든다. 에티오피아에서 인권이 국가별로 존중되는 범위가 너무나도 다른 현실을 실감하고 있다. 


 사람이 사랑하는 것에 대한 차별과 처벌이 가능한 현실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유감이다. 그리고 중동 국가들이나 에티오피아처럼 종교에 경도돼 이 현실을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절대 불변의 진리로 신봉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에 착잡함을 느낀다. 종교로 인해 대한민국에서도 관련 논의가 늘 번번이 장벽에 막히고 있는 현실이기에 감정이 더 복잡해진다. 종교가 사람에 대한 차별을 주장하고 나아가서는 그 이유로 사람의 목숨까지 뺏는 사회 구성원들은 시간만 21세기일 뿐 아직도 중세 시대의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Love wins” LGBT 권리 운동의 일환인 Pride Festival에서 자주 사용되는 구호 중 하나이다. 부디 전 세계에서 이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고 존중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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