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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늘보 Jul 10. 2022

토마토달걀볶음과 깻잎장아찌

3월 5주차_일상에서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건 없다고

#1 감자치아바타와 아몬드우유


  2일 3산으로 체력의 최대치를 쓰고 장렬히 쓰러진 나는 주말의 시간들이 그저 꿈만 같고. 못 일어날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눈이 뜨였고, 생각보다 몸도 가뿐해서 다행인 마음으로 오랜만에 아침을 먹기 위해 냉장고를 열었으나 저장해둔 냉동밥이 없어서.


  냉동해둔 모찌식빵 한 조각과 감자치아바타 세 조각을 토스터기에 넣고, 계란후라이 한 알을 깨고, 애플버터잼과 마늘버터잼과 카야잼을 꺼내고, 블루베리 그릭요거트와 아몬드우유도 준비했다.


  지난 주말, 지갑을 잃어버린 나는 오랜만에 일회용 교통카드를 샀고, 거스름돈으로 50원짜리 동전을 받았고, 정지한 카드들이 재발급이 되길 기다려야 하고,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재발급하는 방법을 찾아 신속하게 신청해야 한다. 월요일에 당도했다는 사실이 매우 실감나는 오늘의 출근길, 나는 아직도 여행길 위에 있는 기분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툭툭 털고 여전히 설레는 마음으로 충만한 여행자이고 싶다.(22.03.28)



모찌식빵, 감자치아바타, 계란후라이, 마늘버터, 애플버터잼, 블루베리그릭요거트, 아몬드브리즈


#2 김치만두와 고기만두


  요즘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굉장히 활동적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등산을 위한 기초체력을 다지고자 시작한 운동들이 점점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와도 계속되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겨울에서 봄이 되어도 차곡차곡 쌓여가는 오늘의 아침밥은.


  어젯밤 안친 밥을 푸고,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를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볶음김치와 깻잎장아찌와 멸치볶음과 구운 김을 꺼내고, 작은 그릇에 간장을 조금 따르고, 아몬드우유도 컵에 담았다.


  아직 찬 기운이 감도는 아침 출근길에 자전거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등에 맨 가방에는 배드민턴화와 손목밴드와 스포츠양말이 들어있고, 한 손에는 배드민턴 라켓이 든 케이스를 잡고 있다. 내게 찾아온 서른다섯 번째 봄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고, 내일이면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될 오늘의 시간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러니 소중한 오늘의 순간을 살아낼 테다!(2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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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간장계란밥과 참치통조림


  쏜살같이 지나간 3월의 끝이 보이는 오늘, 한 달간 나는 무얼 했나 떠올려보면 막상 머리가 하얘지지만. 차곡차곡 쌓인 기록들이 그날 그 시간 그 순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정확하게 보여주고, 미처 적지 못한 순간까지도 떠오르게 해 준다. '핫팩', '위로', '카레', '봄꽃', '산보', '헬스', '배드민턴', '2일3산'. 그리고 '아침밥'.


  보온해둔 흰쌀밥을 푸고, 그 위에 간장과 참기름을 뿌리고, 계란후라이 하나를 올리고, 참치통조림을 하나 따고, 깻잎장아찌와 볶음김치와 멸치볶음을 꺼내고, 아몬드우유를 컵에 담았다.


  4월에는 어떤 키워드가 내 기억에 남을까 궁금해진다. 조금은 무리할 정도로 기록을 많이 남겼던 3월의 시간은 분명 기록한 만큼 확실한 추억으로 남을 거라 믿는다. 3월의 만남과 열정과 성실과 감사와 믿음과 행복이 4월에도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는다.(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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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입김치전과 볶음김치


  어제는 오후 반차를 쓰고 일찍 나왔다. 분실한 신분증들을 재발급받았고, 역시 잃어버린 카드를 배송받았다. 매번 일회용 교통카드를 사는 일도, 보증금 환급 때마다 늘어나는 동전 때문에 걸을 때마다 짤랑거리던 소리도 사라졌다. 하루아침에 사라진 지갑은 일상을 꽤나 불편하게 만들었고, 그래서인지 내게 주어지는 일상은 거저 오는 것이 아님을. 결코 당연하지 않은 오늘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


  냉동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한입김치전을 기름에 굽고, 볶음김치와 멸치볶음과 깻잎장아찌를 꺼내고, 아몬드우유를 컵에 따랐다.


  침대에서 일어나고, 밥을 먹고, 출근길 지하철을 타고, 아침밥 기록을 올리고, 카톡으로 안부를 묻고, 회사에 도착하고, 업무를 하고, 점심을 먹고, 산보를 가고, 퇴근하고, 카페에 들르고, 운동을 하고, 연극을 보고, 교통카드를 찍고. 좋아하는 음료를 마시고,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좋아하는 순간을 누리는 일상에서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건 없다고.(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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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토마토달걀볶음과 깻잎장아찌


  3월 마지막 날에도 헬스장 문턱을 넘었고, 4월 첫날에도 '+' 버튼을 누르고 아침밥 기록을 남기고 있다. 오늘은 거짓말처럼 지나간 세 달의 기록을 처음부터 찬찬히 돌아보려고 한다. 거짓말이 아닌 실제로 아침밥을 차리고 사진을 찍고 끄적끄적 자판을 두드리고 기록을 남겼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신하고자. 작심세달을 마치고, 새 마음으로 일어나는 오늘 아침에.


  냉동밥을 데우고, 스크램블한 달걀에 토마토소스와 케찹을 넣어 토마토달걀볶음을 만들고, 멸치볶음과 깻잎장아찌를 꺼내고, 아몬드우유를 내놓았다.


  오늘의 지하철은 자리가 넉넉하다. 기분 좋게 자리에 앉아서 오늘도 자판을 신나게 두드린다. 역과 역 사이를 지날 때마다 들리는 소음과 에어팟에서 흐르는 노랫소리가 섞이는데 꽤나 잘 어울린다. 괜스레 들떠서 사월에 만나게 될 설레는 순간들을 기대해본다. 여전한 마음으로 차곡차곡 서랍에 쌓이기를 바라며.(22.04.01)



흰쌀밥, 토마토달걀볶음, 멸치볶음, 깻잎장아찌, 아몬드브리즈



4월에는
어떤 키워드가
내 기억에 남을까
궁금해진다.




글, 사진 / 나무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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